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객만래 [千客萬來] (It has an interminable succession of visitors)
[최카피 '한 줄의 워딩' (54)] 공장이 망했습니다
저자: 최병광 |  날짜:2004년 06월 28일  


종로 2가 뒷골목에는 참 재미있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물론 서울이나 혹은 다른 도시의 골목마다 다 고만고만한 풍경들이 있고 사람 살아가는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이다. 골목길이라는 말부터 어감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전에 있었던 종로2가 골목길 안에는 믿기 어려운 실화도 많았다. 빌딩지하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여드름쟁이 총각이 수 억원을 벌었고 그 빌딩에 근무하는 가장 예쁜 여자와 결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그 여드름총각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구두를 뺏기곤 했다. 그만큼 그는 열성적이었고 자기 일에 충실했다. 수 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내가 확인한 바는 없지만 그 예쁜 여자와 결혼했다는 건 사실이다.

그 총각이 나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은근히 자랑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돈도 많이 벌었다는 귀띔도 해주었고.... 아마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골목길 안에는 으레 포장마차들이 있다. 그 중 호떡과 튀김을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처음에는 마차 하나로 장사하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세 개의 마차가 연결되어있고 고용한 아주머니들도 대 여섯 명이나 되었다. 대단한 사업확장이었다.

일이 끝나고 퇴근할 때는 주인아저씨가 그랜저를 몰고 왔다고 한다. 늘 해표식용유를 고집하던 그 아주머니 입에서 ‘장사하루이틀 할 것도 아닌데...’라는 식용유광고 카피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술과 안주를 파는 포장마차의 이름에는 ‘취중천국’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이름은 특허청에 상표등록이 되어 있어서 아무나 쓸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취중천국-이름만 봐도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포장마차가 아닌가? 브랜드가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걸 포장마차 주인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종로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넥타이 장수가 있었다. 샐러리맨이 많이 오가는 골목길에서 좌판을 벌이고 파는 거라 뭐 간판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다. 다만 그 넥타이 장수는 깨끗한 종이에 단정한 글씨로 이렇게 써놓았다.

공장이 망했습니다!

넥타이 공장이 망해서 싸게 판다는 것이었다. 수출이 어려워 그래서인지 내수시장이 힘겨워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싸게 판다는 것을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해 놓았다. 나야 넥타이를 잘 매지 않으니 필요가 없었지만 잠시 서서 구경을 했다. 생각 이상으로 꽤 잘 팔렸다.

워딩에서의 솔직함은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에서도 그렇듯이 솔직한 것이 미사여구보다 더 어필하는 힘이 있다. 억지로 꾸미는 워딩보다는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워딩의 실력을 기르길 권한다. [최카피]


Posted by SB패밀리
[최카피 '한 줄의 워딩' (55)] 가슴이 따뜻한 사람
저자: 최병광 |  날짜:2004년 06월 30일  


예수의 손길이 스치면 병자는 지병을 털고 일어났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병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 갔는데 어떤 인자한 의사가 와서 ‘걱정하지 마라, 곧 나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큰 믿음을 주면 그 환자는 힘을 얻고 병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테면 아주 험악한 인상의 의사가 와서 ‘당신은 곧 죽을 테니 유언이나 준비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 빨리 죽을 지도 모른다. 같은 환자라도 어떤 마음을 갖는냐에 따라 치료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군대에서 군의관들은 머리가 아파 오는 병사들에게 두통약이라고 하면서 소화제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그러나 그걸 먹은 병사는 두통이 낫는다고도 한다. 이런 걸 Placebo효과라고 한다. 즉 심리적효과를 노리는 위약(僞藥)인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죽은 사람을 위한 저녁기도를 플라시보라고 한다.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의미리라.

나는 우리 인간의 몸은 정신이 지배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 말해 육체를 빌어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이런 광고 카피도 있었고 문학에서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사람의 체온이 있으니 누구나 가슴이 따스하겠지만 이 말은 육체적 온도가 아닌 마음의 온도를 의미하는 것이라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다.

사람의 몸 한 부분을 빗대어 감정을 표현하는 워딩기술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가슴이 따뜻한 남자]라고 하면 어떤 남자가 떠오를까? 또 [가슴이 따뜻한 여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주는가? 좋은 사장이라고 하는 것보다 [가슴이 따뜻한 사장]이라고 하면 더욱 멋진 표현이 된다.

물론 가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이든 그걸 들고 나와 온기를 불어 넣어 보라. 육체를 빌어 정신세계를 다양하게 표현해 보라.


잡아주는 손이 따스한 남자-
오후가 되면 눈빛이 따뜻해지는 여자-
속삭이는 목소리가 따스한 그 분-

이런 워딩으로 사람을 표현하면 조금은 다른 글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카피]


Posted by SB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