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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크리스마스 선물

by SB리치퍼슨 2018. 5. 10.
[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크리스마스 선물
날짜:2004년 12월 24일

(앞 부분은 생략합니다.)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투자하는 거네.”
“투자요?”
“그렇지. 투자하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네.”

“하하, 할아버지 전 투자할 돈이 없어요”
“자네는 투자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네처럼 투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있지. 무엇이든 실용적 개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투자의 실용적 개념을 파악해야 하네.”

나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자가 되는 법이란 걸 저녁을 먹으면서 한마디 말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이상한 거다. 그런 기대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인드다. 한마디 말로 어떻게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실용적 개념이라는 게 뭐죠?”
“어떤 것이 갖는 현실적인 진짜 의미를 말하는 거네. 무엇이든 진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

할아버지는 내 손에 든 영어 교재를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하냐고 물었다. 그러시더니, 왜 영어 공부를 하냐고 물었다. 나는 영어를 못하면 승진도 못하고, 요즘은 영어가 필수라는 현실을 말씀 드렸다.

“자네, 영어와 컴퓨터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나?”
“영어와 컴퓨터는 요즘 세상의 필수라는 공통점이 있죠.”
“그러니까, 왜 요즘 세상에 영어와 컴퓨터가 필수냐 말일세?”
“그게 현실이니까요.”

“자네는 실용적 개념을 파악하는 훈련이 전혀 안 돼있군. 요즘 젊은이들은 영어의 실용적 개념을 자격증처럼 생각하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먹을지 모르면서도 그냥 잘하면 유리한 것으로 말이야. 하지만, 영어의 더 중요한 실용적 개념은 정보와 기회라는 거야. 그런 면으로 보면 영어는 컴퓨터와 같은 실용적 개념을 갖는 거지. 정보와 기회 말야.”

할아버지는 컴퓨터의 의미를 과학과 계산 기계로 접하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영어가 갖는 의미 역시 정보를 더 빨리 많이 얻을 수 있는 도구라고 지적했다.

“생각해보게. 자네가 어떤 정보가 필요한데, 한글 사이트만 검색을 하는 것과 영어 사이트까지 같이 검색한다면 자네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은 무척이나 큰 차이가 있을 걸세. 그런 정보의 양과 질의 차이가 때로는 돈이 되고 때로는 권력이 되는 거지.”

찬물 한 통을 뒤집어 쓴 느낌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한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투자의 실용적 개념은 무엇입니까?”
“투자란 나갔다가 더 큰 것이 되어서 되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네.”
“100원을 투자하여 1,000원을 얻는 걸 말씀하시는군요.”

“비슷하네. 자네는 투자를 하고 있나?”
“아까 말씀 드렸듯이 전 투자할 돈이 없습니다.”
“자네는 투자라고 하니까, 계속 주식과 부동산 같은 걸 생각하는군. 하지만, 돈을 투자하는 것은 여러 가지 투자 중에 가장 나중에 하는 거야. 먼저 해야 할 투자들을 모두 하고 말이야.”

“돈이 안 들어가는 투자도 있나요?”
“투자라는 건 돈을 포함하여 자네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으로 하는 거라네. 자네의 행동이나 말이나 심지어 그 웃음까지, 자네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 말이야 ”

“제 행동이나 웃음까지도 투자가 되고 있는 거라고요?”
“그렇지. 다시 말하지만,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은 투자하는 거야. 투자란 자네에게서 나와서 자네에게 되돌아 갈 때, 돈을 친구로 함께 데리고 가는 모든 것이라네.”
“재미있는 비유군요.”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네. 자네의 노력과 시간도 생명이 있어서, 자네에게서 나와서 어떤 것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그냥 떠나버리지. 또, 어떤 것들은 아주 큰 돈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돌아오지. 생명이 있는 건 돈이나 노력, 시간들만이 아니네. 자네가 하는 인사나, 웃는 미소 하나에도 모두 생명이 있지. 어떤 사람의 미소는 그에게 황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갖다 주지. 부자가 되는 비결은 바로 그걸세. 자신에게서 나가는 모든 것들이 더 큰 것들을 가지고 되돌아오게 하는 거 말이야.”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앞에 있던 초밥을 모두 먹었다. 할아버지는 시계를 보시더니, 오늘 서로가 좋은 선물을 주고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옆에 놓아 두었던 모자를 집어 드셨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비결을 듣고 싶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나가는 것이 큰 돈이 되어 되돌아오게 할 수 있나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네 스스로 찾아보게. 이것만 기억하면 돼. 중요한 건,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다는 거야. 자네에게서 나가는 모든 것에 말이야. 자네의 그 선한 웃음까지도 말이야.”

할아버지는 핸드폰의 단축키를 누르시더니, 이제 그만 가자고 한마디를 하셨다. 할아버지가 오늘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 것도 나에게서 나간 웃음이 할아버지의 선물로 되돌아온 것일까?

조그만 초밥집 앞에 큰 외제차가 섰다. 몇 사람이 나오고 할아버지는 그 차를 타시며, 이쪽으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웃으셨다. 그리고, 차는 가버렸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던 주인이 내게 말했다.

“저 할아버지. 1년에 꼭 이맘 때쯤에 한번 오시는데, 어마어마한 부자 같아요. 겉보기에는 안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자라고 전에 어떤 손님이 그러시던데요.”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다. 선물을 받기만 할 나이가 지나버린 나는 오늘 처음 보는 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았다. 선물을 주고 받을 때에는 굳이 좋은 걸 줬는지, 비싼 걸 받았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걸 비교한다는 것부터가 선물이 주는 행복을 빼앗아간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할아버지에게 작은 걸 드리고,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투자를 해야겠다. 내 작은 미소까지도 많이 내보내야겠다. 친구들을 많이 데리고 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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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쓴 짧은 단편 중의 일부입니다.
모두들 행복한 크리스마스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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