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객만래 [千客萬來] (It has an interminable succession of visitors)
[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게임으로 본 탄핵 정국  
저자: 박종하 |  날짜: 2004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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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어려운 질문] 금화 나누기

5명의 해적이 100개의 금화를 약탈했다. 그들은 그 금화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누기로 했다. 그들의 방식은 이렇다. 먼저 가장 나이가 많은 해적이 5명이 각각 가질 금화의 양을 제시한다. 그 배분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그대로 집행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 배분을 제시한 가장 나이 많은 해적은 죽는다.

만약, 가장 나이가 많은 해적이 죽임을 당하면,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해적이 4명이 나누어 가질 금화를 배분한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그대로 집행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 역시 죽는다. 이렇게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반복한다.

이 해적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철저하게 똑똑하다. 그럼, 5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해적은 어떻게 100개의 금화를 분배하여, 죽지않고 가장 많은 금화를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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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의 뉴스는 단연 탄핵이다. 지난 주 금요일, 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TV 앞에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아주 큰 뉴스가 터졌다는 것을 알았다. 대통령의 탄핵이다. 그 뉴스는 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탄핵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탄핵의 사유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하루 이틀 뉴스를 보지 않았던 것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국회 의원들이 대통령을 탄핵했는데, 나는 어떤 이유에서 탄핵을 했는지 탄핵의 사유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를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1년을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안 되면, 단체로 뭉치며 데모하는 것을 보면서 <법이 너무 무른 것 아닌가? 좀 더 강력한 규제와 질서가 사회에 요구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탄핵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회 의원들에게 탄핵을 받았다면, 어떤 탄핵의 사유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 사유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게임이론을 대입해보기로 했다. 일단 지금의 상황을 게임으로 볼 때, 게임의 참여자는 국회 의원들이다. 내가 모르는 게임이 발생한 것으로 나는 전혀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뉴스를 보면, 일반 국민들은 전혀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야당과 여당의 국회 의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냉혹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제로섬 게임이란 상대의 손해를 통하여 내가 이익을 얻는 게임이다. 여당과 야당의 국회 의원들은 상대의 손해를 통하여 자신의 이익을 얻는 게임만을 하고 있었다. 이런 냉혹한 제로섬 게임의 기본 설정은 게임의 참여자가 모두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하고, 철저하게 똑똑하다는 조건을 갖는다. 앞의 <금화 나누기> 질문에서의 해적들처럼 말이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까지는 게임의 주체가 여당과 야당의 국회 의원들이었는데, 그 후 1주일을 지나면서 게임에 국민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국회 의원들은 국민을 위해서 탄핵을 했다고 말하지만, 그 게임의 시작에는 국민이 없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것도 제로섬 게임을 말이다.

국민과 국회 의원이 제로섬 게임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다시 말하지만, 제로섬 게임은 냉혹한 게임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의 손해를 취해야 하는 게 바로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게임은 국민과 국회 의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하여 협력과 협동을 하는 긍정적인 넌제로섬 게임이다.

삶을 질을 높이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자는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들의 삶과는 상관없이 내가 선거에 당선되어 빼지를 달아야지>하는 생각과 <이번 선거에서 꼭 낙선시켜야지>하는 대립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참여하는 게임이 서로가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같은 목표를 향하여 뛰는 긍정적인 게임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제로섬 게임의 키워드는 잔인함과 냉혹함이다. 지금은 이런 상황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협력하는 긍정적인 게임으로 모두의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국민이 게임의 주체로 동참한 탄핵 정국이 긍정적인 게임으로 진행되는 것이 새로 참여한 국민 모두의 바람인 거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제로섬 게임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앞의 <금화 나누기>처럼 말이다. 제로섬 게임을 관찰해보자. 앞의 이야기에서 해적 5명의 상황 역시 정해진 금화 100개를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다.


[금화 나누기의 전략]

5명의 해적을 <A, B, C, D, E>라고 하고, A가 서열이 제일 높고 E가 서열이 제일 낮다고 하자. 상황은 최종 상황부터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약, 모두 죽고 두 해적 <D, E>만 남았다면, D는 어떤 제안을 해도 상관없다. 스스로 1표를 행사하여 과반수를 넘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D는 (100 : 0)으로 금화를 나눌 것이다. E는 하나의 금화도 얻지 못한다.

만약, 3명의 해적 <C, D, E>가 남았다면, C는 과반수의 찬성을 위해서 D, E 중 1명만 포섭하면 된다. 즉, 자신이 죽으면 하나의 금화도 얻지 못하는 E에게 하나의 금화를 줌으로써 C는 E를 포섭할 수 있다. 즉, (99 : 0 : 1)로 나누면 된다. 물론, D에게는 하나의 금화도 줄 필요가 없다.

만약, <B, C, D, E> 4명이 남았다면, B 역시 한명만 더 포섭하면 된다. B는 자신이 죽으면 하나의 금화도 얻지 못하는 D를 금화 1개로 포섭할 수 있다. 즉, B는 (99 : 0 : 1 : 0)과 같이 금화를 나누면 된다.

이제 이런 모든 상관관계를 파악한 A가 금화를 나눠보자. A는 2명에게 미끼를 주면 된다. A가 포섭할 2명은 자신이 죽었을 때, 하나의 금화도 얻지 못하는 C와 E다. 그들은 최소한의 금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포섭된다. 따라서, A는 (98 : 0 : 1 : 0 : 1)와 같이 금화를 나누면 된다.

사실 정치, 경제를 게임으로 보면서 파악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내가 아는 단순한 게임으로 탄핵 정국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앞의 <금화 나누기>에서의 해적처럼 게임의 참여자들은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모두 철저하게 자기만을 생각하고, 모두 철저하게 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탄핵 정국이라는 게임에 참여한 우리의 국회 의원들은 둘 중 적어도 하나는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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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어제 만난 행복한 부자  
저자: 박종하 |  날짜: 2004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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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하세요. 그것이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 혼다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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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에 일본에 갔을 때,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저자 혼다 켄을 만났다. 내 책을 일본에 번역하여 소개한 나의 에이전트가 혼다의 책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같은 에이전트의 인연으로 그를 알게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성공한 세무사인 아버지를 찾아오는 많은 부자들을 관찰했고, 20살 때는 1년간 미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하며 많은 부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그는 항상 부자들을 관찰했고, 최근에는 일본의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부자들의 행동과 생각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에게 들은 부자들의 10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백만장자들의 10가지 습관

1. 자신이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을 선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서, 돈을 쫓아가며 사는 것 같다. 돈을 쫓아가지 말고, 돈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돈을 쫓는다. 우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바로 혼다가 관찰한 부자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는 거다.

어떤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비법이나 특별한 공식을 찾으며 이리저리 우왕좌왕하지만, 어쩌면 그러면서 오히려 부자의 길에서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성실이 가장 중요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기회를 가장 중시한다고 한다. 연봉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성실을 무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액 연봉자들은 성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고의 매니저가 되거나,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 말고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신뢰를 주는 리더십과 같은 몇 가지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실이 기본이라는 거다. 성실이 없다면, 아이디어나 리더십도 없는 것이다. 그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가 말하는 성실에는 인생을 진지하는 생각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3. 항상 운이 좋다.

나는 운이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다의 관찰에 따르면 백만장자들은 <자신은 항상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데 반하여, 보통 사람들은 <운이 좋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 운이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간다. 그래서, 언제나 운이 좋은 사람은 항상 운이 좋고, 운이 나쁜 사람은 항상 운이 나쁘다.

4. 자신은 어떤 위기라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백만장자 3명 중 1명은 절망을 체험했다는 설문 결과를 소개하며, 백만장자라고 인생의 탄탄대로를 걸어온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성공요소를 잘 들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힘을 강조한다. 그들은 어떤 업무의 스킬이나 특정한 기술로 자신들의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이 주로 강조하는 것은 내면의 강한 정신이다.

5. 주위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당신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꼭 정치를 하지는 않아도, 내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나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밑바탕에는 감정적인 믿음과 신뢰가 더 우선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결정에는 설령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도 따를 수가 있다. 논리적인 인과관계보다 사람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믿음과 신뢰이기 때문이다.

6. 멘토라고 부르는 인생의 스승이 있다.

혼다는 백만장자들은 인생의 스승인 멘토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거나 힘든 상황에는 그 스승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동료나 친구에게 상의한다. 그럼, 친구나 동료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라. 골치 아픈 생각은 잊어버려라>라고 말한다는 게 혼다의 관찰이다.

나도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인생의 스승은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혼다는 아는 성공한 분이나 점쟁이도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인생 스승의 가르침을 받더라도 부자의 10번째 습관처럼 모든 일의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나도 오늘부터 내 인생의 스승을 찾아야겠다. 누구를 찾아갈까?

7. 배우자가 최대의 지지자다.

<백만장자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매우 중시합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고개를 꺄우뚱합니다.> 혼다가 이렇게 말하자 강연을 듣던 사람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는 부자들은 부인 이외에 많은 여자들과 스캔들을 뿌리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다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미국 통계를 보면, 백만장자의 92%는 이혼 경험이 없다고 한다.

8. 아이에게는 많은 친구와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영어.수학을 잘하기를 바라고, 어릴 때부터 영어.수학 학원에 보낸다. 하지만, 백만장자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어떤 사람이 부자의 습관 첫번째에서 지적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냐>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일 거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배운 학교의 교육은 많이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9. 10년 후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다.

부자는 일반인보다 투자의 기간이 길다. 어쩌면 참고 견디기를 잘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더 크고 넓게 바라본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10년 후를 고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생을 더 진지하게 살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 진지한 삶에 대한 대가는 어떠한 형태로라도 반드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어떤 일이라도 마지막의 결단은 스스로 한다.

성공에 있어 내가 결정한다는 것의 의미는 실패했을 때 내가 책임을 지고, 성공했을 때 성공의 대가를 내가 갖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에게 결단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최종 결정을 못하는 이유는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는 성공의 대가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혼다의 마지막 지적은 꼭 부자가 목표인 사람이 아니어도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강연이 끝나고, 몇몇 사람들과 생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모임은 끝났고, 나는 그를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하면서, 나다운 일을 하라고 했다. 나다운 일. 내가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해질 거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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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당신이 원하는 것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




이 그림(석판화)은 에셔의 유대의 띠란 작품이다. 사과 껍질 같은 띠가 엉키면서 두 명의 사람을 만들고 있다. 예술가들은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그들은 추상화하고 어떤 상징으로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내곤 한다. 그래서, 예술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그것은 예술가 뿐만이 아니다. 어떤 소설이나 시는 읽어도 그 의미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예술가나 시인들이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내놓는 건 아마 그렇게 약간은 난해하고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다.

하지만, 에셔의 작품들은 첫눈부터 그렇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은 아니다. 에셔의 상징은 일단 도무지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첫 눈에 일단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그 깊이가 생기고 처음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에셔가 좋다.

예술가들이 직접적으로 어떤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추상화하고 간접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맡기는 것은 비즈니스와 매우 유사하다. 비즈니스는 이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지만, 직접적으로 이익을 따라가서는 실패하기가 쉽다.


다시 말해, 돈을 보고 쫓아가면 큰 돈을 벌 수 없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간접적인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돈이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오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쫓지 말고 돈이 오는 길목에서 돈을 기다리라고 하지 않나?

그럼, 돈은 어느 길목에서 올까?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돈과 기회는 사람을 통해 온다. 조선시대 최고의 부자였던 임상옥은 장사는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분명 사람을 남기는 것이 장사다. 왜냐하면 사람을 통해서 돈이 오기 때문이다. 돈을 한푼 얻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하지만, 사람을 얻었다면 그 사람을 통해서 꾸준하게 돈이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잘하는 첫번째 비결이 바로 사람을 얻는 거다. 돈을 보고 열심히 뛰어가는 것이 비즈니스의 첫번째 비결이 결코 아니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당신을 신뢰하고 당신의 성공을 지지하는 진정한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의 비즈니스는 성공한다. 에셔의 그림처럼 나와 띠로 묶여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좋은 인생, 행복한 인생, 성공한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인생의 행복 역시 사람을 통해서 온다. 나를 신뢰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와 같은 띠로 묶였다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거다. 나의 행복과 성공을 간절히 기원하는 사람이 있고 나 역시 그의 행복과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를 통하여 내 인생의 행복이 온다.

그럼, 나와 같은 띠로 묶이는 그런 소중한 사람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얻으려면 당신은 그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상대에게 이익을 주는 거다. 너무 냉정하게 들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솔직하게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이고, 당신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

물론, 이익은 금전적인 이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돈도 될 수 있고, 명예, 기분 좋음, 감동, 만족 등 이익의 형태는 다양하다. 나에게 아무런 금전적인 이익을 주지는 못해도 어떤 사람들 만나면 아이디어가 생기고 인생의 지혜를 하나씩 얻는다면 그는 나에게 충분한 이익을 주는 사람이다.

때로는 어떤 장애인을 내가 도와주고 후원함으로써 나에게 보람이 생기고 그 보람이 내 인생의 큰 활력을 준다면 그 장애인 역시 나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이익을 준다면 당신은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 그 이익이 꼭 돈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떠한 형태라도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물론 나 역시 나에게 많은 것을 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할거다.

인간관계의 또 하나의 원칙은 give and take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모두 give and take의 원칙을 지킨다. 반면,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은 give and take의 원칙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은 순서다. give and take와 take and give의 차이는 매우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give and take를 말하면서 take and give로 행동한다. Give and take와 take and give의 차이가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를 만든다. 중요한 건 순서다.

주고 받는 것 역시 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먼저 인사를 한다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거나, 또는 먼저 무거운 짐을 들어준다거나 등등 내가 상대에게 먼저 베풀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먼저 베푸는 것이 좋다. 때로는 그렇게 하다 보면 나 혼자 손해를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give and take를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take and give는 한다. 그러니 부담 없이 먼저 주는 것을 생활화해보라. 먼저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과 전화를 받고 상대의 안부를 묻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른 거다.

얼마 전 일본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혼다 켄이 말했던 부자가 되는 비결이 생각난다.
“너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라. 그리고 그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라. 그러면 너는 부자가 될 거다.”

이 말대로 하면 부자가 되는 길은 간단하다. 어쩌면 꼭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이 아니더라도 그의 말대로 하면 인생의 행복이 올 거 같다. 나는 그의 말을 여러 사람에게 전했다.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것>에 집중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알았다.

그의 말 속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당신도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면서, 그와 신뢰를 쌓고 사랑을 나눠보라. 에셔의 그림처럼 당신과 띠로 묶여지는 사람을 만들어라. 그러면 그를 통해 돈도 오고 당신이 원하는 기회도 인생의 행복도 올 거다.

유대의 띠란 에셔의 그림 속에서 그렇게 하나의 띠로 연결된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하고 있을 거 같다. 그림은 그들이 어떤 액체 속에 있는 거 같은 느낌을 준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남자가 사과 나무에 달린 적당히 큰 사과의 껍질에 <사랑한다>는 글자 모양이 남도록 사과를 종이로 씌웠다. 햇볕을 받은 부분과 받지 않은 부분의 색이 달라진 사과는 후에 <사랑한다>는 글자를 써 넣은 것처럼 만들어졌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그 사과를 선물했다. 선물을 받은 여자는 감동을 했고, 그 감동을 영원히 간직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사과를 생물시간에 보았던 포르말린 용액 속에 보관하였다고 한다.

아마 에셔의 유대의 띠에 나오는 두 남녀를 담고 있는 액체는 무엇이든 변하지 않고 영원히 보존하는 그런 액체가 아닐까?

그들의 사랑은 영원할 거 같다.



제공 : 코리아인터넷닷컴, a 2004년 06월 11일
저자 : 박종하  
<저자>박종하(jhpark@korea.internet.com)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인터넷 벤처 창업을 거쳐 현재는 창의력 칼럼니스트로 창의력. 문제해결. 셀프리더십 등 자기 개발 분야의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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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고독




이 그림(석판화)은 전망대라는 에셔(M. C. Escher)의 작품이다. 전망대의 위층으로 올라가려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아래층의 내부에 놓인 사다리를 올라가면 위층의 외부로 올라갈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이미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어떤 부인은 멀리 전망을 보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부인도 전망대로 안내를 받고 있다. 아마, 내부에서 외부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타고 그 부인도 전망대로 올라갈 거 같다.

그림의 아래 부분에는 어떤 소년이 무엇인가를 들고 생각에 잠겼다. 그 소년이 들고 있는 것을 자세히 보면 불가능한 대상이다. 1958년 작품인 에셔의 전망대에 나타난 그 불가능한 입방체를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소년은 불가능한 형상을 들고, 그것의 전개도처럼 보이는 어떤 도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소년은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소년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앉아있는 전망대의 전체가 바로 자신의 손에 있는 불가능한 형상처럼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거다.

어쩌면 그 소년은 처음부터 알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게 보면 그 소년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알 수 없는 형상을 갖고 고민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그렇지 않나.

나는 그림 속의 소년을 보면 수학자 칸토어와 괴델이 생각난다. 그들은 그림 속의 소년처럼 고독했고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수학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고, 정신쇠약으로 죽었다는 거다. 에셔와 비슷한 시대를 살면서 말이다.

우리는 가끔 그림 속의 소년처럼 고독에 빠진다. 칸토어와 괴델처럼 인간지성의 한계에 도전하며 극도의 정신쇠약에 시달리지는 않아도,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생각에 잠기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은 불가능한 입방체 대신 사업계획서를 들고 생각에 잠기고, 어떤 사람은 사진 속의 여자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혹시 지금 당신이 고독하다면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있나?

우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쉽게 얻어지는 것보다는 얻기 어려운 것을 더 많이 원한다. 그리고, 하나를 얻은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얻으려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욕심은 도전하게 하고, 때로 그를 고독에 빠뜨린다. 어떤 고독은 우울증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술 취함과 심한 마음의 상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욕심은 발전을 이루는 가장 큰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모든 괴로움의 출발이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금지되어 있는 것을 더 간절히 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고독은 그 뿌리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것은 전망대를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 못하는 저 먼 곳을 보기 위해 전망대에 가지 않나?

나는 내가 고독에 빠지거나 실패의 절망 속에 빠질 때면 항상 생각하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이야기가 고독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이 고독에 빠질 때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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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옛날 이스라엘의 다윗이 하루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전쟁에서 큰 승리를 얻으면 그 기쁨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화가 생기고, 자신이 전쟁에 패하여 고독과 절망에 빠지면 그것 역시 화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보석 세공인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전쟁에서 이기거나 패할 때 모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좋은 말을 반지에 새겨서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석 세공인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솔로몬에게 갔다. 솔로몬은 바로 대답해줬다고 한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제공 : 코리아인터넷닷컴, a 2004년 06월 04일
저자 : 박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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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아이디어가 돈이다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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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0.5 1달러를 빌린 사람

한 은행에 최고급 정장을 하고, 명품 시계, 보석 박힌 넥타이핀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 첫 인상부터 엄청난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은행원들은 매우 친절하게 그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돈을 좀 빌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신가요>
<1달러요>
<네?>


<1달러만 빌리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은행 규정에 맞는 담보만 있다면요>
<이걸 담보로 하지요>

그 남자는 황금을 꺼냈다. 대략 100만 달러 정도의 값어치가 나가는 황금이었다. 은행 직원은 매우 놀랐다. 그를 보며 남자는 말했다.

<이거면 충분합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만, 손님이 대출 받고자 하시는 금액이 1달러가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럼, 여기 서류를 작성해주십시오. 이자는 1년에 6%입니다. 1년이 지난 후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으시면 담보를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1달러를 대출 받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쪽에서 그를 지켜보던 은행장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은행의 은행장입니다. 죄송합니다만,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담보로 제공하신 황금은 대략 100만 달러의 값어치가 나갑니다. 그런 분께서 왜 1달러를 빌리십니까? 만약, 선생님이 80만 달러를 빌린다고 하셨어도 저희는 기꺼이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이야기 만들기] 은행장의 질문에 1달러를 대출 받은 남자는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이 이야기 속에는 어떤 상황이 숨어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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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퍼즐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상황을 주고 그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다. 이야기는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하고, 상황에서 제시된 것들과 논리적으로 충돌되면 안 된다.

특별한 정답이 있는 퍼즐이 아니라, 상황을 현실성 있게 잘 설명하면 된다. 이야기 0.5에서 은행장의 질문에 이 남자는 무엇이라고 했을까? 이 이야기에 숨어있는 사건의 진실을 당신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보라. 내가 들은 이야기의 상황은 아래의 이야기 1에서 소개하겠다.

우리는 아이디어가 돈이라고 말한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만약, 당신도 아이디어가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디어가 돈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이디어가 돈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아이디어로 히트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이 잘 팔려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사람들은 주로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서 돈을 버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돈이라는 말은 어떤 상품을 만든다거나 또는 특허를 내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때때로 작은 생각의 차이가 실제로 돈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꼭 어떤 상품을 만들지는 않아도 말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본적이 있다.

몇 년 전 벤처가 열풍이었던 때다. 당시는 웹 사이트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던 초기였는데, 어떤 회사에서 웹 사이트를 통해 의료정보를 서비스했다. 그 회사는 의사들에게 칼럼을 편당 얼마의 돈을 주고 제공 받았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비슷한 컨셉의 웹 서비스를 하는 다른 회사에서는 의사들에게 돈을 받고 칼럼을 받았다.

그 웹 사이트의 마케팅을 하던 사람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의사는 법적으로 자신의 의료행위를 광고 홍보 할 수 없다. 그래서 칼럼을 통하여 어느 병원 누구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사들은 돈을 지불할 만 하다는 거다.

똑 같이 의사들에게 칼럼을 받아도 한 회사는 돈을 주고 글을 받았고, 다른 회사는 돈을 받고 글을 받았던 거다. 차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먼저 내놓은 회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현실을 고려하기 보다는 교과서적으로 행동했던 거다. 아주 특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돈이 생기는 게 아니다.

오늘 우리들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 하나하나의 작은 부분에서 돈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있던 돈도 빠져 나가기도 한다. 앞의 이야기 0.5도 생각이 돈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내가 들은 이 이야기의 진실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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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1달러를 빌린 사람의 비밀

은행장의 말을 들은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외지에서 이곳에 장사를 하러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황금이 영 불안하더군요. 그래서 몇몇 은행의 금고에 맡기려고 했는데, 보관료가 너무 비쌌습니다. 그러데 알아보니 이 은행이 보안에 가장 안전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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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 이 말의 의미는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이 말을 위험한 투자를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제로 위험한 투자가 더 큰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차이를 생각해보면, 이런 거다.

어떤 일은 정해진 대가를 받는 일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일이 있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일이 잘 되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대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월급이 없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들은 일을 하고도 돈을 잃는다.

하지만, 반대로 일이 잘되면 상한선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익의 변동폭이 넓은 사람들에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쓰는 거다.

그럼, 위험 요소가 큰 곳에 투자하는 것이 정말로 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정말 그럴까?

나는 위험을 더 많이 갖는 투자가 아니라, 상황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는 곳에 더 큰 수익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이란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험을 떠 안는 경우는 대개 아이디어가 빈곤할 때 위험을 떠 안는다. 자신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할 때가 위험한 거다. 자신의 생각이 짧을 때가 위험한 상황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어리버리한 남자가 사기꾼들에게 사기 당할 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쓰지 않나? 투자하는 돈의 액수가 클 때가 아니라, 상황을 잘 모르고 생각이 부족할 때가 가장 위험한 거다.

나는 상황퍼즐을 좋아한다. 상황퍼즐을 하나 더 소개한다. 당신이 소설가가 되어 다음 상황의 스토리를 만들어보라. 정해진 정답이란 없다.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모두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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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5 우표를 불태운 남자

영국의 한 경매장에서 매우 희귀한 우표가 경매에 부쳐졌다. 우표는 치열한 경매 끝에 매우 부유한 상인에게 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에 낙찰되었다. 그 상인은 경매장의 단상에 올라가 우표를 높이 쳐들었다. 부러움과 시기로 가득 찬 경매장에 있던 부자들은 모두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상인은 라이터를 꺼내어 우표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우표를 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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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이 상황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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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우리를 지탱하는 힘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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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박물관 도난 사건

국립박물관에 도둑이 들었다.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찰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한 범인의 공개 수배를 요청했다.

<이번 국립박물관 도난 보물은 모두 13개입니다. 그 중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비취색의 반지는 작지만, 예술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고, 희귀한 것으로 작년 뉴욕의 한 경매장에서는 비슷한 반지가 무려 300억원에 거래가 이루어진 보물 중의 보물입니다. 보물을 훔친 범죄자는 매우 중대한 벌을 받게 될 것이고, 만약 자수한다면 관대하게 선처할 것입니다>

텔레비전 방송이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투성이가 된 도둑이 자수하며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그는 조직 내에서 집단 구타를 당하다가 극적으로 도망을 쳤다고 했다.

<저희는 모두 12개의 보물을 훔쳤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말한 비취색 반지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 방송이 나간 후에 우리 두목은 우리들을 하나하나 의심하며 하루에 한 녀석씩 무참하게 패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중에 누가 그 반지를 훔쳤는지 몰라도 저는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 반지를 보지도 못했다고요>


경찰 조서를 받던 자수한 범인은 자신이 반지를 빼돌리지 않았다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그에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자네를 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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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은 나와 철저하게 대립 상황에 있는 조직이나, 냉혹한 제로섬 게임을 하는 상대 조직을 무너뜨리는 효과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술수로 상대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 1과 같은 범죄 집단이나 비양심적인 조직을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거꾸로 내가 비슷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방법이다.

이야기 1의 진실은 이렇다.
경찰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 발표한 비취색 반지는 애당초 도난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고가의 비취색 반지가 12개의 도난 품과 같이 도난 당했다고 텔레비전에 발표함으로써 범인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범인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지기 시작했던 거다.

두목은 비취색 반지를 챙기기 위해 조직원들을 하나하나 신문했으며 서로를 믿지 못했던 조직은 와해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그것을 노리며 도난 당하지도 않았던 비취색 반지를 도난 품목에 포함시켰던 거다.

이야기 1처럼 상대 조직을 무너뜨리는 가장 주요한 방법은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거다. 그리고, 반대로 우리 조직 역시 서로의 신뢰가 깨진다면 바로 무너진다. 조직을 지키는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바로 신뢰인 거다. 그래서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조직을 지키고 싶다면 서로를 믿어야 한다.

리더의 역할은 말 그대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거다. 그리고 그 리더십의 가장 기본이 바로 신뢰다. 리더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신뢰를 주는 거다. 자신이 받는 신뢰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다.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어떤 성취를 이루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지지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하지 않나? 신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는 것이 바로 성공의 가장 큰 원천이다.

그리고,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는 거다. 회사의 크기는 사장의 그릇만큼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사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직원을 믿어주는 거다. 사장이 직원을 믿지 못하면 그 회사의 앞날은 없다.

<사람을 썼으면 실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믿고 맡긴다>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말을 조직의 리더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적인 믿음도 가져야 하고, 일에 대한 믿음도 가져야 한다. 가령, 사장이 조직원의 일에 대한 능력을 의심하는 순간 조직원은 일에서 실패한다. 의심할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쓰지 말았어야 하는 거다. 하지만, 사장이 직원을 믿으면 그는 믿음에 대가를 회사에 돌려줄 거다. 그것이 바로 신뢰의 힘이다.

우리는 사랑이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다. 신뢰도 마찬가지다. 내가 얻어야 하는 신뢰가 있는 반면, 내가 줘야 하는 신뢰가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신뢰는 내가 얻는 것보다 내가 주는 거다. 우리 조직의 진짜 힘은 내가 주는 신뢰에서 생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관계를 쌓으며 살아간다. 내가 믿는 사람이 나를 믿어준다면 그와 나는 신뢰로 연결된 같은 편이 된다. 신뢰는 서로를 강력하게 밀착시키는 접착제와 같은 거다. 그렇게 나의 편이 많아지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나는 성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는 거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신뢰 역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 당신이 먼저 당신의 친구를 믿어라. 그럼 그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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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빵 가게 습격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12월 17일

나는 그 녀석에게 한번도 달리기를 져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서부터 녀석과 나는 같은 반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나는 녀석에게 달리기를 이겼다. 그 후로 5년 동안 나는 한번도 녀석에게 달리기를 져본 적이 없었다. 지난 주에 처음으로 진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지난 주부터 녀석이 달리기를 잘하기 시작한 건 분명 저 빵집 때문이다. 저 빵 가게가 들어오면서부터 녀석은 저 빵 가게에서 맛있고, 영양 많은 빵을 많이도 사먹었을 거다. 녀석의 집은 부자니까. 돈 많은 녀석의 아버지는 영양 많은 빵을 사줬을 거고, 그 빵을 먹고 난 후부터 녀석은 분명 달리기가 빨라졌다. 녀석이 달리기를 잘하기 시작한 건 저 빵집 때문인 거다. 분명하다.

“저 빵 가게가 맞아?”
“응. 저 가게야.”
“그러니까, 저 빵 가게에서 부잣집 아들이 빵을 사먹는단 말이지.”
“응. 저 빵 가게에서 계속 영양 많은 빵을 사먹으니까, 녀석이 달리기를 잘하는 거야”

“그러니까, 빵 가게에서 녀석에게 빵을 못 팔게 해야겠네.”
“그렇지.”
“그러니까, 빵 가게의 빵을 모두 훔칠까?”
“그렇지. 팔 빵이 없으면, 그 녀석에게도 빵을 팔지 못할 거 아냐.”

“하지만, 빵을 다시 만들어서 팔면 어떻게 하지?”
“시합이 1주일 남았으니까, 1주일만 빵을 못 팔게 하면 되는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일단 빵 가게에 쳐들어 가서 빵을 훔치자. 그리고 생각해보자.”
“그래.”

나는 우리 형과 빵 가게를 습격하기로 했다. 우리가 빵 가게를 습격하는 건 운동회 때문이다. 일주일 후면 운동회가 열린다. 나는 달리기 시합에 나가는데, 나는 분명 부잣집 녀석과 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 녀석은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는데, 빵 가게에서 영양 많은 빵을 먹고 나서부터 달리기가 늘었다. 그건 분명 불공평한 거다.

세상의 불공평은 바로 잡아야 한다. 녀석은 영양 많은 빵을 먹고, 나는 빵을 못 먹고 달리기 시합을 한다는 건 누가 봐도 불공평한 거다. 누구도 아버지를 잘 만났다는 것만으로 이익을 볼 수는 없다. 그건 잘못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빵 가게가 1주일만 빵을 팔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빵 가게에서 빵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가 산다.

“너희들 누구냐?”
(형, 어떻게 하지? 주인 아저씨야.)
“나는 빵집 주인인데, 영업이 끝났다고 써 붙였는데, 왜 가게에 들어왔니?”
“음. 저희가 빵을…”
“너희들 도둑이구나. 그렇지?”

나는 빵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만약, 아저씨가 양심이 살아 있고,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1주일만 빵 가게의 문을 닫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내가 부잣집 아들에게 빵을 팔지 않으면 넌 그 아이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길 자신이 있냐?”
“그럼요.”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네. 전 그 녀석과 5년 동안 달리기를 해서 져본 적이 없어요. 지난 주에 진걸 빼면요.”

“넌 언제부터 달리기를 잘했니?”
“음, 아주 어렸을 때부터요. 기억 나지 않아요. 아무튼, 아주 어렸을 때부터에요”
“그럼, 넌 태어나면서부터 달리기를 잘하게 태어났구나.”
“그런 거 같아요.”

“그럼, 그건 아주 불공평하구나. 넌 달리기를 잘하게 태어났고, 부잣집 아들은 달리기를 잘 못하게 태어난 거 아니니?”

문제가 생각처럼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빵 가게 아저씨가 1주일만 가게 문을 닫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아저씨는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분명히, 가게 문을 닫기가 싫어서 그런 거 같다. 자신의 돈벌이만 생각하고 사회 정의에는 관심이 없는 탐욕스러운 아저씨다. 가게에 불을 지를까? 그럼, 빵을 팔 수 없잖아. 이렇게 자신의 욕심만 아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불을 지르기 전에 먼저 설득을 해보자.

“아저씨, 1주일동안 가게 문을 닫으면 안 되요?”
“왜?”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죠. 불공평한 운동회가 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요.”

“만약, 아저씨가 빵을 팔지 않으면 이제 3살인 아저씨 아들은 먹을 것이 없단다. 아저씨도 아저씨의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그래도 사회 정의를 세워야죠.”

“이렇게 하자. 아저씨가 너에게 영양 많은 빵을 줄 테니, 너도 빵을 먹고 뛰어라. 그럼 공평하지.”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지만, 사실은 그것도 공평한 건 아니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달리기를 잘하게 태어났으니 말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빵을 받는 것은 기분 좋으면서도 무언가 잘못된 거 같았다. 하지만, 사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현명한 빵집 아저씨가 찾은 거다. 나는 빵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우리 형은 아저씨에게 무지 야단을 맞았다. 아저씨와 형은 한참을 이야기 했고, 형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처진 채로 집에까지 갔다.

“넌 달리기가 좋냐?”
“응. 난 달리기가 제일 좋아.”
“왜 좋아?”
“그냥 좋아. 달리기를 하면 재미있고, 그냥 자꾸 하고 싶어.”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달리기를 열심히 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지 말고. 달리기에서 1등을 하는 걸 목표로 삼는 건 아주 좋은 거지만, 꼭 남을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니지. 남을 이겨야 1등을 하잖아.”
“그건 다른 거야. 1등을 하는 거랑, 남을 이기는 거랑은.”
“말이 안되지. 남을 이겨야 1등을 하는 거 아냐.”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빵집 아저씨는 네가 부잣집 아들을 이기려고 달리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데. 그 녀석은 그렇게 달리기를 잘하는 녀석도 아니니까. 오히려 너보고 목표를 세우래. 가령, 100미터를 15초에 달린다던가 하는 목표 말야.”
“와 15초. 그렇게 빨리?”
“원래 목표는 좀 어렵게 잡는 거야.”

형과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밖에서는 몰랐는데, 신발을 벗으면서 보니까 내 운동화가 너무 낡았다. 달리기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상관없다. 나는 달리기가 좋아서 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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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판단, 근본적인 원인, 타인으로부터 원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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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오아시스의 나무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12월 03일


소년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는 너무나 삭막한 사막의 한 복판에 있었다. 그 오아시스를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졌다. 가끔 소년은 오아시스를 벗어나서 사막의 반대편 쪽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사막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 바람. 사막은 죽음의 땅이었다. 그 죽음의 땅에 이렇게 작은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소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었다.

소년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에는 큰 나무가 있었다. 소년은 그곳에서 나무와 함께 살았다. 오아시스의 크지 않은 옹달샘은 소년과 나무에게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 소년도 오아시스의 물을 마시며 살았고, 나무도 오아시스의 물 때문에 살 수 있었다. 물은 소년과 나무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소년은 나무를 사랑했다. 나무는 소년이 태어났을 때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소년이 자라서 청년이 되었을 때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청년이 어른이 되어 가족을 거느릴 때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나무는 소년과 삶을 함께한 유일한 친구이며 추억이었다. 어른으로 장성하여 자식을 거느리게 된 후에도 그는 나무를 사랑했다. 나무는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청년이 되면서 그는 많은 공부를 했다. 그는 공부를 통해서 바다에는 해적이 있고, 산에는 산적이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막에도 사막의 도적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도 사막의 도적들에게 언제든지 침략당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전쟁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해 여름의 가장 중간에 있는 날이었다. 그날은 태양이 너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은 그로 하여금 오아시스의 물가에서 하루를 보내게 만들었다. 사막은 죽음의 땅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것은 이 오아시스의 물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는 나무를 보았다. 그는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무와 함께 살아 왔지만,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고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나무는 물을 먹으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는 나무가 먹고 있는 오아시스의 물이 아까워졌다. 그는 나무가 자신에게도 부족한 오아시스의 물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무가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자신의 오아시스가 바닥이 나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삭막한 죽음의 사막에서 갈 곳 없이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그는 나무를 잘라버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무가 먹는 물이 아까워서 나무를 자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당장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어서 오아시스의 물이 바닥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무가 먹고 있는 물이 아깝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나무를 베어버린다는 것은 명분이 크게 서지 않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객관적인 명분을 만들어서 행동한다. 하지만, 그 객관적인 명분이란 것은 객관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상태에서 객관적인 명분은 항상 만들어진다. 단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라는 형식으로 포장만 될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는 나무를 베어버릴 명분을 찾아 다녔다.

그는 어느날 사막의 도적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를 침략하여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노예로 끌고 가는 무서운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가족들에게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현실의 경고를 한다. 이미 우리의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가족들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나무가 너무 커져서 사막의 도적들이 사막을 건너다가 나무를 보고 우리 오아시스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안전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베어버려야겠다>

정말로 안전을 위해서 일까, 아니면 나무가 먹는 물이 아까워서 일까. 그는 나무를 베었다. 오아시스는 나무가 없는 오아시스가 되었다. 나무가 없어진 오아시스의 물들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던 나무 그늘이 없어진 오아시스의 물들은 빠르게 하늘로 증발하여 없어지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후, 오아시스는 사막이 되었고 그는 삭막하고 황량한 죽음의 사막 한 복판에 버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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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20:80 법칙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12월 10일

<너 영어 공부 왜 하냐? 영어 쓸 일이 있어? 그냥 막연하게 공부하는 거, 그게 제일 문제야. 인생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살아야 기회도 오고 성공도 오는 거야. 막연하게 남들이 다 하니까 그냥 따라서 하는 거. 너가 영어 공부하는 거 그런 거잖아. 안 그래?
그렇게 살면 바보 되는 거야. 알았어?>

내가 영어 공부한다며 저녁 시간에 학원을 다니던 후배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영어 배운다고 시간 낭비하고 돈 낭비하고. 배우는 거보다 낭비하는 게 더 많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나도 내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는 게 아쉬운 순간이 가끔씩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

오늘은 겨울의 첫 날이다. 겨울의 신고식을 하듯 날씨는 무척이나 추웠고, 나는 회사 부서장 워크숍 때문에 토요일 오후에 이렇게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와있다. 사실 나는 부서장이 아니다. 우리 부서장이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타로 워크숍에 따라왔다. 이렇게 누구의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나는 지금 자리를 잘못 앉았다. 우리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외부 초청인사 강의를 들으러 강의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식당 테이블의 한쪽 구석에 앉았는데,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내 앞에는 외국인 리차드가 내 옆에는 외국인 데이비드가 앉았다. 대략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중에 왜 하필이면 단 2명 있는 외국인 컨설턴트들이 모두 내 앞과 옆에 앉았을까.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다른 부서장들과도 친하지 않으니까. 뭐.

밥을 먹으면서 리차드와 데이비드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리차드의 옆에 앉은 마케팅 부서의 팀장도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든 건지.

날도 추운 주말에, 어딘지도 잘 모르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대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이란, 참 지겨운 거다. 더욱이 지금은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무슨 말을 주고 받는지도 모르면서 앵앵 거리는 영어의 소음을 듣고 있지 않나? 사람들은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왠지 혼자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때 내 앞의 리차드가 뜨문뜨문 말했다.

“우리가 하는 말 이해해요?”
“아뇨, 전혀”

리차드는 인상이 아주 참 좋아보였다. 항상 선하게 웃으며 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같았다. 데이비드는 괜히 잘난 척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거 같은데, 리차드는 그렇지 않았다. 하는 말은 못 알아 들어도 사람은 표정으로 많은 걸 알 수 있다.

리차드가 자신과 데이비드의 대화를 이해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영어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처럼 나도 영어를 잘 못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가 안 되니 무슨 말을 하겠나?

“20:80 법칙 아냐고 물었어”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하자, 리차드가 또 뭐하고 말했는데, 옆에 있던 마케팅 팀의 부서장이 나에게 통역처럼 말을 건넸다.

20:80 법칙이라. 이 법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법칙이다. 나는 평소 20:80 법칙을 비즈니스의 위대한 발견이라고 말하곤 했다. 부서에 새로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후배가 고민을 이야기해도, 나는 80%을 만드는 핵심 20%을 찾으라고 충고하곤 했다. 아, 내가 아주 좋아하는 20:80 법칙에 대하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영어가 안 되서 이야기를 못하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영어에서도 20:80 법칙이 적용된 데. 그러니까, 상대의 말 20%을 알아들으면 전체 의미의 80%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거지”

이번에도 마케팅 팀장이 리차드의 말을 통역하듯 전했다. 그의 말에 나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20:80 법칙의 예찬론자였다.

<모든 성과의 80%는 20%의 노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무조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핵심 20%을 찾아서 그곳에 집중해야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얻는다. 가령, 백화점 매출의 80%는 20%의 고객에게서 나온다. 백화점 주인은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정성을 기울이기 보다는 80%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20%의 고객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그것은 시장에서 조그만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도 알고 있는 거다. 20:80 법칙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장사하시는 분들은 80%의 매출을 올려주는 단골손님을 만들려고 하지 않나>

내가 평소에 그렇게 칭송하던 20:80 법칙이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나는 오싹 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음, 조급함. 갖지 말고. 약간만 익숙해져요. 그럼, 어느 순간에 귀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 거에요. 약간만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영어가 들리거든요”

리차드는 우리말로 뜨문뜨문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지 영어로 말했다. 마케팅 팀장이 또 전했다.

“너무 기죽지 말래. 아주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귀가 뻥 뚫리면서 들린데. 상대의 말을 100% 다 알아들어야 의사소통이 되는 게 아니라네. 좀 전에 말한 것처럼 20%까지만 알아들으면 되니까, 그때까지 약간만 익숙해지면 된다는 군”

별로 기분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리차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식당에서 나와 강의장에서 외부 초청인사의 강의를 들었다. 어차피 대타로 온 워크숍에는 별다른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오늘 내가 해야 하는 미션은 자리를 채우는 일 아닌가?

<여러분 성공이 어떻게 찾아온다고 생각하세요? 가끔 사람들은 누군가의 큰 성공에 주눅이 들어서 자신은 그런 일을 절대로 하지 못할 거라고 미리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 말을 기억하세요. 성공은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내가 100을 만든다고 해보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세월에 100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미리 계산하고 포기하죠. 하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쌓아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쌓은 것이 약 20 정도 되면요, 그때서부터는 급속도로 빨리 20에서 30, 40, 80까지 가는 겁니다. 그렇게 100이 만들어져요. 처음이 좀 오래 걸리지 어느 순간부터는 쉽게 가는 겁니다. 그게 성공의 방정식이에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작은 성공을 거두어야 합니다. 작은 성공을 하다 보면 큰 성공이 따라오기 때문이죠. 큰 성공은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하실 수 있는 작은 성공들을 하나하나 쌓으면요, 어느 순간 큰 거대한 성공이 따라오는 겁니다. 성공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파이팅 한번 합시다. 감사합니다.>

리차드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강사의 끝마치는 소리와 함께 터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몽롱한 상태로 2시간을 보낸 거 같다. 지루한 강의가 끝나고 모두 밖으로 나갔다. 야외에는 캠프 파이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제서부터는 겨울이라는 선을 긋기 위해서인지 겨울의 첫날 밤은 무척 쌀쌀했다. 우리는 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한 잔 받으시고, 저도 한잔 주세요. 오늘 날씨 참 춥죠.”


* 이 글은 한 페이지 이야기(1 page story)의 형식으로 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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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크리스마스 선물
날짜:2004년 12월 24일

(앞 부분은 생략합니다.)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투자하는 거네.”
“투자요?”
“그렇지. 투자하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네.”

“하하, 할아버지 전 투자할 돈이 없어요”
“자네는 투자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네처럼 투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있지. 무엇이든 실용적 개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투자의 실용적 개념을 파악해야 하네.”

나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자가 되는 법이란 걸 저녁을 먹으면서 한마디 말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이상한 거다. 그런 기대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인드다. 한마디 말로 어떻게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실용적 개념이라는 게 뭐죠?”
“어떤 것이 갖는 현실적인 진짜 의미를 말하는 거네. 무엇이든 진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

할아버지는 내 손에 든 영어 교재를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하냐고 물었다. 그러시더니, 왜 영어 공부를 하냐고 물었다. 나는 영어를 못하면 승진도 못하고, 요즘은 영어가 필수라는 현실을 말씀 드렸다.

“자네, 영어와 컴퓨터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나?”
“영어와 컴퓨터는 요즘 세상의 필수라는 공통점이 있죠.”
“그러니까, 왜 요즘 세상에 영어와 컴퓨터가 필수냐 말일세?”
“그게 현실이니까요.”

“자네는 실용적 개념을 파악하는 훈련이 전혀 안 돼있군. 요즘 젊은이들은 영어의 실용적 개념을 자격증처럼 생각하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먹을지 모르면서도 그냥 잘하면 유리한 것으로 말이야. 하지만, 영어의 더 중요한 실용적 개념은 정보와 기회라는 거야. 그런 면으로 보면 영어는 컴퓨터와 같은 실용적 개념을 갖는 거지. 정보와 기회 말야.”

할아버지는 컴퓨터의 의미를 과학과 계산 기계로 접하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영어가 갖는 의미 역시 정보를 더 빨리 많이 얻을 수 있는 도구라고 지적했다.

“생각해보게. 자네가 어떤 정보가 필요한데, 한글 사이트만 검색을 하는 것과 영어 사이트까지 같이 검색한다면 자네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은 무척이나 큰 차이가 있을 걸세. 그런 정보의 양과 질의 차이가 때로는 돈이 되고 때로는 권력이 되는 거지.”

찬물 한 통을 뒤집어 쓴 느낌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한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투자의 실용적 개념은 무엇입니까?”
“투자란 나갔다가 더 큰 것이 되어서 되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네.”
“100원을 투자하여 1,000원을 얻는 걸 말씀하시는군요.”

“비슷하네. 자네는 투자를 하고 있나?”
“아까 말씀 드렸듯이 전 투자할 돈이 없습니다.”
“자네는 투자라고 하니까, 계속 주식과 부동산 같은 걸 생각하는군. 하지만, 돈을 투자하는 것은 여러 가지 투자 중에 가장 나중에 하는 거야. 먼저 해야 할 투자들을 모두 하고 말이야.”

“돈이 안 들어가는 투자도 있나요?”
“투자라는 건 돈을 포함하여 자네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으로 하는 거라네. 자네의 행동이나 말이나 심지어 그 웃음까지, 자네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 말이야 ”

“제 행동이나 웃음까지도 투자가 되고 있는 거라고요?”
“그렇지. 다시 말하지만,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은 투자하는 거야. 투자란 자네에게서 나와서 자네에게 되돌아 갈 때, 돈을 친구로 함께 데리고 가는 모든 것이라네.”
“재미있는 비유군요.”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네. 자네의 노력과 시간도 생명이 있어서, 자네에게서 나와서 어떤 것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그냥 떠나버리지. 또, 어떤 것들은 아주 큰 돈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돌아오지. 생명이 있는 건 돈이나 노력, 시간들만이 아니네. 자네가 하는 인사나, 웃는 미소 하나에도 모두 생명이 있지. 어떤 사람의 미소는 그에게 황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갖다 주지. 부자가 되는 비결은 바로 그걸세. 자신에게서 나가는 모든 것들이 더 큰 것들을 가지고 되돌아오게 하는 거 말이야.”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앞에 있던 초밥을 모두 먹었다. 할아버지는 시계를 보시더니, 오늘 서로가 좋은 선물을 주고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옆에 놓아 두었던 모자를 집어 드셨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비결을 듣고 싶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나가는 것이 큰 돈이 되어 되돌아오게 할 수 있나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네 스스로 찾아보게. 이것만 기억하면 돼. 중요한 건,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다는 거야. 자네에게서 나가는 모든 것에 말이야. 자네의 그 선한 웃음까지도 말이야.”

할아버지는 핸드폰의 단축키를 누르시더니, 이제 그만 가자고 한마디를 하셨다. 할아버지가 오늘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 것도 나에게서 나간 웃음이 할아버지의 선물로 되돌아온 것일까?

조그만 초밥집 앞에 큰 외제차가 섰다. 몇 사람이 나오고 할아버지는 그 차를 타시며, 이쪽으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웃으셨다. 그리고, 차는 가버렸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던 주인이 내게 말했다.

“저 할아버지. 1년에 꼭 이맘 때쯤에 한번 오시는데, 어마어마한 부자 같아요. 겉보기에는 안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자라고 전에 어떤 손님이 그러시던데요.”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다. 선물을 받기만 할 나이가 지나버린 나는 오늘 처음 보는 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았다. 선물을 주고 받을 때에는 굳이 좋은 걸 줬는지, 비싼 걸 받았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걸 비교한다는 것부터가 선물이 주는 행복을 빼앗아간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할아버지에게 작은 걸 드리고,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투자를 해야겠다. 내 작은 미소까지도 많이 내보내야겠다. 친구들을 많이 데리고 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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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쓴 짧은 단편 중의 일부입니다.
모두들 행복한 크리스마스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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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Nothing exists: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  
저자: 박종하 |  날짜: 2005년 01월 21일  

화창한 일요일이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점심이 다 되도록 게으름을 피웠다. 특별히 피곤한 건 없다. 하지만, 일요일은 누적된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몸이 피곤하다. 

오늘은 아내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친한 고등학교 친구다. 이제 게으름 그만 피우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늦장을 부리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집은 공용 주택인 빌라다. 우리 빌라는 1층이 주차장인데, 주차장의 입구에 정체불명의 차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차는 뭐야?”
“전화번호도 안 적혀 있는데.”

늦장을 부리다 약간 늦게 출발을 하던 길이었다. 마음이 조급한데,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는 차를 보니 무지 성질이 났다. 가로막혀 있는 차를 치우지 않고서는 주차장에서 우리 차를 도저히 빼지 못할 거 같았다. 

“3층 외국인 차인가?”
“새로 이사온 사람?”
“그래, 처음 보는 번호잖아. 일단 가서 물어보자.”

아내와 나는 3층으로 뛰어갔다. 벨을 누르고 안 되는 영어로 손짓해가며 물었다. 

“Hmm .. this car .. your car?”
“I have no car.”

주차장 앞을 몇 번 뛰어다녔지만, 차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아내와 나는 택시를 탔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결혼식을 놓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택시는 빨리 잡았다. 이리저리 뛰느라 가빠진 숨을 가다듬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하기로 했다. 남의 주차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마음 편히 사라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아마 딱 5분 정도만, 어쩔 수 없이, 주차할 곳이 없어서, 세웠을 거다. 딱 5분 안에 일을 끝 내려고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갑자기 생겼을 거다. 그래서 시간이 아마 10분이 되었을 거다. 우리는 운이 좋지 않아서 그 10분 동안에 그 차와 마주친 거다.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니까, 아마 아침에 먹은 약간의 골탕은 오후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거다. 어떤 일의 액땜이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말야. 아까, 3층의 흑인 말야. 자기는 차가 없다고 하는데, I have no car 라고 하더라. 그치?”
“맞는 표현이잖아?”
“그래, 맞는 표현이기는 한데, 우리 식으로 ‘나는 차가 없다’고 할 거 같으면, I don’t have a car 라고 할 거 같은데, I have no car 라고 하니까. 우리 말로 생각하면 ‘나는 없는 차를 갖고 있다’ , 뭐 이런 거 아니야?”
“그래? 듣고 보니까, 그러네.”

I have no car. 영어에서는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 동사를 부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명사를 부정하는 표현이 많다. 하지만, 아내의 말대로 우리 식으로 생각해보면 무척 이상한 말이다. 아내는 외국인이 썼던 영어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런 말 들어봤어? 0의 발견이 인류의 가장 창의적이 아이디어라는?”
“그래? 들어본 것도 같은데. 0이 가장 늦게 발견된 숫자라며?”
“0이란 개념은 정말 수학뿐 아니라 인류의 모든 학문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야.”
“그래? 뭐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뭐가?”
“0이란 없는 거잖아. 그런데, 없는 걸 표현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해? 0을 0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가령, 우리가 아는 공집합 같은 것도 그렇잖아.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거잖아. 뭔가 잘못된 거 아냐?”
“골치 아프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필요하고 중요하니까, 사람들이 쓰겠지.”
“생각해볼수록 이상하네. 없는 것의 존재를 말한다. 없는 것이 존재한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한다. 없는 게 존재할 수 있나?”

아내는 골치 아픈 이야기를 시작했다. 택시 안에서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고, 나는 예식장까지 가는 내내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라는 골치 아픈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정말 다행인 건 길이 막히지 않아서 우리가 결혼식장에 생각보다 약간 먼저 도착했다는 거다.

신랑과 신부는 환하게 웃으며 정중하게 예식을 하나하나 수행했다. 결혼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모든 시간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더욱이 어떤 순간들은 머리 속에서 매번 반복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있나.

결혼식이 끝나고 아내의 고등학교 친구 5명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라 금방 헤어지지 못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같이 갔다. 여자 5명에 남자는 2명이다. 5명의 친구 중 결혼한 친구가 2명이었다. 2명의 구경꾼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사이, 5명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넌 결혼 안 하니?”
“요즘 같아선 영 생각도 없다. 결혼은 어려운 일인 거 같아.”
“넌 어때? 넌 그 선배 오래 만났잖아.”
“사실, 난 아직도 확신이 없다. 좀 유치한 말이지만, 사랑이 정말 존재할까? 난 그걸 잘 모르겠어. 사랑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
“맞아. 사랑이란 게 정말 있을까? 사람들이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이혼하잖아.”
“하긴 믿을 수 있는 사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아. 막 죽고 못산다고 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쉽게 헤어지잖아.”
“어쩌면 있지도 않은 걸 사람들이 찾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있는 거냐 말이지.”
“어떤 시인이 그러더라. 사랑이란 양파와 같다고. 양파의 껍질을 벗기고 벗겨도 양파는 나타나지 않는데, 사람들은 양파가 있다는 걸 알잖아. 사랑도 그런 거래. 있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존재하는 거고, 의심하고 존재를 찾으려 하고 증명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거.” 

여자들의 수다가 끝났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겨우 자리를 지키던 나는 이제 겨우 해방됐다. 1년 만에 만나거나 때론 5년 만에 만나도 친구들은 항상 어제 만난 것처럼 거리가 없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도 친구를 만날 때처럼 편하거나 거리감 없이 대하지는 못한다. 친구라는 이름이 친구들을 언제나 거리감 없이 묶는 것 같다.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하철을 탔다. 

“아까, 말했던 양파 같은 사랑, 기억나?”
“응, 사랑은 양파와 같다며. 이미 존재하는데 찾으려고 껍질을 벗겨도 찾을 수 없는 양파. 좀 유치하다. 그치?”
“뭐가 유치해?”
“아니, 뭐 그러니까. 그런데, 양파라는 시도 있어? 정말이야?”
“그래, 정말이야. 그리고, 그 말 맞는 거 같아. 사랑은 양파처럼 존재한다는 말 말야.”
“양파. 사랑은 양파다. 재미있는 비유야.”
“그런데, 어쩌면 사랑만 양파 같은 게 아니고, 대부분의 것들이 양파 같을지도 몰라. 종교도 그렇잖아.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만 누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신이 존재하니 말야.”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대함 같은 거군.”
“어쩌면, 모든 것의 존재 형식이 아닐까?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라고 하는 게 맞을까?”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
“그래, 양파 같이 말야. 껍질을 벗기고 벗겨도 존재를 찾을 수 없지만, 존재하지. 사랑이나 종교적인 믿음도 그렇고. 또 인간적인 신뢰나 선한 마음 뭐 이런 것들이 모두 그런 거 아냐?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만 이미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갑자기 아침의 ‘I have no car’가 생각나는군.”
“그래, 어쩌면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가득할지도 몰라”
“모르겠다.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 아, 골치 아파.”

주차장을 막고 있던 차는 없어졌고, 우리 빌라는 아주 평온해 보였다. 정작 오늘 결혼한 친구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와 집으로 들어왔다. 결혼이란 두 사람을 보이지 않는 하나의 고리로 묶는 거다. 어쩌면, 그 고리 역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존재할 수도 있다. 그 고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고리가 존재할 것이고, 그 고리의 존재를 증명하고 찾으려고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 고리가 존재하지 않을 거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아무튼. 인상 좋았던 신랑의 얼굴이 생각난다. 둘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SB패밀리

[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Nothing exists: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  
저자: 박종하 |  날짜: 2005년 01월 21일  

화창한 일요일이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점심이 다 되도록 게으름을 피웠다. 특별히 피곤한 건 없다. 하지만, 일요일은 누적된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몸이 피곤하다.

오늘은 아내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친한 고등학교 친구다. 이제 게으름 그만 피우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늦장을 부리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집은 공용 주택인 빌라다. 우리 빌라는 1층이 주차장인데, 주차장의 입구에 정체불명의 차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차는 뭐야?”
“전화번호도 안 적혀 있는데.”

늦장을 부리다 약간 늦게 출발을 하던 길이었다. 마음이 조급한데,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는 차를 보니 무지 성질이 났다. 가로막혀 있는 차를 치우지 않고서는 주차장에서 우리 차를 도저히 빼지 못할 거 같았다.

“3층 외국인 차인가?”
“새로 이사온 사람?”
“그래, 처음 보는 번호잖아. 일단 가서 물어보자.”

아내와 나는 3층으로 뛰어갔다. 벨을 누르고 안 되는 영어로 손짓해가며 물었다.

“Hmm .. this car .. your car?”
“I have no car.”

주차장 앞을 몇 번 뛰어다녔지만, 차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아내와 나는 택시를 탔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결혼식을 놓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택시는 빨리 잡았다. 이리저리 뛰느라 가빠진 숨을 가다듬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하기로 했다. 남의 주차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마음 편히 사라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아마 딱 5분 정도만, 어쩔 수 없이, 주차할 곳이 없어서, 세웠을 거다. 딱 5분 안에 일을 끝 내려고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갑자기 생겼을 거다. 그래서 시간이 아마 10분이 되었을 거다. 우리는 운이 좋지 않아서 그 10분 동안에 그 차와 마주친 거다.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니까, 아마 아침에 먹은 약간의 골탕은 오후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거다. 어떤 일의 액땜이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말야. 아까, 3층의 흑인 말야. 자기는 차가 없다고 하는데, I have no car 라고 하더라. 그치?”
“맞는 표현이잖아?”
“그래, 맞는 표현이기는 한데, 우리 식으로 ‘나는 차가 없다’고 할 거 같으면, I don’t have a car 라고 할 거 같은데, I have no car 라고 하니까. 우리 말로 생각하면 ‘나는 없는 차를 갖고 있다’ , 뭐 이런 거 아니야?”
“그래? 듣고 보니까, 그러네.”

I have no car. 영어에서는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 동사를 부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명사를 부정하는 표현이 많다. 하지만, 아내의 말대로 우리 식으로 생각해보면 무척 이상한 말이다. 아내는 외국인이 썼던 영어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런 말 들어봤어? 0의 발견이 인류의 가장 창의적이 아이디어라는?”
“그래? 들어본 것도 같은데. 0이 가장 늦게 발견된 숫자라며?”
“0이란 개념은 정말 수학뿐 아니라 인류의 모든 학문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야.”
“그래? 뭐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뭐가?”
“0이란 없는 거잖아. 그런데, 없는 걸 표현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해? 0을 0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가령, 우리가 아는 공집합 같은 것도 그렇잖아.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거잖아. 뭔가 잘못된 거 아냐?”
“골치 아프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필요하고 중요하니까, 사람들이 쓰겠지.”
“생각해볼수록 이상하네. 없는 것의 존재를 말한다. 없는 것이 존재한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한다. 없는 게 존재할 수 있나?”

아내는 골치 아픈 이야기를 시작했다. 택시 안에서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고, 나는 예식장까지 가는 내내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라는 골치 아픈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정말 다행인 건 길이 막히지 않아서 우리가 결혼식장에 생각보다 약간 먼저 도착했다는 거다.

신랑과 신부는 환하게 웃으며 정중하게 예식을 하나하나 수행했다. 결혼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모든 시간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더욱이 어떤 순간들은 머리 속에서 매번 반복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있나.

결혼식이 끝나고 아내의 고등학교 친구 5명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라 금방 헤어지지 못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같이 갔다. 여자 5명에 남자는 2명이다. 5명의 친구 중 결혼한 친구가 2명이었다. 2명의 구경꾼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사이, 5명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넌 결혼 안 하니?”
“요즘 같아선 영 생각도 없다. 결혼은 어려운 일인 거 같아.”
“넌 어때? 넌 그 선배 오래 만났잖아.”
“사실, 난 아직도 확신이 없다. 좀 유치한 말이지만, 사랑이 정말 존재할까? 난 그걸 잘 모르겠어. 사랑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
“맞아. 사랑이란 게 정말 있을까? 사람들이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이혼하잖아.”
“하긴 믿을 수 있는 사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아. 막 죽고 못산다고 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쉽게 헤어지잖아.”
“어쩌면 있지도 않은 걸 사람들이 찾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있는 거냐 말이지.”
“어떤 시인이 그러더라. 사랑이란 양파와 같다고. 양파의 껍질을 벗기고 벗겨도 양파는 나타나지 않는데, 사람들은 양파가 있다는 걸 알잖아. 사랑도 그런 거래. 있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존재하는 거고, 의심하고 존재를 찾으려 하고 증명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거.”

여자들의 수다가 끝났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겨우 자리를 지키던 나는 이제 겨우 해방됐다. 1년 만에 만나거나 때론 5년 만에 만나도 친구들은 항상 어제 만난 것처럼 거리가 없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도 친구를 만날 때처럼 편하거나 거리감 없이 대하지는 못한다. 친구라는 이름이 친구들을 언제나 거리감 없이 묶는 것 같다.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하철을 탔다.

“아까, 말했던 양파 같은 사랑, 기억나?”
“응, 사랑은 양파와 같다며. 이미 존재하는데 찾으려고 껍질을 벗겨도 찾을 수 없는 양파. 좀 유치하다. 그치?”
“뭐가 유치해?”
“아니, 뭐 그러니까. 그런데, 양파라는 시도 있어? 정말이야?”
“그래, 정말이야. 그리고, 그 말 맞는 거 같아. 사랑은 양파처럼 존재한다는 말 말야.”
“양파. 사랑은 양파다. 재미있는 비유야.”
“그런데, 어쩌면 사랑만 양파 같은 게 아니고, 대부분의 것들이 양파 같을지도 몰라. 종교도 그렇잖아.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만 누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신이 존재하니 말야.”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대함 같은 거군.”
“어쩌면, 모든 것의 존재 형식이 아닐까?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라고 하는 게 맞을까?”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
“그래, 양파 같이 말야. 껍질을 벗기고 벗겨도 존재를 찾을 수 없지만, 존재하지. 사랑이나 종교적인 믿음도 그렇고. 또 인간적인 신뢰나 선한 마음 뭐 이런 것들이 모두 그런 거 아냐?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만 이미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갑자기 아침의 ‘I have no car’가 생각나는군.”
“그래, 어쩌면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가득할지도 몰라”
“모르겠다.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 아, 골치 아파.”

주차장을 막고 있던 차는 없어졌고, 우리 빌라는 아주 평온해 보였다. 정작 오늘 결혼한 친구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와 집으로 들어왔다. 결혼이란 두 사람을 보이지 않는 하나의 고리로 묶는 거다. 어쩌면, 그 고리 역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존재할 수도 있다. 그 고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고리가 존재할 것이고, 그 고리의 존재를 증명하고 찾으려고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 고리가 존재하지 않을 거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아무튼. 인상 좋았던 신랑의 얼굴이 생각난다. 둘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SB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