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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조직] 직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열 가지 은유적 표현



직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열 가지 은유적 표현


이준영(트레이스존 대표)2005/09/08  


직장 생활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조직 생활에 익숙해지고, 그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다. 조직 생활에서 은연 중 부딪치는 다양한 은유적인 표현들은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표식자이기도 하다. 여기 자주 사용되는 열 가지 은유적 표현 속에서 자신의 바로미터를 되돌아보자.

대략 천 오백 년 전쯤 삼국 시대, 백제에는 은유의 달인이라 불리는 청월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든 원래 그대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배운 자가 할 바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늘이 맑다고 하면 될 것을 “천하의 구름이 저 산 허리에 다 묶여 있으니 하늘에 남아 있는 것이 없도다” 라고 그럴싸하게 내뱉고는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호탕한 듯 웃음을 날리곤 했다. 그럭저럭 시구나 던져주며 입에 풀칠하고 살던 청월은 어느 날 큰 사건에 연루되어 목이 달아날 처지에 놓이게 생겼다. 관아에 끌려가 관리 앞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언하게 되었다. 말 한 마디에 목숨이 달렸으니 온갖 기예를 다 동원하여 자신을 변호하기에 가장 그럴싸한 미사여구와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여 결백을 주장했다. 뜨거운 차 한잔을 다 마실 동안 그는 등에 땀이 솟도록 자신을 변호했다. 마침내, 청월의 이야기가 다 끝나자 관리가 명했다, 

“무슨 말인 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으니… 저 놈의 목을 쳐라!”

은유적 표현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사회의 변화는 더디고 보수적인 편이라고 한다. 조직도 이와 비슷하다. 애초에 5명이 시작한 벤처 기업에서 은유적 표현 따위가 어디 있으랴. 배고프면 한 사람이 밥 먹자고 외치면 모두 따라 나선다. 일이 힘들면 힘들어 죽겠다고 이야기하고 무단 결근을 하기도 한다. 월급을 못 줄 것 같으면 사장이 직원들 다 모아놓고 소주 한 잔씩 따라 주며 이번은 모두 견디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운 좋게 회사가 망하지 않아 연혁이 쌓여가고 매출이 안정화되고 새로운 직원들도 늘어가면 슬슬 은유적 표현, 회사에서만 혹은 그 조직이나 몇몇 사람들만 사용하는 그런 표현이 생기게 된다. 이제 누군가 ‘어제 그 집에 또 갈까?’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어제 갔던 사람들만 가자는 소리다. 만약 그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길동 씨도 함께 갈래요?’라고 물어 본다면 그건 ‘눈치껏 빠져라’ 는 의미다. 아, 은유의 시대가 도래했고 말귀 못 알아 먹는 사람은 이제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은유적 표현 열 가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말귀를 잘 알아 듣고 있는 지 그리고 자신 또한 얼마나 은유적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지 알아 보라. 은유적 표현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백제의 청월처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은유적 표현을 써서 명을 재촉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하나. 수고했어!
전날 야근을 하고 기획 안을 상사에게 보고하니 그런다, “수고했어!” 이런 상황에서 이 말의 의미는 이렇다,

‘상사로서 너의 노고를 인정한다. 고맙지? 하지만 기획 안에 대한 평가는 좀 있다 하겠다’

상사가 수고했어 라고 이야기했다고 아, 정말 내가 수고했는가 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지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정말 일찍 퇴근해도 되는 날에 상사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길동 씨, 기획 안을 사장님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하던걸, 수고했어!” 이럴 때는 과감하게 상사에게 “소주 한 잔 사시죠?”라고 진지하게 물어봐도 된다. 

가끔 동료나 후배 직원에게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대개 자신이 함께 야근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거나 뭔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야근을 했으니 수고는 했다는 인사치레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가볍게 웃으면서 “커피 한 잔 뽑아주시지?”라고 응대해 주면 좋다. 우리는 상대방이 활짝 웃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수고했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매우 자주 속는다. 그건 사무실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직원이 여러분에게 미칠 듯 화사한 웃음으로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착각하는 순진한 남자 직원의 마음과 비슷하다. 그녀는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만원 짜리를 주워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직장에서 가장 많이 주고 받는 표현인 “수고했어!”는 그냥 관용어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둘, 이번 달부터 매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
전 직원이 참석하는 매월 정례 회의가 끝나고 팀 회의를 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갑자기 마른 하늘에 2만 암페어의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를 한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 우리 파트는 웹 사이트 커뮤니티 지원 부서인데 무슨 매출 관리를 한다는 말인가? 거의 모든 회사에서 갑자기 ‘매출 관리를 한다’는 소리는 이런 의미다,

“직원들 군기가 빠져서 매출이 떨어졌다, 지금 필요한 건 당근이 아니라 채찍이다!”

여러분이 일단 해야 할 일은 사무실 파티션 주변을 날아다니는 채찍을 피하는 것이다. 가급적 머리를 낮게 숙이고 업무 시간에 메신저도 자제하고 칼 출근 칼 퇴근의 아름다운 미덕도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왜냐면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 매출의 상승이 아니라 본보기가 될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원래 양이 잘 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오랜만에 자신이 그 양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정말 경영 위기로 인해 매출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능한 경영자와 식견 있는 경영인은 매출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시스템을 정비하고 직원들의 매출을 관리한다. 무능력한 양치기는 양들이 마구 뛰어 다닌다고 양몰이 개 대신 자신이 호루라기 불어대서 양을 몰기는커녕 너른 들판으로 놀라 도망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셋, 성과는 반드시 분배하겠습니다
아직도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이 있는 지 의문이지만 이런 표현을 쓰는 회사는 여전히 많다. 주로 돈 없는 벤처 기업이나 중소 기업에서 월급 날 근처에 자주 쓴다. 아니면 매출을 상승 시켜야겠는데 특별한 계기를 만들 수 없을 때도 이런 표현을 쓰게 된다. 이 말은 다들 잘 알겠지만 이런 의미다,

“성과는 분배합니다… 이윤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근데 계약서는 작성 못해요”

어떤 회사의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몇 주 전에 성과 분배에 대해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가 일정 매출 이상을 달성하면 성과를 분배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 때 한 직원이 “그럼 그걸 문서화하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참 똘똘한 직원 아닌가? 훌륭한 직원을 둬서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지난 주부터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 그 회사를 사장님이 소개시켜줬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넷, 토론이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습니다
토론. 토론. 토론. 어디를 가나 어디에서나 그리고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한다. 토론에 대해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사람들은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이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거리낄 것 없이 이야기한다. 토론은 논리의 싸움이다. 합리성의 싸움이고 결과에 승복하며 합의해야 한다. 직급보다 지식이 중요하고, 경험보다 논거가 중요하고, 언변보다 행동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 그런 토론을 경험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혹시 현재 조직에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오늘도 누군가 “토론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다”는 소리를 하거든 이렇게 이해를 하는 게 좋다,

“긴 이야기는 보고서로 제출하시오”

다섯, 우리는 널 믿어
이건 꽤 민감한 표현이다. 왜냐면 “우리가 널 믿는 것”이지 “내가 널 믿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뭔가 힘이 되는 말을 해 주고 싶은데 마땅한 표현이 없을 때 대충 후려쳐서 “우리가 널 믿는다”고 이야기한다. 그 우리는 팀이 될 수도 있고, 동료들이 될 수도 있고, 건물 수위 일동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 자신을 믿어 준다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을 일이다. 그냥 그 정도만 생각하면 속 편하다. 간혹 어리석게도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을 그 “믿어 준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함께 할 것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이런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어…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좀 바쁘네…”

여섯, 우리 팀은 안전해
휴가를 갔다 왔더니 조직이 완전 개편되어 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볼 사람도 없다, 다 나가 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할 수도 없고 좌불안석이다. 힘겹게 그나마 믿을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하니 우리 팀은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말 안전한 경우다. 앞으로 최소 6개월 이내에 여러분이 공금을 횡령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모니터를 발로 걷어차 부장의 책상 위로 날려 버리지 않는 이상 회사에서 해고될 일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의미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쁜 이야기를 하느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렇지 않다고? 그럼 계속 혼자서 고민하시든가.

일곱,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
한 동안 회사가 끝나면 인원을 조각해서 이런 저런 술집을 전전할 때가 있었다. 그 때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대는 자신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군요” 그러면 나는 대답했다, “학원 다니게 돈 좀 주세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또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똑 같은 대답을 했더니 회사에 청구하면 50%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내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하루 15시간 근무하고 일주일에 사흘 철야하고 새벽 2시에 들어가는데 무슨 재주로…” 

혹시 여러분도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는 소리는 발명왕 에디슨이 그러했듯 병든 닭처럼 잠깐씩 조는 식의 수면으로도 체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표현은 여러분이 일에 대한 미련을 좀 버려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볼 때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했던 시절에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신할 수 없다. 피폐해진 몸과 마음에서 무슨 창조적 발상이 나오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집에 일찍 들어가서 소설책도 보고 OCN으로 밀린 영화도 보고 미디어 다음에 접속해서 만만한 뉴스 찾아서 코멘트에 악플러 짓도 해 보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자. 물론 사장이 여러분에게 이런 소리를 한다면 대개 이런 뉘앙스를 담고 있다,

“퇴근하면 술만 처먹지 말고 공부도 좀 해라… 너 단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여덟, 회사 업무 집중을 위해 메신저 사용을 금합니다
이 표현에서 ‘메신저’ 대신에 ‘소라넷’ 이나 ‘증권 사이트’나 ‘은행 사이트’ 혹은 ‘블로그’, ‘미니홈피’, ‘세이채팅’ 등등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들을 금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회사 업무 방해”다.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특정 프로그램이나 웹 사이트의 접근을 막는 것은 숨겨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 초 국내 포탈 중 하나인 A사에서 전 직원의 MSN 메신저 사용을 금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우리도 메신저 있는데 왜 경쟁사 것을 쓰느냐!”라며 버럭 화를 내셨다고 한다. 그 즈음에 국내 최대의 웹 메일 서비스를 공급하는 A사는 MSN과 소송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카페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A사의 직원들은 즉각적인 반발을 했고 이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자 MSN 금지령이 풀렸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 지금 MSN 사용이 풀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몇몇 회사는 정말 보안상의 이유로 각종 프로그램의 사용을 금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인 S 기업의 경우 회사 내의 PC는 터미널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회사 업무를 이유로 특정 프로그램이나 웹 사이트의 접근을 금지하는 표현은 실제로 이런 의미가 있다.

“돈도 많.이. 못 버는 것들이 감히 놀아…” 

아홉,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
그날 저녁 회사가 입주한 건물에서 벌레 잡기 방역을 하든가 바닥에 왁스를 칠하든가 정전이 있거나 엘리베이터 수리를 하거나 다음 날이 명절 연휴가 아닌 이상 이 말을 곧이 곧 대로 믿고 웃으며 퇴근하는 당신은… 미래가 어둡다.

열, 마켓이 살아나고 있어요
이 얼마나 흥분되는 표현인가! 마켓(market)이 살아나고 있단다. 켜켜이 쌓인 재고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고 운이 좋으면 연봉이 인상될 지도 모른다! 자, 그런데 여러분 회사의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래도 마켓은 살아나고 있단다. 그럼 이건 이런 의미다,

“마켓이 우리랑 별 상관없이 살아나고 있어요”

기업은 마켓 속에 있지만 마켓에서 소외된 기업도 있는 법이다. 누군가 마켓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가 그 마켓의 주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켓의 주체는 마켓을 걱정하지만 마켓에 막연히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직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감으로써 스스로 마켓을 살릴 뿐이다. 그러니 이런 표현을 접한다면 “다시 일어섭시다!”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상 열 가지 표현에 대한 해설이 일견 매우 비관적이며 염세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가장 처음에 이야기했던 백제에 살았던 청월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청월은 왜 목이 달아 났는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여 동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 내의 은유적 표현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비관적으로 이해하라는 소리도 아니다.

우리는 언어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지만 또한 흔하게 노예가 되어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비록 상대방이 은유적 표현을 쓰더라도 그것의 본질적 의미를 간파해야 한다. 잘 듣고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또한 올바로 말하고 행동하기 위함이니까. 그래야 청월처럼 제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바보 같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출처 : 인터넷



Posted by SB패밀리

직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열 가지 은유적 표현


이준영(트레이스존 대표)2005/09/08  


직장 생활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조직 생활에 익숙해지고, 그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다. 조직 생활에서 은연 중 부딪치는 다양한 은유적인 표현들은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표식자이기도 하다. 여기 자주 사용되는 열 가지 은유적 표현 속에서 자신의 바로미터를 되돌아보자.

대략 천 오백 년 전쯤 삼국 시대, 백제에는 은유의 달인이라 불리는 청월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든 원래 그대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배운 자가 할 바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늘이 맑다고 하면 될 것을 “천하의 구름이 저 산 허리에 다 묶여 있으니 하늘에 남아 있는 것이 없도다” 라고 그럴싸하게 내뱉고는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호탕한 듯 웃음을 날리곤 했다. 그럭저럭 시구나 던져주며 입에 풀칠하고 살던 청월은 어느 날 큰 사건에 연루되어 목이 달아날 처지에 놓이게 생겼다. 관아에 끌려가 관리 앞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언하게 되었다. 말 한 마디에 목숨이 달렸으니 온갖 기예를 다 동원하여 자신을 변호하기에 가장 그럴싸한 미사여구와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여 결백을 주장했다. 뜨거운 차 한잔을 다 마실 동안 그는 등에 땀이 솟도록 자신을 변호했다. 마침내, 청월의 이야기가 다 끝나자 관리가 명했다,

“무슨 말인 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으니… 저 놈의 목을 쳐라!”

은유적 표현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사회의 변화는 더디고 보수적인 편이라고 한다. 조직도 이와 비슷하다. 애초에 5명이 시작한 벤처 기업에서 은유적 표현 따위가 어디 있으랴. 배고프면 한 사람이 밥 먹자고 외치면 모두 따라 나선다. 일이 힘들면 힘들어 죽겠다고 이야기하고 무단 결근을 하기도 한다. 월급을 못 줄 것 같으면 사장이 직원들 다 모아놓고 소주 한 잔씩 따라 주며 이번은 모두 견디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운 좋게 회사가 망하지 않아 연혁이 쌓여가고 매출이 안정화되고 새로운 직원들도 늘어가면 슬슬 은유적 표현, 회사에서만 혹은 그 조직이나 몇몇 사람들만 사용하는 그런 표현이 생기게 된다. 이제 누군가 ‘어제 그 집에 또 갈까?’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어제 갔던 사람들만 가자는 소리다. 만약 그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길동 씨도 함께 갈래요?’라고 물어 본다면 그건 ‘눈치껏 빠져라’ 는 의미다. 아, 은유의 시대가 도래했고 말귀 못 알아 먹는 사람은 이제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은유적 표현 열 가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말귀를 잘 알아 듣고 있는 지 그리고 자신 또한 얼마나 은유적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지 알아 보라. 은유적 표현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백제의 청월처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은유적 표현을 써서 명을 재촉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하나. 수고했어!
전날 야근을 하고 기획 안을 상사에게 보고하니 그런다, “수고했어!” 이런 상황에서 이 말의 의미는 이렇다,

‘상사로서 너의 노고를 인정한다. 고맙지? 하지만 기획 안에 대한 평가는 좀 있다 하겠다’

상사가 수고했어 라고 이야기했다고 아, 정말 내가 수고했는가 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지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정말 일찍 퇴근해도 되는 날에 상사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길동 씨, 기획 안을 사장님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하던걸, 수고했어!” 이럴 때는 과감하게 상사에게 “소주 한 잔 사시죠?”라고 진지하게 물어봐도 된다.

가끔 동료나 후배 직원에게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대개 자신이 함께 야근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거나 뭔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야근을 했으니 수고는 했다는 인사치레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가볍게 웃으면서 “커피 한 잔 뽑아주시지?”라고 응대해 주면 좋다. 우리는 상대방이 활짝 웃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수고했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매우 자주 속는다. 그건 사무실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직원이 여러분에게 미칠 듯 화사한 웃음으로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착각하는 순진한 남자 직원의 마음과 비슷하다. 그녀는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만원 짜리를 주워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직장에서 가장 많이 주고 받는 표현인 “수고했어!”는 그냥 관용어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둘, 이번 달부터 매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
전 직원이 참석하는 매월 정례 회의가 끝나고 팀 회의를 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갑자기 마른 하늘에 2만 암페어의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를 한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 우리 파트는 웹 사이트 커뮤니티 지원 부서인데 무슨 매출 관리를 한다는 말인가? 거의 모든 회사에서 갑자기 ‘매출 관리를 한다’는 소리는 이런 의미다,

“직원들 군기가 빠져서 매출이 떨어졌다, 지금 필요한 건 당근이 아니라 채찍이다!”

여러분이 일단 해야 할 일은 사무실 파티션 주변을 날아다니는 채찍을 피하는 것이다. 가급적 머리를 낮게 숙이고 업무 시간에 메신저도 자제하고 칼 출근 칼 퇴근의 아름다운 미덕도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왜냐면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 매출의 상승이 아니라 본보기가 될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원래 양이 잘 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오랜만에 자신이 그 양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정말 경영 위기로 인해 매출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능한 경영자와 식견 있는 경영인은 매출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시스템을 정비하고 직원들의 매출을 관리한다. 무능력한 양치기는 양들이 마구 뛰어 다닌다고 양몰이 개 대신 자신이 호루라기 불어대서 양을 몰기는커녕 너른 들판으로 놀라 도망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셋, 성과는 반드시 분배하겠습니다
아직도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이 있는 지 의문이지만 이런 표현을 쓰는 회사는 여전히 많다. 주로 돈 없는 벤처 기업이나 중소 기업에서 월급 날 근처에 자주 쓴다. 아니면 매출을 상승 시켜야겠는데 특별한 계기를 만들 수 없을 때도 이런 표현을 쓰게 된다. 이 말은 다들 잘 알겠지만 이런 의미다,

“성과는 분배합니다… 이윤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근데 계약서는 작성 못해요”

어떤 회사의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몇 주 전에 성과 분배에 대해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가 일정 매출 이상을 달성하면 성과를 분배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 때 한 직원이 “그럼 그걸 문서화하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참 똘똘한 직원 아닌가? 훌륭한 직원을 둬서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지난 주부터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 그 회사를 사장님이 소개시켜줬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넷, 토론이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습니다
토론. 토론. 토론. 어디를 가나 어디에서나 그리고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한다. 토론에 대해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사람들은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이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거리낄 것 없이 이야기한다. 토론은 논리의 싸움이다. 합리성의 싸움이고 결과에 승복하며 합의해야 한다. 직급보다 지식이 중요하고, 경험보다 논거가 중요하고, 언변보다 행동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 그런 토론을 경험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혹시 현재 조직에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오늘도 누군가 “토론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다”는 소리를 하거든 이렇게 이해를 하는 게 좋다,

“긴 이야기는 보고서로 제출하시오”

다섯, 우리는 널 믿어
이건 꽤 민감한 표현이다. 왜냐면 “우리가 널 믿는 것”이지 “내가 널 믿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뭔가 힘이 되는 말을 해 주고 싶은데 마땅한 표현이 없을 때 대충 후려쳐서 “우리가 널 믿는다”고 이야기한다. 그 우리는 팀이 될 수도 있고, 동료들이 될 수도 있고, 건물 수위 일동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 자신을 믿어 준다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을 일이다. 그냥 그 정도만 생각하면 속 편하다. 간혹 어리석게도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을 그 “믿어 준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함께 할 것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이런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어…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좀 바쁘네…”

여섯, 우리 팀은 안전해
휴가를 갔다 왔더니 조직이 완전 개편되어 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볼 사람도 없다, 다 나가 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할 수도 없고 좌불안석이다. 힘겹게 그나마 믿을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하니 우리 팀은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말 안전한 경우다. 앞으로 최소 6개월 이내에 여러분이 공금을 횡령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모니터를 발로 걷어차 부장의 책상 위로 날려 버리지 않는 이상 회사에서 해고될 일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의미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쁜 이야기를 하느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렇지 않다고? 그럼 계속 혼자서 고민하시든가.

일곱,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
한 동안 회사가 끝나면 인원을 조각해서 이런 저런 술집을 전전할 때가 있었다. 그 때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대는 자신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군요” 그러면 나는 대답했다, “학원 다니게 돈 좀 주세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또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똑 같은 대답을 했더니 회사에 청구하면 50%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내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하루 15시간 근무하고 일주일에 사흘 철야하고 새벽 2시에 들어가는데 무슨 재주로…”

혹시 여러분도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는 소리는 발명왕 에디슨이 그러했듯 병든 닭처럼 잠깐씩 조는 식의 수면으로도 체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표현은 여러분이 일에 대한 미련을 좀 버려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볼 때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했던 시절에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신할 수 없다. 피폐해진 몸과 마음에서 무슨 창조적 발상이 나오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집에 일찍 들어가서 소설책도 보고 OCN으로 밀린 영화도 보고 미디어 다음에 접속해서 만만한 뉴스 찾아서 코멘트에 악플러 짓도 해 보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자. 물론 사장이 여러분에게 이런 소리를 한다면 대개 이런 뉘앙스를 담고 있다,

“퇴근하면 술만 처먹지 말고 공부도 좀 해라… 너 단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여덟, 회사 업무 집중을 위해 메신저 사용을 금합니다
이 표현에서 ‘메신저’ 대신에 ‘소라넷’ 이나 ‘증권 사이트’나 ‘은행 사이트’ 혹은 ‘블로그’, ‘미니홈피’, ‘세이채팅’ 등등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들을 금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회사 업무 방해”다.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특정 프로그램이나 웹 사이트의 접근을 막는 것은 숨겨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 초 국내 포탈 중 하나인 A사에서 전 직원의 MSN 메신저 사용을 금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우리도 메신저 있는데 왜 경쟁사 것을 쓰느냐!”라며 버럭 화를 내셨다고 한다. 그 즈음에 국내 최대의 웹 메일 서비스를 공급하는 A사는 MSN과 소송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카페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A사의 직원들은 즉각적인 반발을 했고 이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자 MSN 금지령이 풀렸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 지금 MSN 사용이 풀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몇몇 회사는 정말 보안상의 이유로 각종 프로그램의 사용을 금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인 S 기업의 경우 회사 내의 PC는 터미널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회사 업무를 이유로 특정 프로그램이나 웹 사이트의 접근을 금지하는 표현은 실제로 이런 의미가 있다.

“돈도 많.이. 못 버는 것들이 감히 놀아…”

아홉,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
그날 저녁 회사가 입주한 건물에서 벌레 잡기 방역을 하든가 바닥에 왁스를 칠하든가 정전이 있거나 엘리베이터 수리를 하거나 다음 날이 명절 연휴가 아닌 이상 이 말을 곧이 곧 대로 믿고 웃으며 퇴근하는 당신은… 미래가 어둡다.

열, 마켓이 살아나고 있어요
이 얼마나 흥분되는 표현인가! 마켓(market)이 살아나고 있단다. 켜켜이 쌓인 재고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고 운이 좋으면 연봉이 인상될 지도 모른다! 자, 그런데 여러분 회사의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래도 마켓은 살아나고 있단다. 그럼 이건 이런 의미다,

“마켓이 우리랑 별 상관없이 살아나고 있어요”

기업은 마켓 속에 있지만 마켓에서 소외된 기업도 있는 법이다. 누군가 마켓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가 그 마켓의 주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켓의 주체는 마켓을 걱정하지만 마켓에 막연히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직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감으로써 스스로 마켓을 살릴 뿐이다. 그러니 이런 표현을 접한다면 “다시 일어섭시다!”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상 열 가지 표현에 대한 해설이 일견 매우 비관적이며 염세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가장 처음에 이야기했던 백제에 살았던 청월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청월은 왜 목이 달아 났는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여 동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 내의 은유적 표현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비관적으로 이해하라는 소리도 아니다.

우리는 언어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지만 또한 흔하게 노예가 되어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비록 상대방이 은유적 표현을 쓰더라도 그것의 본질적 의미를 간파해야 한다. 잘 듣고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또한 올바로 말하고 행동하기 위함이니까. 그래야 청월처럼 제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바보 같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출처 : 인터넷
Posted by SB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