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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운전대와 예금통장의 공통점

by SB리치퍼슨 2018. 5. 15.
운전대와 예금통장의 공통점
세 여자의 돈 이야기
전세영 (외부필자) | 12/15 12:22

◎ 전세영(필명 이쁜아내)씨는 현재 남편과 함께 유학차 미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전하는 돈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자동차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생활 필수품이다. 장보기부터 등교 하는 일까지 20-30분은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자동차 없는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운전을 하지 못하면 그만큼 행동 범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국제 운전면허만으로는 적용 되는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현지 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미국에서 순조로운 정착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면허증은 있지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나에게 운전은 최근까지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면허 시험장을 4번이나 찾은 끝에 면허증을 가질 수 있었다.

면허 시험장에 갈 때마다 '남들은 한 두번 만에 따는 면허를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며 속상해 하기도 하고, 이미 면허도 있고 운전도 할 수 있는데 왜 나의 운전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지 애꿏은 시험관들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혼자 한적한 곳에서 수 차례 운전 연습을 하고서 마침내 면허증을 취득하고서야 운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며 나를 돌아볼 여유를 갖을 수 있었다. 과거 나는 운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속도로, 장거리, 초행길을 갈 때면 운전대를 잡지 않았었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운전을 할 기회를 포기했기 때문에 더욱 위축되었고, 그런 만큼 옆사람에게 더욱 의존했었다. 면허를 따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없을 때는 손쉬운 일조차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활이 불편하고, 자립 능력을 잃을 소지가 높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의 재정 관리의 경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남편이 바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집안을 잘 돌보는 선배가 있다. 선배의 살림 솜씨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돈 관리는 골치 아픈 일이라 생각했던 선배는 돈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를 놓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과 공동 명의를 제안하는 선배의 말에 난색을 표시하며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며 던지는 남편의 말에 심한 서운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제서야 자신 명의로 된 통장 하나 없고, 재정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 등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존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제적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 문맹인 자신을 보면서 더욱 불안함을 느끼며 이제와 돈 문제에 익숙해져야 함을 알게 되었다.

여유롭고 풍족하게 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돈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그것은 내 옆에 탁월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거나, 부유한 부모님이 있거나, 혹은 돈 잘 버는 배우자를 만났을지라도 자신 스스로가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다면 더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혹 자신을 지켜주던 안전망이 사라졌을 때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려면 그 능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수라 하겠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 재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리 능력을 키우고,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한해가 가기 전 가족이 함께 가정의 자산을 점검하면서 경제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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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고 풍족하게 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돈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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