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마케팅] 대접받는 외국 컨설턴트, 푸대접 받는 우리나라 컨설턴트
2011.06.22
출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375
외국 회사와 일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서양 엔지니어와 일을 하려면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일단 귀한 그분들을 바다 건너 먼 곳에 있는 우리나라로 불러서 일을 같이 하게 하려면, 컨설팅 비용과 더불어 체류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컨설팅 비용도 무척 비싼데 체류비까지 합하면,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의 고급 기술자에 해당하는 한달 치 비용이 외국 컨설팅 한명의 하루 일당으로 지불해야 하죠.
이렇게 몸값이 비싸다 보니 이분들한테 일을 줄려면 매우 명확하게 정의해서 줘야 합니다. 일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주려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몇 마디로 될 요구사항 정의도 번듯한 문서로 만들어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 입장에서 외국 컨설턴트와 일하는 게 쉽지 않죠. 그리고 컨설팅 범위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전체 범위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담당자 입장에서 고충입니다.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그분들을 보고 있자면, 대한민국 국적을 달고 컨설턴트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즉 대한민국 국적의 컨설턴트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 같지도 않고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한 범위는 프로젝트 시작과 더불어 바뀌어서 안 해도 될 일을 하려고 야근과 특극을 할 때가 많죠. 그분들의 제대로된 대우 때문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분들이 그런 대우를 받는 이유가 뭘까,를 고민해 보면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의 지도’란 책이 있죠.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다룬 책입니다. 이 책에서 영감을 얻은 EBS에서 ‘동과 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동명의 책도 출판했습니다. 저는 원전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얼마전에 동명의 책도 읽었습니다. 왠만해서 복습을 하지 않는 제가 이렇게 반복적으로 읽고 시청한 것은, 원전을 재미있게 읽고 다큐를 흥미롭게 봤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지도’에서 주장하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만 요약을 하자면, 서양은 객체에 중심을 둔 문화이고 동양은 관계에 중심을 둔 문화라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객체를 중심에 둔 서양은 객체를 설명하는 명사가 발달했고 동양은 관계를 설명하는 동사가 발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번역을 다룬 포스트에서 몇 번 다루었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죠. 친구에게 차 한잔을 더 권할 때 영어에서는 “more coffee?”라고 묻고 한국어에서는 “더 마실래?”라고 합니다.
객체 중심과 관계 중심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 차이 때문에 동서양은 완전히 다른 반대의 길로 근대역사를 만들어왔죠. 서양에서는 객체 중심이기 때문에 개인주의가 발달했고 객체를 쪼개서 객체의 본질을 파악하는 분석, 즉 과학이 발달했습니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는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속에서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해서 개인보다 조직의 발전을 중심으로 두었고, 어떻게 하면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까를 고민했기 때문에 윤리학이나 철학이 발달했습니다.
길게 동서양의 차이를 이야기했는데요. 이게 어떻게 동서양의 컨설팅 문화를 다르게 했을까요? 서양의 컨설턴트는 컨설팅 목표가 있다면 컨설팅 목표라는 객체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인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 목표가 무엇이고 아니고를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죠. 따라서 컨설팅 업무 밖의 일은 자신이 관여할 것이 아니기에, 컨설팅 초반에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자기 영역이 아닌 일은 안 합니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는, 즉 우리나라에서는 컨설팅 목표보다는 고객과 컨설팅 회사의 관계가 더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 목표는 명확하지 않게 됩니다. 즉 일단 컨설팅을 시작하면 고객과 컨설팅 회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초기에 설정한 컨설팅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컨설팅 목표와 범위가 수시로 바뀌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컨설턴트는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린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서양의 컨설팅 문화가 다른 이유를 길게 적어 봤는데요. 결론을 내리자면 제대로된 컨설턴트로 대접을 받고 일을 하고 싶다면, 확실히 동양의 문화보다 서양의 문화가 낫죠. 반대로 컨설팅의 능력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자신이 있는 컨설턴트나 회사는 동양의 문화가 더 좋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글로벌 회사가 되려면, 서양의 문화를
번성하게 하는 편이 컨설턴트나 고객 모두 좋겠죠.
댓글
-
게렉터 Says:
June 22nd, 2011 at 9:01 am앞부분의 컨설팅 행태 차이에 적극 동의합니다만, 후반부에 동서양의 근본적인 문화 차이라는데에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동양 문화의 특징이 “관계중심”이라는 것도 좀 의아스럽습니다만, 그런 특징이 있다고 해도 그게 굳이 컨설팅 산업에만 특별히 크게 발현될 이유가 있다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선진국에서는 자유로운 사업을 하기를 바라는 우수 전문가들이 컨설턴트가 되어 기용되는 반면에, 후진국에서는 안정적인 조직에 속하지 못하고 잔류하게된 지식/기술 인력들을 임시 용역 형태로 활용하던 과거 산업 구조의 폐습에 갇혀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 합니다.
- Hani Says:
June 22nd, 2011 at 9:08 am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동양의 관계중심의 비즈니스,
서양의 목표(객체)중심의 비즈니스가
꼭 컨설팅 영역에서만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프로젝트성 성격에서 골고루 발현된다고
생각하죠. 다만 컨설팅의 업무 성격에 맞춰서
설명을 집중적으로 했습니다.동양문화의 관계중심에 관한 설명은,
본문에서 짧게 다루었기 때문에…조금
설명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언급한 다큐나 책을 읽어 보시면
깊게 잘 아실 수 있습니다.말씀하신 선진국 컨설턴트와 후진국 컨섵턴트와의
차이가, 제 경험으로 부연 설명이 될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능력 있는 컨설턴트였는데 한국 회사에 있을 때
상당한 격무에 시달렸는데, 외국 회사로 옮기면서
일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그분을 대하는 고객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회사들이 외국계 회사와 일을
하다 보니 그들의 문화적 습성을 많이 인정해
주고 그런 게, 제가 아는 분의 사례에서
발현된 게 아닐까 합니다. - gt1000 Says:
June 22nd, 2011 at 10:01 am안녕하세요.
저도 첫번째 댓글 다신 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후진국에서는 안정적인 조직에 속하지 못하고 잔류하게된 지식/기술 인력들을 임시 용역 형태로 활용하던 과거 산업 구조의 폐습에 갇혀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 합니다
이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 같습니다.
- Hani Says:
June 22nd, 2011 at 10:25 am의견 감사합니다!
컨설팅이 용역의 폐습에 문화에 갇혀 있다는
의견이 맞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앞의 댓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동서양의
일 범위를 정하는 것은 단지 컨설팅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컨설팅 사례를 들어서 설명 드리는 것이고요.제가 경험한 해외 용역과 국내 용역 사례로
말씀드리죠.
일단 해외에 용역을 주려면, 제가 몇 번 일한
경험으로 단순 개발이라 하더라도 스펙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계약이 어려웠습니다. 그쪽에서는
정확하게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정해달라고 했고,
그 기대에 맞춰 작업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제가 관리한 국내용역 사례로, 제가 pm을 맡아서
첫 번째로 한 프로젝트였는데요. 외주 개발이
있었습니다. 처음 pm을 하다보니까, 일을 정확하게
하고 싶어서 흔히 당시에 사용하는 외주관리
기법인 ‘알아서 해줘’에서 탈피하고자 개발 사양서를
무척 상세하게 작성했습니다. 약 100페이지 정도
됐습니다. 저처럼 요즘 일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대개 국내 외주 용역을 알아서 해 가지고 와가
일반적인 상황이죠.일단 제가 일한 방식은 외국 용역 업체를 관리하는
방식인데, 윗분들은 뭘 그렇게 힘들게 일하냐는
멘트를 날리셨습니다. 그냥 갑을의 관계를 활용하라고
하셨죠.뭐 이런 연유로 전, 외국기업 즉 목표(객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갑을의 관계처럼 관계중심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게
좋냐?는 일단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따라서 전… 말씀하신 부분에 일정부분 동의하나
컨설팅 업무가 용역의 폐습에 갇혀 있다하더라도..
그건 용역이냐 컨설이냐는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핵심이죠. - Hani Says:
June 22nd, 2011 at 10:27 am부연하자면,
그런 일을 접근하는 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문화의 문제죠. 즉 개인의 활동이 발현되는 것은
그 근본이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랬을 때, 그 차이가 뭘까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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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는 글을 쓰신 Hani님의 해외와 국내의 일에 대한 접근법이 객체와 관계가
맞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관계, 정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관리자들은 항상
적당히, 좋게좋게, 알아서, 다음에도, 주고받기 식으로 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 실무자들은 정해진 스펙이나 기획이 아니라 수시로 변화무쌍한
스펙을 가지고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하는 이야기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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