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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오아시스의 나무

by SB리치퍼슨 2018. 5. 14.
[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오아시스의 나무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12월 03일


소년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는 너무나 삭막한 사막의 한 복판에 있었다. 그 오아시스를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졌다. 가끔 소년은 오아시스를 벗어나서 사막의 반대편 쪽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사막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 바람. 사막은 죽음의 땅이었다. 그 죽음의 땅에 이렇게 작은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소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었다.

소년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에는 큰 나무가 있었다. 소년은 그곳에서 나무와 함께 살았다. 오아시스의 크지 않은 옹달샘은 소년과 나무에게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 소년도 오아시스의 물을 마시며 살았고, 나무도 오아시스의 물 때문에 살 수 있었다. 물은 소년과 나무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소년은 나무를 사랑했다. 나무는 소년이 태어났을 때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소년이 자라서 청년이 되었을 때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청년이 어른이 되어 가족을 거느릴 때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나무는 소년과 삶을 함께한 유일한 친구이며 추억이었다. 어른으로 장성하여 자식을 거느리게 된 후에도 그는 나무를 사랑했다. 나무는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청년이 되면서 그는 많은 공부를 했다. 그는 공부를 통해서 바다에는 해적이 있고, 산에는 산적이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막에도 사막의 도적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도 사막의 도적들에게 언제든지 침략당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전쟁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해 여름의 가장 중간에 있는 날이었다. 그날은 태양이 너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은 그로 하여금 오아시스의 물가에서 하루를 보내게 만들었다. 사막은 죽음의 땅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것은 이 오아시스의 물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는 나무를 보았다. 그는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무와 함께 살아 왔지만,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고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나무는 물을 먹으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는 나무가 먹고 있는 오아시스의 물이 아까워졌다. 그는 나무가 자신에게도 부족한 오아시스의 물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무가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자신의 오아시스가 바닥이 나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삭막한 죽음의 사막에서 갈 곳 없이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그는 나무를 잘라버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무가 먹는 물이 아까워서 나무를 자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당장 나무가 오아시스의 물을 먹어서 오아시스의 물이 바닥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무가 먹고 있는 물이 아깝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나무를 베어버린다는 것은 명분이 크게 서지 않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객관적인 명분을 만들어서 행동한다. 하지만, 그 객관적인 명분이란 것은 객관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상태에서 객관적인 명분은 항상 만들어진다. 단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라는 형식으로 포장만 될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는 나무를 베어버릴 명분을 찾아 다녔다.

그는 어느날 사막의 도적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를 침략하여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노예로 끌고 가는 무서운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가족들에게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현실의 경고를 한다. 이미 우리의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가족들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나무가 너무 커져서 사막의 도적들이 사막을 건너다가 나무를 보고 우리 오아시스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안전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베어버려야겠다>

정말로 안전을 위해서 일까, 아니면 나무가 먹는 물이 아까워서 일까. 그는 나무를 베었다. 오아시스는 나무가 없는 오아시스가 되었다. 나무가 없어진 오아시스의 물들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던 나무 그늘이 없어진 오아시스의 물들은 빠르게 하늘로 증발하여 없어지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후, 오아시스는 사막이 되었고 그는 삭막하고 황량한 죽음의 사막 한 복판에 버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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