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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경영/리더] 한 벤처 경영자의 에세이- ‘왕따 직원’과 일하기(중)

by SB리치퍼슨 2010. 10. 14.


[한상복] 한 벤처 경영자의 에세이- ‘왕따 직원’과 일하기(중) 
 
한상복(㈜비즈하이 파트너, 전 서울경제신문 기자) closest@bizhigh.com  
 
 
지난번에 이어 연구 대상인 직원들에 대한 경영자의 분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명의 직원은 대부분의 직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른바 ‘싸가지’와 ‘핑계쟁이’라는 별명을 붙일만한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일하는 고통을 살펴봅시다.

(B) 연구대상별 사례 분석

연구 대상인 2명의 직원은 각각 ‘싸가지’와 ‘핑계쟁이’로 칭하기로 한다. 이들의 조직내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별칭이며, 실제로 ㈜XXX 직원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였다.

<싸가지>

34세의 남자 직원이다(팀장급).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한 스타일이었다. 대표이사의 대학 후배로, 주식회사를 창립할 때 ‘등기 이사’로 채울만한 사람이 없어 등재를 시켰더니, 실제로 이사 행세를 하면서 직원들 위에 군림하려 들었다. 당연히 직원들 사이에서는 ‘왕따’가 되었다.

대표이사는 ㈜XXX을 창업하기 전에는 ‘싸가지’와 함께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의 태도에 매료되어 스카우트했다. 남다른 배려 차원에서 일부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몇 달간 같이 일을 해본 결과, ‘싸가지’는 논리적인 것을 좋아만 했을 뿐, 실제로 맡은 업무는 논리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했다. 말만 앞서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이사인데…’하는 의식이 강해 그 자신보다 연장자인 팀장들을 무시하는 언사를 자주 했으며 종횡무진 다툼을 걸고 다녔다. 대표이사가 외국 협력업체와의 업무를 위해 잘 아는 통역 전문가를 초청해 일을 시키고 나중에 미안해서 일당을 지급한 적이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싸가지’는 “왜 이사인 나에게 그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면서 호통을 치기도 했다.

심지어는 외부의 귀한 손님(산학협력을 위한 대학 교수 면담)이 오셨는데 부르지도 않은 ‘싸가지’가 문을 열고 들어와 다리를 꼬고 앉아서 거만한 태도를 보여 손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대표이사와 교수가 면담을 할 때도 수시로 끼어들어 훼방을 놓았다.

‘싸가지’는 회의를 할 때마다 “거창한 사업 계획”이라면서 온갖 미사여구로 장식한 아이디어를 내놓고는 했는데, 일부 직원이 반대할 경우 거친 말을 쏟아내며 화를 내기도 했다. 남의 아이디어는 첫 마디만 듣고서도 “이야기 안 된다”면서 잘라 버리기 일쑤였다. 이에 ‘일(싸가지)대 다수’간의 대립구도가 굳어짐으로써 회사 분위기가 경색되었으며 일부 사원들은 ‘싸가지’를 회피하기 위해 외근을 나갔다가 귀사하지 않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결국 대표이사는 차츰 ‘싸가지’는 조직 생활에 부적격자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대표이사는 ‘싸가지’를 불러 “다른 직원들이 당신을 혐오하는데 계속 그렇게 하면 서로가 피곤해질 뿐이다”라는 경고를 수 차례 했으나 그의 스타일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대표이사는 ‘싸가지’를 퇴직시킬 결심까지 했지만, 자신이 데려온 대학 후배라는 인정 때문에 번번이 포기해야 했다.

2001년 하반기, 사장실에 들어온 ‘싸가지’는 “형이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데 내가 내려가서 도와주어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종적을 감추었다. 대표이사는 전화를 걸어 “무단 결근이니 빨리 출근하라”고 종용을 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에 3달의 말미를 준 뒤 퇴직 처리를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달 뒤에 나타난 ‘싸가지’는 “왜 마음대로 퇴직 처리를 했느냐”면서 “노동사무소에 구제신청을 내고 고발하겠다”는 등 폭언을 했다. 그러면서 퇴직금과 위로금을 요구했다. 대표이사는 “무단결근의 경우 파면의 사유가 된다”면서 강력하게 대응하여 ‘싸가지’의 요구를 물리쳤다.

<핑계쟁이>

30세의 직원이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게으름을 부려 ‘핑계쟁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외부 영입의 케이스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에 대기업 근무 경력도 있어 연봉도 다른 직원에 비해 높게 책정해주었으나,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요령만 부려서 결국 권고사직을 시켰다.

일을 최대한으로 아껴 가며 하는 스타일의 직원이었다. 다른 직원 같으면 2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핑계쟁이’는 3일 동안 ‘열심히 매달려’ 있는 것이 다반사였다. 옆에 있는 직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한다.

야근이라도 한번 하면 그 다음날은 어김없이 결근이었다. 전화를 걸어 보면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일쑤였다. 대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핑계였다. 조직이 작은, 소규모 벤처기업의 특성상 없는 일도 만들어 해야 할 판인데 ‘핑계쟁이’는 시키는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핑계쟁이’를 해고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중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모 대기업의 대형 계약을 따내는 바람에 휴일에도 현장으로 모이게 되었는데 마침 자료를 가지고 퇴근을 했던 ‘핑계쟁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대표이사가 수 차례 전화를 했으나 ‘핑계쟁이’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른 직원이 전화를 거니까 통화가 이루어졌다. 발신자 확인을 통해 전화를 골라서 받은 것이다. 대표이사는 “지금 자료를 갖고 오지 않으려면 차라리 집에서 계속 쉬라”는 메시지를 전하도록 했다. 이 전갈을 받은 ‘핑계쟁이’는 전화를 건 직원으로 하여금 다른 장소로 약속을 잡아 자료를 건네주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대표이사는 ‘핑계쟁이’를 퇴출시킬 각오를 했으나 그 핑계 앞에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묘안을 낸 것이 다른 직원(부장급)을 시켜 ‘핑계쟁이’가 스스로 사표를 내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스스로 ‘악역’을 맡을 것이 아니라 하부 관리자에게 맡겨 ‘남의 칼’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같은 방안은 실행에 옮겨져 ‘핑계쟁이’는 그로부터 사흘만에 사표를 내고 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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