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작성된 글임.
MB가 재산헌납을 선언한지 1년이 지났지만 재산헌납은 아직 현실로 드러나지 않았다. '설'만 많을 뿐이다. 돈을 벌고 재산을 모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MB의 과거를 잘 아는 사람들은, "MB가 재산헌납을 제대로 하겠느냐"라는 냉소를 앞세운다.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제한적인 답변만 들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점은 1996년에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기획단(President Lee Plan:이하 PLP)'이란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시작됐다.
기자는 월간 『말』 2월호 특집의 소재가 '이명박'으로 결정되면서, 이에 대한 보도를 결심했다.
"재산의 사회 환원 검토로 인간적 포용력을 보여주자"
PLP는 2번에 걸쳐 알려졌다. 첫번째는 1996년에 이명박 신한국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전 비서 김유찬씨가 폭로하면서 알려졌으며, 두번째는 2007년 1월경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유력대선후보로 부각되면서 김유찬씨가 다시 폭로전을 감행하면서 알려졌다.
1996년의 경우, 신한국당 내에 수많은 대권후보들이 존재하면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어떤 후보자에게 관심을 둘지에 대해 정국이 민감한 상황에서 폭로돼 김영삼 대통령 역시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당시, PLP는 <주간조선> 1996년 9월 26일자 인쇄본에서 홍석준 기자를 통해 알려졌다.
1996년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단독보도'라는 표제와 함께 알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07년 1월에는 "PLP를 위해 이명박 의원 측이 기자들에게 향응 접대를 하는 등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김유찬씨의 폭로내용 외엔 PLP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벌써 13년이 지났다. 언론이 PLP의 내용을 대선레이스 기간 내내 단 한 번이라도 소개했더라면,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곤욕을 치루었을 것이다.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방송연설에서 '재산헌납'을 선언한 직후,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면 여론에 기름을 붓는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PLP의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PLP가 <주간조선> 홍석준 기자에게 보도됐을 때, 이명박 신한국당 의원 측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PLP 보고서는 존재하지도 논의된 적도 없다. 김유찬씨가 별의별 음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이명박 의원 측의 위 해명 역시 쉽게 납득하긴 어려울 것이다. PLP에서 제시된 이명박 의원의 향후 대권도전 일정을 살펴보자.
1. MB를 97년 대선 후보로 지명받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제 1의 목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으로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를지원하여 98년 6월의 지방자치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권을 획득하는 데 둔다.
3. 제2의 목적은 곧 2002년 서울시장 임기 직후 있게 될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5년의 시간차이만 있을 뿐, 서울시장 역임 -> 임기 직후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도약이란 내용은 그대로 실현됐다. 2002년의 이명박-이회창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유력 대권후보 지원 후 서울시장 후보권 획득'이라는 문건 속 시나리오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 진영에서는 PLP의 존재여부를 부인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대권 도전 일정은 문건 속 시나리오를 그대로 실천했다.
PLP의 흥미로운 증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PLP에는 '재산의 사회환원'에 대한 전략이 담겨 있었다.
"이 의원의 재산문제를 능동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재산의 사회 환원을 검토하고, 인간적 포용력을 보여주는 문제를 검토하자."
(해당 주간조선 기사는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재산헌납'을 선언한 배경을 판단해보자. 이명박 후보의 불법비리 의혹 시리즈 정점이라고 할만한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이명박 무혐의'를 선언한 직후에 발표된 일이다.
게다가 그 이전에도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 의혹과 위장전입 및 위장취업 문제 등 재산상의 약점을 선물세트마냥 과시했던 시점이다. '재산문제의 능동적 돌파'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은 재산헌납 문제를 1년이 넘게 질질 끌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정계진출 초기부터 재산상 문제가 불거지면 재산헌납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를 자주 노출시켰다.
가장 두드러졌던 때는, 김영삼 정부가 공직자 재산 공개를 추진하던 시절이다. 당시 이명박 의원은 훗날 17대 대선에서도 크게 불거진 바 있던 '도곡동 땅'을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은닉했다는 구설수에 올랐으며, 서울 서초동 17171 대지와 서초동 17094 땅 3백77평 등 자신의 소유토지를 공시지가보다 턱없이 낮은 기준으로 신고했다가 발각돼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공직자 재산공개 6일 전에는 1980년 구입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6동 401호 80평형을 도모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등기했다가 "명의신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파문에 대해서는 현대그룹 측에서도 "그의 재산이 밝혀진 것뿐이겠느냐"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명박 의원은 그런 상황에서 '재산헌납'을 선택했다. 그것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엔 공개되지도 않은 재산이었다. 그는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사랑리 산 53-1번지 일대 땅을 모교 고려대 교우장학회에 기증했고, 강남 일대의 토지 470평을 대한변호사협회에 팔아 위기를 모면한다.
이외에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재산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재임 기간 내 받는 월급 전핵을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다. 당선 후 아름다운 재단과 약정을 맺고 시장으로서 받은 월급을 매달 ‘등불기금(환경미화원·소방공무원 유가족 지원 기금)’에 기증한 것이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공교롭게도 재산헌납이 거론되는 정황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여전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헌납'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왔다. 지난해 4·9 총선을 앞둔 3월 31일에는 "대통령으로서 받는 월급 모두를 기부하겠다"는 발표를 앞세웠던 적이 있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중요한 것 한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당시 PLP를 주도한 사람은 ‘대운하 전도사’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 이는 홍석준 기자도 보도한 사항이다. 김유찬씨는 이에 대해 “추부길씨가 주도하다가 이명박씨의 처남 김재정씨와 갈등이 생겨 이탈했다”고 증언했다. 기자는 추부길씨와 어렵게 전화연락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는 “나는 지금 언론 인터뷰를 할 상황이 아니"라며 해명을 거부했다. 추부길씨가 주도했던 PLP, 과연 재산헌납은 '의도적 사전기획'이었던 것일까.
봉인된 금서 <이명박 리포트>를 열어젖히다
기자는 <이명박 리포트>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때마다 실패했다. 국회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간신히 읽어볼 수 있었다.
<이명박 리포트>에는 김유찬씨가 느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김유찬씨가 할애를 아끼지 않은 부분은 "이명박은 지독한 구두쇠"라는 주장이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김유찬씨의 서술을 나열해보겠다.
"어느 때인가 기획단 회의에서 이명박 씨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의원님! 재산의 절반 정도는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시죠!'
대통령이 되려고 꿈꾸는 그에게 어느 한 선거기획참모가 정식으로 과감하게 건의했다. 그러나 이 건의에 대해 이명박 씨는 옆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던진 것으로 일단락되고 말았다." -<이명박 리포트> 350쪽
"하루는 적십자로부터 물난리 수해 때문에 '적십자회비'를 내라는 전갈을 받았다. 주무부장이 이명박 의원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무부장은 중진의원으로서의 무게도 있고 하니 통지받은 적십자비보다는 좀 더 후하게 납부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를 건의했다.
주무부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명박 의원으로부터 재떨이가 날라들었다.
'야! 그게 니 돈이냐?'라고 소리지르며……. -<이명박 리포트> 62쪽
이외에도 "이명박은 지독한 구두쇠"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김유찬씨의 증언은 이어졌다.
7년간 모신 운전기사가 전세금 200만원이 부족해서 이명박 의원에게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가 해고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를 치루면서 지구당 운영자금이 부족해 조직부장이 자신의 전셋집을 헐어 자금을 보탰다가 선거 후 정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이명박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새끼 짤라 버려!"
김유찬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헌납' 선언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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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유찬씨는 <이명박 리포트>를 통해서도 신변에 대한 불안을 은연중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전해들은 이야기라면서, 이명박 의원이 자신을 향해 내뱉었다는 욕설을 <이명박 리포트>에 언급했다.
"그 새끼 목에 돌 매달아서 인천앞바다에 던져버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이 욕설, 과연 사실일까. 이 욕설과 소재 불투명……. 김유찬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기자는, 부디 기사에 쓴 '소재 불투명'이란 표현이 어긋나기만 바랄 뿐이다.
.....
재산헌납, MB의 대국민 해명을 요구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헌납과 관련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법은 '공익재단'이다. '공익재단'을 구성해 재산을 헌납한다면 그것은 재산헌납이라고 볼 수 없다. 재테크이자 또다른 재산 불리기일 수 밖에 없다.
육영재단의 경우를 보라.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세 자녀가 기 막힌 재산싸움을 벌이고 있지를 않나. 말이 '공익재단'이지 개인 소유나 다름없기 때문에 자녀들끼리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헌납이 진실인지의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만약, 기자의 문제제기 그대로 '의도적 사전기획'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본심이 아닌 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했으니 거짓말일 수 밖에 없다. 정치인, 특히나 최고권력자의 거짓말은 그야말로 나쁜 버릇이다.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헌납' 선언이 거짓이 아니기만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과 취재내용은 사뭇 달랐다. 국민의 힘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답하라. PLP의 내용은 사실인가, 그리고 재산헌납은 '의도적 사전기획'인가. 다양한 불법비리 의혹과 경제위기, 그리고 방송장악 의혹과 용산참사 등 신뢰도가 최악을 거듭 갱신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재산헌납 선언이야말로 본인과 정권의 신뢰도를 마지막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 국민은 눈을 감고 있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PS : 제발 (비리를 위한) 재단이 아닌 복지를 위한 진정한 기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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