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보일러 튜브가 손상되는 역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한 논문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남혁 동서발전 당진화력 제3발전소장(사진)을 비롯한 산·학연구팀 5명은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에서의 보일러 튜브 손상해석’이란 주제로 국제논문을 최근 발표, 눈길을 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특수금속재질인 고크롬강(T91, T92)으로 발전소 보일러 튜브를 구성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배관 내부의 특정 부위에 ‘물때(산화스케일)’가 3겹으로 쌓이게 된다. 이 부위가 지속적으로 열을 받으면 ‘물때’ 사이에 빈 공간(Void)이 생겨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마침내 내압을 견디지 못해 파열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보일러 내부 증기온도가 섭씨 541도 이하(금속 온도 550~600℃)에선 이 같은 튜브 파열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569~596℃(금속 온도 600~650℃)인 운전조건에선 튜브가 잇달아 터졌으며, 앞으로도 반복적인 손상이 예상된다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 발전소에서 일어난 튜브 파열사고는 총 17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보일러 내부 증기온도가 569~596℃인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에선 기존 고크롬강 대신 스테인레스강(TP-347H 재질)을 튜브에 채택하는 게 적합하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고크롬강은 내식성(부식에 견디는 성질)에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는 국내에 영흥화력 1~4호기, 당진화력 5~8호기, 태안화력 7~8호기, 보령화력 7~8호기, 하동화력 7~8호기 등 총 14개 호기가 있다.
이 논문은 이들 신규 발전소의 고질적 문제였던 보일러 튜브 손상원인을 역학적으로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보일러 설비의 신뢰도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남혁 소장은 “튜브파열로 인해 발전기가 불시에 멈출 경우 발전회사는 전력생산 중단으로 인해 하루에만 수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게 된다”며 “예기치 못했던 피해를 줄임으로써 발전회사의 경영수지 개선과 국가의 안정적 전력공급에 이 논문이 자그마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세계적 학술논문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가 발행한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급 논문집인 EFA(엔지니어링 고장 분석)지 제16호에 수록됐다. 엘스비어 논문집에 국내 발전사 관계자의 글이 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논문작성에는 이남혁 소장 외에도 김신 울산화력 차장(제3발전소 기계팀), 최병학 강릉대 금속재료공학과 교수, 윤기봉 중앙대 기계공학과 교수, 권동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등 5명이 참여했다.
▦ 엘스비어(Elsevier)
125년 전통의 과학·건강분야 출판사다.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과학자, 교수 등이 이 곳에서 나온 논문집을 활용하고 있다. 본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 EFA는 1년에 한 번씩 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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