본문 바로가기
경제 금융

[경제] 경제 공황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by SB리치퍼슨 2010. 1. 13.
출처 : http://blog.daum.net/peace1401/4971

오랜만에 한글로 경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오늘 정리해보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경제 공황'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간단히 설명하려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살을 덧 붙일 필요는 있겠습니다만, 큰 그림상으로 볼때는 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경제 공황은 상품이 창고에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한명의 노동자가 한달에 100만원어치의 이익을 생산해 낸다고 가정한다면, 이 노동자의 임금은 100만원 이하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만약, 일은 100만원어치 하고, 월급은 110만원씩 받아간다면 이 노동자는 곧 해고 되거나 공장이 망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은 그 노동자가 생산해내는 상품의 이익보다 작아야 합니다.

여기서 시야를 넓혀, 한 사회의 (혹은 전 지구상의)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을 모두 더한 금액을 X (총 소비) 라고 하고,

이 노동자들이 생산해 낸 상품의 가격을 모두 더한 금액을 Y (총 공급) 라고 정한다면,

항상 X <= Y 인 상태가 되고,

노동자들 전원이, 자신이 받은 월급을 한푼도 안남기고 한달동안 다 써 버린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Y - X 차액에 해당하는 량의 상품은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상품들은 처음부터 팔릴 방법이 없는 물건들입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과잉 공급'입니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 노동자가 100명이고, 이 노동자 1인당 한달에 100만원어치의 상품을 생산해 내는데 월급은 90만원이다...

그러면 노동자 전체의 임금 합은 100명 * 90만원 = 9000만원, 인데 반해, 한달간 생산되어 나오는 상품의 가격은 총합이 100명 * 100만원 = 10000만원 으로,

10000만원 - 9000만원에 해당하는 1000만원어치의 상품은 과잉 공급 상태로, 팔릴 수가 없게 됩니다.


창고에 천만원어치의 상품이 팔리지 않고 쌓여 있으므로, 다음달에는 생산 목표량을 줄이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총합은 줄어들게 됩니다. 혹은 일자리 수가 줄거나 월급이 깎일 것입니다.

결국 이 과정이 반복되어 누적되다보면, 창고에는 무수한 상품이 쌓이게 되고,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일자리가 줄어서 월급을 받지 못하므로) 거리에 나 앉고 굶어 죽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제 공황을 설명하는 방법은 위와 같이 간단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과정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경제 공황이 발생하는 시기를 늦추는 방법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피상적으로 볼때 공황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트릭은, '미래'에 발생할 소비를 '현재'로 당겨 오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가, 김대중 정권때 '신용 카드'를 남발 해서 경기 회복 효과를 노린 것이 있겠습니다만,

좀 더 일반적인 방법은 '투자' 혹은 '재투자'라는 방식입니다.



투자라는 것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에 기대되는 이윤을 위해 돈을 쓰는 행위입니다.

기업에 투자된 돈은 노동자들에게 월급으로 혹은 설비 구입을 위해 소비되는데,

얼핏 보기에는 아직 상품을 만들어내지도 않았는데, 노동자들이 돈부터 받은 것 처럼 보이게 됩니다. ( 일시적으로 X > Y 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투자'가 활성화 되면, 창고에 쌓여 팔리지 않던 과잉 공급 상품들(Y-X)을 '월급'으로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사실, '투자'라는 것은 거슬러 올라가 보면 'Y - X' 금액에 해당하는 '이윤'의 누적 금액입니다.)

그러나 '투자'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에 갚아야 할 '빗'이므로, 투자금이 환수 되는 시점에서 다시 공황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자본가는 '이윤'이 남는 이상 자본을 '재투자'할 것이고, 투자가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만 한다면, 경제 공황은 오지 않을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 ( X <= Y ) 은 '투자'라는 행위가 더해져서, 소비(X)와 공급(Y)이 균형을 이룬 것 처럼 보입니다. ( X + 투자 = Y )

이것이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 의미도 모르고 암기 했던 '수요 = 공급 = 소비 + 투자' 의 공식입니다...
(투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은 간혹 '공급(Y) = 소비(X) + 투자 + 수출 - 수입 + 국가 세금 지출 + 환경 파괴....' 등등으로 수식을 길게 늘려서 복잡하게 설명하려 하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근본적으로 '과잉 생산' 될 수 밖에 없는 체제에, '투자'라는 요소를 더해서 문제점을 감춘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는 항상 미래에 돌려 받을 '이윤'을 전재로 하는 것이므로, '이윤율( 이윤율 = 이윤 / 투자금)'이 떨어지게 되면, 투자는 멈추고,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 모순이 다시 드러나게 됩니다.
(같은 금액의 이윤을 얻는다 하더라도 투자해야할 금액이 커지게 되면 이윤율이 떨어지게 되고 투자는 꺼려지게 됩니다.)

이제 관심의 촛점은 '과잉 생산 문제'가 아니라, '이윤율'이 꾸준히 유지 (혹은 상승)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여기에 '투자'가 언제까지나 계속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Marx '맑스(1818~1883)' 였는데, 그가 남긴 책 '자본론' 중 마지막 3권에서 '장기적으로 이윤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해서, 종국에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장기적 이윤율 하락에 대한 설명은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게 되면 또 글로 정리하겠습니다.)

실제로 맑스가 죽은뒤 50년 뒤인, 1930년에 세계대공황과 같은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했고,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맨 앞에서 지적했던) 근본적인 문제점이 '공황'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경제 공황은 10년을 주기로 찾아온다고 나와 있습니다.)



1929년부터 1930년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황이 얼마나 갑작 스럽게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29년 후반기 (후버 대통령) 미국의 실업률은 1% 미만으로 100만명 정도가 실업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가가 폭락 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은행이 도산 했으며, 실업률이 불과 몇달사이에 26배나 증가했습니다.

다음해인 1930년의 실업자는 2600만명으로 실업률이 25%에 육박 했으니, 4명중 1명은 실업 상태가 된것입니다.

1930년에 공황이 발생했던 과정을 들여다 보면 1997년말에 한국에서 'IMF 사태'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IMF 당시, 주가가 폭락했고, 일부 은행이 문을 닫았고,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져 나갔습니다. 또한, '정리해고'라는 합법적인 절차로 실업자가 급증했지요. 이런 일련의 현상들이 발생하는데에 거의 1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IMF 사건이 갑작 스러웠던 것을 떠올린다면 경제 공황이 얼마나 갑자기 닥치는 것인지,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갑자기 무너질 수 있는지 감이 올거라 생각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정통 경제학자들은 경제 공황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설명하지 않거나 못한다는 점입니다.

조선일보등의 기사를 보면, 대부분 불경기는 '소비'가 부진해서 라고 말합니다.

'IMF때 허릿띠를 너무 졸라맸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소비가 부진한 것은 월급이 줄었기 때문이고, 월급이 줄어든 이유는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지요.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해설하는 주류 언론들은 돌고 도는 순환 고리의 시작점을 '투자'가 아니라 '소비'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조선일보나 주류언론들 혹은 소위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불경기 원인 설명'은 결국 '소비가 문제'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불경기에는 소비가 부진해진다'는 원래 정의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소비가 부족해서 불경기다' => '불경기에는 소비가 부진하다'. 결국 '불경기는 불경기다'라고 말하는 '동어(同語) 반복'이 되는 것입니다. )

경제 공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인정해야만 하는데,

'자본주의는 완벽한 시스템이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이 모순을 인정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결국 '공황은 왜 오는지 모르겠다', 혹은 '모든 문제는 해결 되었다. 이제는 공황은 오지 않는다' 라고 근거도 없이 주장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1930년에 일어났던 경제 공황이 1997년 한국에도 똑같이 반복되었는데 '자본주의 문제점은 사라졌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싶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