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관리자? 프로젝트 매니저(관리자)? 업종 변경?
당신이 개발자라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프로그래머 경력 3년차, 이제 어디로 갈까?
35세 정년 과감하게 뛰어 넘는 경력 관리 해법 찾기
지금 다니는 직장에 몇 개월째 근무하고 있는가? IT 종사자들의 근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개발자들도 한 분야만 알아서는 경력 관리를 하기가 힘들어졌다. 평생 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갖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자. 프로그래머 정년이 35세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면서 이제는 자신의 경력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때가 왔다.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50세가 되어 있을 자신을 그려 보자.
글·김영미 기자 kelly@pserang.co.kr 사진·권현진 기자 guswls 337@pserang.co.kr
중소 IT 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요즘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암호로 잠궈 둔 이력서를 연다. 자신의 경력기술서를 주욱 보다가 한숨짓는 K씨. 프로그래밍이 좋아 IT 업계로 뛰어든지 어언 3년째, 회사에선 주임으로 승진도 했고 자리도 잡았다. 그동안 갖가지 프로젝트에 밀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밤을 새고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사의 비위도 맞춰 가면서 프로그래머 경력을 쌓아 왔지만 요즘은 왠지 모르게 자괴감이 밀려 온다.
프로그래머 정년 35세라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하고 있는 업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후배들은 계속 밀려들어 오고 학교다닐 때처럼 계속 공부를 한다는 것도 심적으로 부담이다. K씨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는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경력을 관리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프로그래머는 왜 이직율이 높을까?
취업 사이트인 인쿠르트의 통계에 따르면 IT 종사자의 이직 주기는 상당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www.incruit.com)가 1,982명의 IT 재직자를 대상으로 이직 동향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2년마다 회사를 옮기는 종사자가 38.4퍼센트(761명)에 달했다. 5년 이상 주기로 회사를 옮기는 종사자는 4.7퍼센트(9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시 10~20퍼센트의 연봉을 올려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2~3년마다 이직한다’는 대답은 31.4퍼센트, 3~5년 단위로 이직하는 경우는 13.6퍼센트, 1년 이하 주기로 이직하는 경우는 11.9퍼센트 등이었다. 전체 이직 주기로 보면, 1~3년마다 이직하는 비율이 전체의 69.8퍼센트에 달해 대다수 IT 종사자들이 1~3년 내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직 사유로는, ‘회사의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5퍼센트(66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자기 계발을 위해 이직한다’가 33.1퍼센트(655명)에 달해 직장 생활에서 회사 비전과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프로그래머들은 왜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일까? 물론 고용 불안에서 오는 구직자들의 자발적 이직도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잡서치코리아의 이기대 사장은 국내 2~3년차 프로그래머들의 문제점을 IT 산업 계층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국내 IT 업체들은 산업 자체가 영세한데다 SI 업체가 많아야 프로그래머가 대접을 받는데 SM(시스템 운영)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IT업체들이 2차, 3차로 하청을 주는데 이 하청 업체에 2~3년차 프로그래머들이 몰려 있다. 따라서 업무 환경도 열악하고 자기 개발할 여유도 없이 경력을 쌓게 된다. 노가다성 코딩 작업만 하다보니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없어 슬럼프에 빠진다”고 말한다.
프로그래머 10년, 관리자 10년
국내 IT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전산 업무를 10년 정도 하면 관리자로 승진하고 더 이상 개발자로 일하지 않는다. 이는 본인의 선택적인 측면이 많지만 장유유서(長幼有序)로 대변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또 30대 중반이 되면 아이들이 커가고 밤새고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서 프로그래머 ‘35세 정년’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개발자로서 수명이 다한 인력들은 다른 분야로 전직하거나 개발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승진하는 것이 통상적인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경력 지도이다. 일부 IT 컨설턴트라고 하는 개발자와 관리자의 중간 단계의 직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문과 출신이면서 IT 기업 근무 경력이 있고 경영학 석사 등 각종 학위로 무장한 이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른만 넘겨도 의욕을 상실하는 프로그래머들도 생겨난다. 그렇다면 경력 관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하는 것일까. 헤드헌팅 포털 HP존에 따르면 헤드헌터들은 이직 희망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을 경력 관리 미흡과 조직 생활 부적응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초보 개발자 시절부터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말한다. 삼성멀티캠퍼스 교육사업팀 오형석 과장은 “자신이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것인지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주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력 관리에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계속 프로그래밍을 할 것인지, 개발 지식을 토대로 기술 영업을 할 것인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것인지 2~3년차에 결정해야 한다는 인크루트 김현정 IT 담당 부장은 “취업 시장에서는 프로그래머의 수명은 약 20년이다. 이 중 순수하게 프로그래밍(코딩) 업무만으로 파악하면 약 10년 정도이다. 이는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상당히 길다. 프로그래밍 분야 즉, 코딩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이라는 이유는 IT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고 개발 언어 또한 계속 교체되기 때문”이라고 쐐기를 박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프로그래머 업무에 충실하고 경력 관리를 제대로 하면 길을 얼마든지 있다.
변화에 알맞는 경력 지도 그려야
올해 31세인 5년차 프로그래머 장윤기씨의 경우 현재 네 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 중 1년씩 일한 직장이 2곳, 3년 동안 일한 업체를 거처 포스데이타라는 SI 업체에 안착했다. 그는 중소 IT 업체에서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경력을 업그레이드 했다. 올해 30세인 권영민 시큐어소프트 과장의 경우 병역특례 경력을 합하면 프로그래머 경력만 7년째다. 비주얼 C에서 자바로 업그레이드하고 프로그래머로써 경력을 쌓다가 경력이 10년쯤되면 독자적인 프로젝트 매니저로 승부를 낼 생각이다.
프로그래머의 일반적인 경력 지도는 약 10여 년의 프로그래머 생활을 거친 후 기술 영업을 하거나 전산실 매니저가 되거나 프로젝트 매니저로 성장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있고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중 프로그래머 실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싶은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매니저에 관심을 가져보자. 급변하는 IT 트렌드를 봤을 때 개발자가 2~3가지 프로그래밍 언어까지는 학습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던 개발자가 C/S 환경에서 웹으로 전환하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프로젝트 일정을 관리하고 전산 자원을 배분하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핵심 인력이다. 자신이 수행한 프로젝트로 경력을 인정받는 프로그래머는 금융이나 통신과 같은 산업 분야 별로 경력을 쌓거나 원가, 회계, 재무와 같은 직무별 커리어를 쌓는 것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분야별 전문 지식을 토대로 관리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프로그래머 경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다. 국내의 경우 ‘관리자=People Management’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산인들이 프로젝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비롯된다. 잡서치코리아 이기대 사장은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쌓고 관리자가 되면 피플 관리가 아닌 프로젝트 관리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건별 계약이든 기업의 전산 관리자로 있든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PM(Project Manager)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러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SI 인력도 적을 뿐더러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IT 결과물의 퍼포먼스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30대 중반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헤드헌팅업체에서 많이 찾는데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반적인 기술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시급하다는 것. 프로그래머는 많아도 관리자는 드문 것이 국내 전산 환경의 현 주소이다.
경력을 쌓아 교육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IT 교육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IT 분야를 가르칠 사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얼마 전 한 중견 IT 업체는 최근 호주 소프트웨어 회사의 수석 엔지니어를 초빙해 3일간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했다. 강사료는 1,000만 원. 국내에서는 이같은 인력을 찾을 수 없었다는 업체 측의 전언이다. 노동연구원 조사 결과에서도 고급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종 1위는 IT 교육 전문가이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과 학원, 직업 훈련 기관의 부족한 IT 교원은 1,374명이었다. 1년차 개발자 100명 중 5년이 지나고 남는 개발자가 15명밖에 안된다는 말이 이를 반증해 준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리포팅 능력 중요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머의 특성을 살펴 보면 외곬수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 이사는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회의 시간에 한 마디도 못하거나 요점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대답을 못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면 무조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개발자들이 많아 현업에서 불만”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서적만 보다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
인크루트 김현정 부장은 “프로그래머들은 업무 성향이 오기와 비슷한 독특한 특성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폐쇄적인 데다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IT 조직은 서비스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원 조직이고 현업을 서비스하는 조직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프로그래머가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고 서포팅을 잘하면 인정받기도 쉽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이 현업을 이해가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들 중 상당수는 상사와의 갈등이나 동료와의 불협화음으로 이직을 하려는 개발자도 많다. 소규모 IT 기업에서 근무하던 개발자 B씨는 회사가 급성장 하면서 조직이 확대되어 개발 인력이 수십 명으로 불어났으나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직한 경우다. 이전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사라진 데다 새로 영입된 팀장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것.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프로그래머에게 큰 문제로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기대 사장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그 방식으로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프로그래머들에게 또 하나의 벽은 글쓰기와 프리젠테이션 능력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과정에서 타 부서인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권영민 시큐어소프트 과장은 “개발자들이 스케줄 관리와 다큐멘테이션에 약하다.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글쓰기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생각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장기계획 세우고 목표 확실히 설정
초보 개발자 시절부터 장래에 대한 계획을 확실히 세우고 꾸준히 계단을 올라 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경력 관리에 대해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실직했다면 공백을 최우선으로 줄이는 것이 경력 관리에 흠을 없애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공백 기간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로그래머에게 있어 반년 이상의 공백은 일을 안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직무 능력이 떨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차라리 직장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재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공백기를 가졌다면 업무의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커뮤니티 활동, 연구, 단기 프로젝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유의할 점은 일을 놓고 싶더라도 목표없이 그만 둬서는 안된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 취업 정보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 봐야 한다. 퇴직 준비를 하면서 정보 검색을 하지 않았다면 반성해야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경력은 5년차 이상일 때 옮기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 경험 많은 7년차가 가장 좋다.
슬럼프에 빠졌다면 보직이나 근무지를 바꿔 같은 일이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업무와 관련된 교육 기회를 찾아 그간의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신선한 주제를 제공하여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신이 개발자라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프로그래머 경력 3년차, 이제 어디로 갈까?
35세 정년 과감하게 뛰어 넘는 경력 관리 해법 찾기
지금 다니는 직장에 몇 개월째 근무하고 있는가? IT 종사자들의 근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개발자들도 한 분야만 알아서는 경력 관리를 하기가 힘들어졌다. 평생 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갖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자. 프로그래머 정년이 35세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면서 이제는 자신의 경력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때가 왔다.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50세가 되어 있을 자신을 그려 보자.
글·김영미 기자 kelly@pserang.co.kr 사진·권현진 기자 guswls 337@pserang.co.kr
중소 IT 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요즘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암호로 잠궈 둔 이력서를 연다. 자신의 경력기술서를 주욱 보다가 한숨짓는 K씨. 프로그래밍이 좋아 IT 업계로 뛰어든지 어언 3년째, 회사에선 주임으로 승진도 했고 자리도 잡았다. 그동안 갖가지 프로젝트에 밀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밤을 새고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사의 비위도 맞춰 가면서 프로그래머 경력을 쌓아 왔지만 요즘은 왠지 모르게 자괴감이 밀려 온다.
프로그래머 정년 35세라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하고 있는 업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후배들은 계속 밀려들어 오고 학교다닐 때처럼 계속 공부를 한다는 것도 심적으로 부담이다. K씨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는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경력을 관리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프로그래머는 왜 이직율이 높을까?
취업 사이트인 인쿠르트의 통계에 따르면 IT 종사자의 이직 주기는 상당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www.incruit.com)가 1,982명의 IT 재직자를 대상으로 이직 동향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2년마다 회사를 옮기는 종사자가 38.4퍼센트(761명)에 달했다. 5년 이상 주기로 회사를 옮기는 종사자는 4.7퍼센트(9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시 10~20퍼센트의 연봉을 올려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2~3년마다 이직한다’는 대답은 31.4퍼센트, 3~5년 단위로 이직하는 경우는 13.6퍼센트, 1년 이하 주기로 이직하는 경우는 11.9퍼센트 등이었다. 전체 이직 주기로 보면, 1~3년마다 이직하는 비율이 전체의 69.8퍼센트에 달해 대다수 IT 종사자들이 1~3년 내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직 사유로는, ‘회사의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5퍼센트(66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자기 계발을 위해 이직한다’가 33.1퍼센트(655명)에 달해 직장 생활에서 회사 비전과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프로그래머들은 왜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일까? 물론 고용 불안에서 오는 구직자들의 자발적 이직도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잡서치코리아의 이기대 사장은 국내 2~3년차 프로그래머들의 문제점을 IT 산업 계층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국내 IT 업체들은 산업 자체가 영세한데다 SI 업체가 많아야 프로그래머가 대접을 받는데 SM(시스템 운영)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IT업체들이 2차, 3차로 하청을 주는데 이 하청 업체에 2~3년차 프로그래머들이 몰려 있다. 따라서 업무 환경도 열악하고 자기 개발할 여유도 없이 경력을 쌓게 된다. 노가다성 코딩 작업만 하다보니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없어 슬럼프에 빠진다”고 말한다.
프로그래머 10년, 관리자 10년
국내 IT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전산 업무를 10년 정도 하면 관리자로 승진하고 더 이상 개발자로 일하지 않는다. 이는 본인의 선택적인 측면이 많지만 장유유서(長幼有序)로 대변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또 30대 중반이 되면 아이들이 커가고 밤새고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서 프로그래머 ‘35세 정년’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개발자로서 수명이 다한 인력들은 다른 분야로 전직하거나 개발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승진하는 것이 통상적인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경력 지도이다. 일부 IT 컨설턴트라고 하는 개발자와 관리자의 중간 단계의 직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문과 출신이면서 IT 기업 근무 경력이 있고 경영학 석사 등 각종 학위로 무장한 이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른만 넘겨도 의욕을 상실하는 프로그래머들도 생겨난다. 그렇다면 경력 관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하는 것일까. 헤드헌팅 포털 HP존에 따르면 헤드헌터들은 이직 희망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을 경력 관리 미흡과 조직 생활 부적응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초보 개발자 시절부터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말한다. 삼성멀티캠퍼스 교육사업팀 오형석 과장은 “자신이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것인지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주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력 관리에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계속 프로그래밍을 할 것인지, 개발 지식을 토대로 기술 영업을 할 것인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것인지 2~3년차에 결정해야 한다는 인크루트 김현정 IT 담당 부장은 “취업 시장에서는 프로그래머의 수명은 약 20년이다. 이 중 순수하게 프로그래밍(코딩) 업무만으로 파악하면 약 10년 정도이다. 이는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상당히 길다. 프로그래밍 분야 즉, 코딩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이라는 이유는 IT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고 개발 언어 또한 계속 교체되기 때문”이라고 쐐기를 박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프로그래머 업무에 충실하고 경력 관리를 제대로 하면 길을 얼마든지 있다.
변화에 알맞는 경력 지도 그려야
올해 31세인 5년차 프로그래머 장윤기씨의 경우 현재 네 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 중 1년씩 일한 직장이 2곳, 3년 동안 일한 업체를 거처 포스데이타라는 SI 업체에 안착했다. 그는 중소 IT 업체에서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경력을 업그레이드 했다. 올해 30세인 권영민 시큐어소프트 과장의 경우 병역특례 경력을 합하면 프로그래머 경력만 7년째다. 비주얼 C에서 자바로 업그레이드하고 프로그래머로써 경력을 쌓다가 경력이 10년쯤되면 독자적인 프로젝트 매니저로 승부를 낼 생각이다.
프로그래머의 일반적인 경력 지도는 약 10여 년의 프로그래머 생활을 거친 후 기술 영업을 하거나 전산실 매니저가 되거나 프로젝트 매니저로 성장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있고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중 프로그래머 실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싶은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매니저에 관심을 가져보자. 급변하는 IT 트렌드를 봤을 때 개발자가 2~3가지 프로그래밍 언어까지는 학습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던 개발자가 C/S 환경에서 웹으로 전환하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프로젝트 일정을 관리하고 전산 자원을 배분하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핵심 인력이다. 자신이 수행한 프로젝트로 경력을 인정받는 프로그래머는 금융이나 통신과 같은 산업 분야 별로 경력을 쌓거나 원가, 회계, 재무와 같은 직무별 커리어를 쌓는 것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분야별 전문 지식을 토대로 관리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프로그래머 경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다. 국내의 경우 ‘관리자=People Management’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산인들이 프로젝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비롯된다. 잡서치코리아 이기대 사장은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쌓고 관리자가 되면 피플 관리가 아닌 프로젝트 관리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건별 계약이든 기업의 전산 관리자로 있든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PM(Project Manager)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러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SI 인력도 적을 뿐더러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IT 결과물의 퍼포먼스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30대 중반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헤드헌팅업체에서 많이 찾는데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반적인 기술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시급하다는 것. 프로그래머는 많아도 관리자는 드문 것이 국내 전산 환경의 현 주소이다.
경력을 쌓아 교육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IT 교육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IT 분야를 가르칠 사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얼마 전 한 중견 IT 업체는 최근 호주 소프트웨어 회사의 수석 엔지니어를 초빙해 3일간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했다. 강사료는 1,000만 원. 국내에서는 이같은 인력을 찾을 수 없었다는 업체 측의 전언이다. 노동연구원 조사 결과에서도 고급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종 1위는 IT 교육 전문가이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과 학원, 직업 훈련 기관의 부족한 IT 교원은 1,374명이었다. 1년차 개발자 100명 중 5년이 지나고 남는 개발자가 15명밖에 안된다는 말이 이를 반증해 준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리포팅 능력 중요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머의 특성을 살펴 보면 외곬수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 이사는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회의 시간에 한 마디도 못하거나 요점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대답을 못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면 무조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개발자들이 많아 현업에서 불만”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서적만 보다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
인크루트 김현정 부장은 “프로그래머들은 업무 성향이 오기와 비슷한 독특한 특성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폐쇄적인 데다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IT 조직은 서비스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원 조직이고 현업을 서비스하는 조직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프로그래머가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고 서포팅을 잘하면 인정받기도 쉽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이 현업을 이해가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들 중 상당수는 상사와의 갈등이나 동료와의 불협화음으로 이직을 하려는 개발자도 많다. 소규모 IT 기업에서 근무하던 개발자 B씨는 회사가 급성장 하면서 조직이 확대되어 개발 인력이 수십 명으로 불어났으나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직한 경우다. 이전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사라진 데다 새로 영입된 팀장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것.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프로그래머에게 큰 문제로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기대 사장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그 방식으로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프로그래머들에게 또 하나의 벽은 글쓰기와 프리젠테이션 능력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과정에서 타 부서인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권영민 시큐어소프트 과장은 “개발자들이 스케줄 관리와 다큐멘테이션에 약하다.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글쓰기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생각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장기계획 세우고 목표 확실히 설정
초보 개발자 시절부터 장래에 대한 계획을 확실히 세우고 꾸준히 계단을 올라 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경력 관리에 대해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실직했다면 공백을 최우선으로 줄이는 것이 경력 관리에 흠을 없애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공백 기간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로그래머에게 있어 반년 이상의 공백은 일을 안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직무 능력이 떨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차라리 직장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재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공백기를 가졌다면 업무의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커뮤니티 활동, 연구, 단기 프로젝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유의할 점은 일을 놓고 싶더라도 목표없이 그만 둬서는 안된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 취업 정보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 봐야 한다. 퇴직 준비를 하면서 정보 검색을 하지 않았다면 반성해야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경력은 5년차 이상일 때 옮기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 경험 많은 7년차가 가장 좋다.
슬럼프에 빠졌다면 보직이나 근무지를 바꿔 같은 일이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업무와 관련된 교육 기회를 찾아 그간의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신선한 주제를 제공하여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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