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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경제/기업] 대기업 계열 광고사,광고시장의 독? 약?

by SB리치퍼슨 2010. 6. 17.



대기업 계열 광고사,광고시장의 독? 약?

파이낸셜뉴스 | 박하나 | 입력 2010.06.16 17:58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살린 혜안이냐, 창의성을 저해하는 폐단이냐.'

국내 광고계에서 인하우스 에이전시, 즉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를 두고 다시 한 번 논란이 일고 있다. 오래된 논쟁에 다시 불을 댕긴 것은 포스코다. 그동안 MBC애드컴에 기업 이미지 광고와 더 샵 브랜드 광고를 맡겨온 포스코는 지난 8일 계열사 '포레카'를 설립하며 포스코 본사와 26개 계열사 광고를 전담한다고 발표했다.

포레카 설립으로 MBC애드컴은 약 200억원의 광고 물량을 잃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금액에 대해 "광고 시장 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액수"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또 계열 광고대행사를 만들었다는 것에 중요하고도 심각한 의미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상위 5개는 몽땅 대기업 계열

통상 업계에선 국내 광고 물량의 70∼80%를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16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집계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광고대행사 순위(금액 기준)를 살펴보면 1위 제일기획, 2위 이노션, 3위 HS애드, 4위 SK마케팅앤컴퍼니, 5위는 대홍기획이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로 제일기획은 삼성, 이노션은 현대자동차, HS애드는 LG, SK마케팅앤컴퍼니는 SK, 대홍기획은 롯데의 계열사다.

이들은 모기업의 안정적인 자본력과 인지도, 내로라하는 제품 덕에 성장도 빠르다. 일례로 SK마케팅앤컴퍼니는 2008년 5월에 출범해 그해 국내 광고대행사 순위 9위(취급고 1531억원)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5위(3025억원)로 급성장했다. 올해 예상 취급고 역시 3700억원으로 업계 4위 탈환이 목표다.

반면 10위 안에 든 독립 광고 대행사는 JWT애드벤처(7위), 웰콤퍼블리시스월드와이드(10위)뿐이다. 다국적광고사인 JWT애드벤처는 피겨 선수 김연아매일유업 광고를 제작한 곳이며 토종 광고회사로 출발해 세계적인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와 합자한 웰콤퍼블리시스월드와이드는 르노삼성, 하나은행 등이 주 광고주다.

■국가 경제에 도움 VS 창의성 저해

인하우스 에이전시와 독립광고대행사 중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국내 주요 인하우스 에이전시 중 한곳인 A사는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해도 해외에 본사를 둔 곳들은 신입사원을 뽑는 일이 드물고 이익이 나면 본사로 보내는 구조여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아이디어 보안이 생명인 업계 풍토상 외부인(독립 광고대행사)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위험 요소가 있고 해당 제품과 기업의 전략에 대해 공감대 형성이 쉬워 계열 광고사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독립광고대행사들도 할 말은 많다. 외국계 독립광고대행사인 B사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아이디어 싸움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열사를 둔 곳이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비슷한 규모의 독립광고대행사 C사 관계자 역시 "외국에서는 제조사와 광고사를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로 보지만 한국은 갑, 을 관계 혹은 하위 부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사건건 자기 주장을 펼치는 독립광고사보다는 '말 잘 듣는 계열사'가 당장은 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나이키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금강오길비 그룹의 웨인 초이 제작총괄 부사장은 이에 대해 "인하우스 에이전시나 독립광고대행사 둘 중에 어떤 것이 낫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움이 많다"면서 "발군의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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