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객만래 [千客萬來] (It has an interminable succession of visitors)
[트랜드]‘저녁형 인간’ 샐러던트 시대

요즈음 외환관리사나 투자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 시험장은 직장인들로 넘쳐난다. 각 대학의 직장인을 위한 각종 교육과정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국어학원의 새벽반이나 저녁반 수강생들도 직장인이 절대 다수다.
바야흐로 ‘샐러던트’의 시대다. ‘샐러던트’(Saladent)는 직장인을 뜻하는 ‘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Student’의 합성어.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학생.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장인의 신세를 비유한 말이다.

물론 그전에도 ‘평생교육’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었다. 하지만 ‘평생교육’이 지속적인 자기 학습에 무게를 둔 단어라면 ‘샐러던트’는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직장인의 처지를 반영한다.

특히 요즈음은 30대에 명예퇴직을 강요받는 ‘38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시대. 가만히 있다가는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영어 회화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 하나쯤은 할 수 있어야 그나마 안심이다. 자격증 1~2개쯤은 필수다.

최근 시간 관리와 자기 경영을 강조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아침시간을 잘 활용하면 인생이 바뀐다’며 ‘아침형 인간’을 설파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퇴근 후 3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면 성공한다며 ‘저녁형 인간’을 주장하는 서적도 나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헌영 과장(38)은 최근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반년 넘게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학원을 다니고 밤늦게까지 시험 공부에 매달리면서 ‘샐러던트’ 노릇을 한 결과다. 그가 취득한 자격증이 당장 업무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다. 세무사 시험도 준비할 생각이라는 이씨는 “공교롭게도 올해 38선 세대라는 38살이 됐다”면서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져 뭐 하나라도 자격증을 따놓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루 업무가 끝난 뒤 대학원을 다니는, 말 그대로 ‘학생’인 직장인도 많다. 듀오의 김혜정씨(28)는 현재 한 대학 MBA 과정을 수강중이다. 1주일에 2번씩 강의 듣고 시험에 리포트까지 쓰려면 새벽까지 공부해야 할 때도 많다. 김씨는 “요즈음처럼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선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특화시키지 못하면 따라잡기 힘들다”고 했다.

기업들 중 상당수가 승진이나 인사고과시 어학능력이나 자격증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토익점수를 받아야만 승진이 되는 삼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미국 MBA 과정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제는 입사와 동시에 ‘샐러리맨’이 아니라 ‘샐러던트’가 되는 것이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뚜렷한 목표를 가지기보다는 막연히 공부에 매달리는 직장인들도 상당수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때문에 뭐 하나라도 공부해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한국자원재생공사 이숙진씨(29)는 매주 한번씩 있는 ‘영어 스터디’를 위해 영어공부도 하고 토익 시험도 본다. 이씨는 “요즈음처럼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계속 공부하거나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도태되지 않으려면 뭐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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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일찍 눈뜨고 인생에 눈뜨는 ‘아침형 인간’

12월29일 오전 6시57분. 먼동이 채 트지 않은 이른 아침. 서울시청 앞 작은 카페에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섰다. 시계가 7시를 가리키자 한 남자가 일어섰다.
“여느 때처럼 행복상상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이나 미래의 행복, 방긋 웃는 아기와 아름다운 경치…. 마음대로 행복한 상상을 해 보십시오”

이른 아침부터 모인 10여명은 다음 카페 ‘행복한 별빛’(cafe.daum.net/5201179)의 ‘06클럽’ 회원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온라인으로 근황을 올리고 월요일마다 오프라인 조찬모임을 갖는다.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식사를 하며 서로 격려하는 자리다. 지난 성탄절 아침에는 남산에서 함께 일출을 보기도 했다.

이들이 ‘아침형 인간 100일 작전’에 돌입한 것은 지난 11월25일부터. 밤 12시 이전 잠자리에 들어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이 목표다. ‘06클럽’ 외에 5시에 기상하는 ‘05클럽’, 7시에 일어나는 ‘07클럽’ 등도 있다. 대학생부터 증권회사 직원, 자영업자, 한의사까지 직업과 연령도 다양하다.

권성연씨(33)는 이들 중 기상 시간이 가장 빠르다. 오전 4시40분. “지금까지 ‘저녁 술, 아침 잠’의 야행성으로 살아왔다”는 권씨는 늘어난 아침 시간에 책을 읽는다. 권씨는 “포기하고 있던 것 중 많은 것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안정희씨(33)는 출근 전까지 아이와 놀며 시간을 보낸다. 내년 목표는 기상시간을 30분 앞당기는 것. 운동도 하고 출근도 좀더 일찍 하고 싶단다.

1분간의 짧은 명상에 이어 신년 계획을 의논하는 시간. “이제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어느 정도 몸에 익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외국어 공부나 책 읽기 모임 같은 것을 해 보면 어떨까요?”

회원들은 수첩과 프랭클린 플래너 등 다이어리를 펴들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리더십 교육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자기 계발 의지가 강한 사람들. ‘행복’과 ‘성취’라는 인생의 공통목표를 갖고 있다. 아침 모임 이외에도 프랭클린 플래너 쓰기, 책 읽고 토론하기, 강의 듣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함께한다. 아침형 인간 되기는 이들 활동의 한 부분이다.

늘 익숙해있던 생활태도를 바꾸는 것이 쉽진 않았다. 술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주변 사람들은 “최면에 빠진 것 아니냐”며 삐딱한 눈으로 바라봤다. 회장 신홍근씨(42·한의사)는 술자리에 가더라도 1차가 끝나면 빠져나오는데, “미안한 마음에 돈을 더 낸다”고 했다. “평소에 같이 밥 먹고 선물도 하면서 다른 식으로 인간관계를 관리합니다. 다함께 ‘망가진다’고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모임의 패턴도 달라졌다. 만나서 술을 마시는 대신 함께 강의를 듣거나 공연을 본다.

“놀이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직장 공동체에서 가정 공동체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시점이에요. 개인적 삶을 추구하고, 자기계발이나 내면의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죠.”(이형준·39·은행원)

이씨도 처음 11시에 잠자리에 들 땐 밤시간이 아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깨어있어 봐야 무의미한 웹서핑을 할 뿐이었다.

그는 요즘 가벼운 수필집 등을 읽으며 잠을 청한다. 일찍 잠들면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게 되고, 집중도 잘 된다. 이씨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며 아침 시간을 보낸다.

5시30분에 기상하는 성기수씨(37·회사원)는 경제신문 읽기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분간 신문을 읽고 15분간 독서, 가족과 아침식사를 한 뒤 6시40분에 집을 나선다. 기상시간을 30분 앞당겨 5㎞ 정도 달리는 것이 신년 목표다. “시간관리는 작은 도구일 뿐이에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이죠.”

8시가 넘어서자 출근시간이 임박한 사람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카드놀이나 한번 할까요”라며 신홍근씨가 카드묶음을 꺼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카드엔 ‘나눔’ ‘온화함’ ‘신뢰’ 등의 단어가 적혀 있었다. 각자 카드를 뽑고 간단한 스피치를 하는 시간. 성기수씨는 ‘신뢰’를 뽑았다. “지킬 수 있는 것을 약속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신뢰가 생겨납니다.” 말이 끝나자 회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혼자 하면 99% 실패해요. 하지만 같이 약속하고 지켜나가면 습관을 바꿀 수 있습니다.”

1시간30분의 짧은 모임은 ‘행복은 우리의 천부적 권리이고 의무이며 사명이다’라는 행복염원을 소리높여 읽는 것으로 끝났다. 한 회원은 말했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 아침부터 자신을 채찍질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 시간이 넉넉해지면 여유가 생깁니다. 생활에 쫓겨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활의 주도권을 잡자는 거죠.”

◇‘행복한 별빛’ 카페회원들의 아침깨우기 제안

◎느낀 그날부터 실천한다. 당장 시작하지 않고 내일 이후로 미루면 이미 절반은 실패다.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이라고 예외를 두지 말라. 한번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주변에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정하라. 자극을 받아야 바뀐다.

◎잠자기 전 내일 아침에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라. 자기 최면을 걸어두면 아침에 눈이 번쩍 뜨인다.

◎저녁 식사로 고기는 피하라. 전날 과식·과음하면 다음 날 아침 몸이 무거워진다.

◎처음부터 거창한 아침 계획은 금물. 좋아하는 차 한 잔을 마시거나, 만화책을 보는 등 좋아하는 것부터 한다.

◎작심삼일밖에 못 가는 자신이 원망스럽더라도, 작심일주일이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실천하라.

◎완벽하게 계획을 지키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모자라면 보완하고 고쳐나가면 된다.

◎혼자 하면 99% 실패한다. 모임에 참여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라. 가족을 포섭해 함께 아침형 가족이 돼라.

〈글 최명애·사진 정지윤기자 glaukus@kyunghyang.com〉


Posted by SB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