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요리사의 꿈은 설거지부터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4.3.15)
다국적 IT(정보기술)기업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주원(여·28)씨는 ‘대기 만성형’ 입사자다.
2000년 초 그는 IMF 외환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정식사원 입사를 고집하기보다는 일단 계약직으로라도 업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0년 초 한 인력회사를 통해 한솔그룹 계열의 IT기업인 ‘한솔텔레컴’에 계약사원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맡은 업무는 다행히도 본래 희망하던 마케팅과 시장조사. 회사업무에 재미가 붙자 업무능력도 빠른 속도로 좋아졌다.
2002년 초 한국애질런트에서 일자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마케팅업무였다. 하지만 여전히 계약직이었다.
2002년 초부터 3개월을 일하자 그녀의 업무능력을 좋게 평가한 상사가 계약을 1년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정씨가 정사원 채용의 기쁨을 누린 것은 지난해 6월. 회사 경영 여건이 좋아지면서 곧바로 정직원이 된 것이다. 2000년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한 시점부터 따지면 3년 만의 일이다.
정씨는 “어느 직장에서든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직서 능력 발휘하니 우선 채용' 중에서 (조선일보 조선경제 섹션 15면, 2004.3.15)
인생에는 '점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동화책이나 게임속에는 '한번에' 꿈을 이루는 일이 자주 나오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단을 하나 하나 꾸준히 오르는 방법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요즘 취업난이 정말 심각합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많고, 이는 개개인에게는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에도 커다른 위협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 외국계회사에 다니는 정주원씨는 계약직 사원으로 일을 시작,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보여주면서 정식 사원이 됐습니다.
정주원씨 스토리의 포인트는 1)그녀가 인력회사를 통해 계약사원으로라도 일을 시작했다는 것과 2)계약직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 상사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 두가지입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는 정주원씨 같은 '계단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30대 초반의 가장입니다. 몇년째 취업을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갑자기 7급 고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장 아르바이트 일이라도 시작해라. 하나라도 경험을 쌓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길이 생길 거다"라고 여러차례 말했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대학도 졸업했는데, 어떻게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하냐"며 기업체에 원서만 계속 내다가, 나이가 꽉 차자 그는 이제 고시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를 보며 절망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낭인'으로 지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가 만약, 자기가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분야를 정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면, 삶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그 분야에서 비록 아르바이트생 신분이지만 배우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일했으면, 그 회사나 그 분야의 다른 회사에 정식으로 취업할 기회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그렇지 못했더라도, 그 분야에서 조그마한 자신의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노하우'는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도,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계약직 처럼 일하는' 분들 말입니다.
"퇴근시간에 맞춰 칼같이 퇴근하고, 일은 주어진 거만 하면 되지 뭐. 나는 계약직인데..."
책임감도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는 의욕도 없습니다.
그렇게 '계약직 마인드'로 일하는 사람을 어느 회사가 '정식 직원'으로 뽑고 싶겠습니까.
지금 일류 요리사가 된 사람들 중 누구도 입사하자 마자 주방에서 칼을 들고 회를 썬 사람은 없습니다. 계약직 사원 보다 더 취약한 신분 속에서 몇년이 될지 모를 '보조' 역할을 하며 설거지를 한 분들입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청운의 뜻'을 품고 사무관 신분으로 출근을 해도, 그에게는 수개월간 복사 같은 단순업무만 맡겨집니다.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열심히 복사를 한 사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열의를 보인 사람들이 결국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시작하고, 정부정책을 입안하는 기안서를 쓸 수 있게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중에 또 하나 하나 계단을 오르며 노력한 일부 사람들 만이 일류 요리사가 되고 중요한 정부정책을 직접 만드는 고위공무원이 됩니다.
머리속에는 '일류 요리사'가 된 모습을 넣어놓고, 오늘도 우리 기쁜 마음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설거지'를 해볼까요?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4.3.15)
다국적 IT(정보기술)기업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주원(여·28)씨는 ‘대기 만성형’ 입사자다.
2000년 초 그는 IMF 외환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정식사원 입사를 고집하기보다는 일단 계약직으로라도 업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0년 초 한 인력회사를 통해 한솔그룹 계열의 IT기업인 ‘한솔텔레컴’에 계약사원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맡은 업무는 다행히도 본래 희망하던 마케팅과 시장조사. 회사업무에 재미가 붙자 업무능력도 빠른 속도로 좋아졌다.
2002년 초 한국애질런트에서 일자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마케팅업무였다. 하지만 여전히 계약직이었다.
2002년 초부터 3개월을 일하자 그녀의 업무능력을 좋게 평가한 상사가 계약을 1년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정씨가 정사원 채용의 기쁨을 누린 것은 지난해 6월. 회사 경영 여건이 좋아지면서 곧바로 정직원이 된 것이다. 2000년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한 시점부터 따지면 3년 만의 일이다.
정씨는 “어느 직장에서든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직서 능력 발휘하니 우선 채용' 중에서 (조선일보 조선경제 섹션 15면, 2004.3.15)
인생에는 '점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동화책이나 게임속에는 '한번에' 꿈을 이루는 일이 자주 나오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단을 하나 하나 꾸준히 오르는 방법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요즘 취업난이 정말 심각합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많고, 이는 개개인에게는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에도 커다른 위협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 외국계회사에 다니는 정주원씨는 계약직 사원으로 일을 시작,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보여주면서 정식 사원이 됐습니다.
정주원씨 스토리의 포인트는 1)그녀가 인력회사를 통해 계약사원으로라도 일을 시작했다는 것과 2)계약직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 상사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 두가지입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는 정주원씨 같은 '계단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30대 초반의 가장입니다. 몇년째 취업을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갑자기 7급 고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장 아르바이트 일이라도 시작해라. 하나라도 경험을 쌓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길이 생길 거다"라고 여러차례 말했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대학도 졸업했는데, 어떻게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하냐"며 기업체에 원서만 계속 내다가, 나이가 꽉 차자 그는 이제 고시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를 보며 절망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낭인'으로 지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가 만약, 자기가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분야를 정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면, 삶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그 분야에서 비록 아르바이트생 신분이지만 배우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일했으면, 그 회사나 그 분야의 다른 회사에 정식으로 취업할 기회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그렇지 못했더라도, 그 분야에서 조그마한 자신의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노하우'는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도,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계약직 처럼 일하는' 분들 말입니다.
"퇴근시간에 맞춰 칼같이 퇴근하고, 일은 주어진 거만 하면 되지 뭐. 나는 계약직인데..."
책임감도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는 의욕도 없습니다.
그렇게 '계약직 마인드'로 일하는 사람을 어느 회사가 '정식 직원'으로 뽑고 싶겠습니까.
지금 일류 요리사가 된 사람들 중 누구도 입사하자 마자 주방에서 칼을 들고 회를 썬 사람은 없습니다. 계약직 사원 보다 더 취약한 신분 속에서 몇년이 될지 모를 '보조' 역할을 하며 설거지를 한 분들입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청운의 뜻'을 품고 사무관 신분으로 출근을 해도, 그에게는 수개월간 복사 같은 단순업무만 맡겨집니다.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열심히 복사를 한 사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열의를 보인 사람들이 결국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시작하고, 정부정책을 입안하는 기안서를 쓸 수 있게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중에 또 하나 하나 계단을 오르며 노력한 일부 사람들 만이 일류 요리사가 되고 중요한 정부정책을 직접 만드는 고위공무원이 됩니다.
머리속에는 '일류 요리사'가 된 모습을 넣어놓고, 오늘도 우리 기쁜 마음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설거지'를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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