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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평점 ‘어떻게 매기나’



축구 평점 ‘어떻게 매기나’ 

[스포츠2.0 2006-10-25 19:26]  


2006년 독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대표팀은 엇갈리는 평가 속에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구성원 면면이 화려한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이 있었던 반면 베스트11의 대부분이 노쇠한 ‘레블뢰 군단’이라는 평도 적지 않았다. 특히 프랑스의 전력을 평가절하했던 의견의 중심에는 독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에 작별을 고한 ‘중원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있었다.  


6월 14일(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고트리브다이믈러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 두 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독일 제1공영방송 는 “월드컵 개막 이후 최악의 경기였다”며 특별한 내용이 없었던 두 팀의 전력을 낮게 평가했다. 는 또 “지단은 그의 선수 생활 중 최악의 경기를 했다”고 혹평했다. 프랑스, 스위스와 같은 조에 편성돼 두 나라 선수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높았던 국내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루한 90분이었고 지단의 기동력 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프랑스 전력의 많은 부분을 맡고 있는 지단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해볼 만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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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커> 평점, 신뢰성이 우선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시각도 있었다. 독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축구전문지 <키커>는 프랑스-스위스전 MVP로 지단을 꼽았다. 당시 <키커>가 지단에게 준 평점은 2.5점. <키커>를 비롯한 독일의 많은 매체는 잉글랜드 등의 평점제와는 달리 1,2,3,4,5,6점으로 평점을 매기며 점수가 낮을수록 활약도가 높은 것이다. 포지션에 관계없이 1점이면 엄청난 활약을 한 것이고, 반대로 6점의 평수를 받았다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위스-프랑스전을 뛴 22명의 선발 선수 가운데 지단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단이 이날 경기를 뛴 선수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다는 것이 <키커>의 평가였다.


평점 자체가 주관적인 자료다. 이는 평점이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평점을 매기는 주체가 <키커>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키커>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나오는 일반적인 평점과 달리 최종 평점이 발표될 때까지 1~3일이 걸린다. 이 기간 해당 경기를 취재한 여러 명의 기자들이 적합한 평점을 이끌어 내기 위해 회의를 갖고 의견을 나눈다. 매주 금요일 1경기, 토요일 6경기, 일요일 2경기씩 벌어지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선수 평점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발행되는 <키커>의 월요일 판에 반영된다. 이는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한 온라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월드컵 때는 매일 경기가 열린 대회 특성상 하루 뒤에 발표하는 예외를 적용했다. <빌트><익스프레스> 등 독일 일부 언론은 월드컵 기간 <키커>의 평점을 인용할 만큼 <키커>의 평점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단은 독일월드컵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스위스, 한국과 치른 조별리그 1, 2차전에서는 기대에 어긋났을지 모르지만 이후 16강전, 8강전, 4강전, 결승전 등 경기를 치를수록 팬들은 그의 발끝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8강전에서는 티에리 앙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최강으로 꼽혔던 브라질을 1-0으로 무너뜨리는데 기여했다. 그 경기에서 멋지게 선보인 ‘마르세유 턴’은 전성기의 그것과 다를 게 없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부상 등의 변수를 제외한다면 어떤 선수라도 갑작스럽게 경기력이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키커>를 제외한 대부분의 매체가 ‘이제는 한물간 선수’로 평가했던 지단은 부진했다던 스위스, 한국전부터 서서히 부활의 조짐을 알리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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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이브닝뉴스><스카이스포츠> 평점, 신속성이 우선


평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매체는 공신력 보다는 신속성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평점을 매체의 독자에 대한 서비스로 보면 시간이 늦춰질수록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핫스퍼), 설기현(레딩FC) 등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매체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프리미어리거들의 경기가 끝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기사들이 잉글랜드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평점에 관한 내용이다. 


국제심판 홍은아씨가 기고한 <중앙일보>의 2005년 11월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주관방송사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은 경기당 단 1명의 기자에 의해 작성되는데 선수의 전체적인 경기 수행 능력과 팀 공헌도가 평가 기준이 된다. 평점의 등급은 4점(못함), 5점(평균 이하∙약간의 실수), 6점(평균∙특별히 인상적인 것 없음), 7점(잘함∙인상적), 8점(아주 잘함∙영향을 많이 끼침), 9점(뛰어남), 10점(아주 훌륭함)으로 분류된다. 평가 인원이 1명에 불과하고 평점을 매기는 데 고심할 시간적 여유마저 없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은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선정에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맨체스터의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4년 도입된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제보다 오래된 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또한 경기당 1명의 기자에 의해 평점 이 매겨지고 있다. 평점 등급은 10점(외계인이 분명함), 9점(두드러짐), 8점(아주 잘함), 7점(평균 이상), 6점(평균), 5점(평균 이하), 4점(못함), 3점(아주 못함), 2점(희망이 안보임), 1점(쓸모 없음)으로 나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을 담당하고 있는 스튜어트 마사이돈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기자는 10월 10일 SPORTS2.0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경기 상보를 쓰는 것은 물론 선수의 평점까지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또 최단 시간 내에 작성해야 하는 것이라 100% 정확할 수가 없고, 단지 한사람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평점 시스템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11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정확히 보기는 무리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공격하지 말라’는 감독의 지시를 받고 그대로 따랐는데 기자가 ‘공격을 하지 않는 무능한 선수’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국내 평점제, 정착할 수 있을까


2006년 독일월드컵을 전후로 ‘평점 붐’이 일었지만 사실 펑점제가 국내에 소개된 지는 꽤 오래됐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이 끝난 직후 스포츠전문 일간지 <스포츠서울>이 이탈리아 매체의 평점 방식을 도입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했고, 현재까지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김한석 <스포츠서울> 체육1부 부장은 “우리가 벤치마킹했던 매체는 이탈리아의 유력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였다. 요즘의 평점제와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선수 몸값을 기준으로 평점을 매겼는데 가령 몸값보다 뛰어난 활약을 했으면 높은 점수를 줬고, 몸값에 비해 활약도가 떨어졌다면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때문에 당시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탈리아 리그의 나폴리에서 뛰던 디에고 마라도나로부터 ‘왜 내 평점이 이것 밖에 안 되느냐’는 항의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은 오랜 기간 K리그 전경기와 각급 대표팀 경기를 대상으로 평점제를 실시했으며 신뢰도가 높은 평점을 작성하기 위해 경기당 2명씩의 기자를 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박지성, 이영표 등의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국내 팬들에게도 평점제가 익숙해졌다. 또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포털사이트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1월 평점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다. <네이버>는 5명의 전문가 평점원을 선발해 한국선수가 활약하는 해외리그 경기와 대표팀 A매치를 대상으로 평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네이버> 축구 평점은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체계를 응용했으며 팀 공헌도, 전술 이해도, 선수별 컨디션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네이버> 평점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매체의 경우를 보더라도 평점을 서비스 하는 입장에선 신속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도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두 입장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해외에서처럼 서비스 자체를 간략화하고, 대신 참신한 아이템으로 평점을 차별화한다면 모두가 만족스러운 평점제를 정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PORTS2.0 제 21호(발행일 10월 16일) 기사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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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B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