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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빵 가게 습격

by SB리치퍼슨 2018. 5. 14.
[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빵 가게 습격
저자: 박종하 |  날짜:2004년 12월 17일

나는 그 녀석에게 한번도 달리기를 져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서부터 녀석과 나는 같은 반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나는 녀석에게 달리기를 이겼다. 그 후로 5년 동안 나는 한번도 녀석에게 달리기를 져본 적이 없었다. 지난 주에 처음으로 진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지난 주부터 녀석이 달리기를 잘하기 시작한 건 분명 저 빵집 때문이다. 저 빵 가게가 들어오면서부터 녀석은 저 빵 가게에서 맛있고, 영양 많은 빵을 많이도 사먹었을 거다. 녀석의 집은 부자니까. 돈 많은 녀석의 아버지는 영양 많은 빵을 사줬을 거고, 그 빵을 먹고 난 후부터 녀석은 분명 달리기가 빨라졌다. 녀석이 달리기를 잘하기 시작한 건 저 빵집 때문인 거다. 분명하다.

“저 빵 가게가 맞아?”
“응. 저 가게야.”
“그러니까, 저 빵 가게에서 부잣집 아들이 빵을 사먹는단 말이지.”
“응. 저 빵 가게에서 계속 영양 많은 빵을 사먹으니까, 녀석이 달리기를 잘하는 거야”

“그러니까, 빵 가게에서 녀석에게 빵을 못 팔게 해야겠네.”
“그렇지.”
“그러니까, 빵 가게의 빵을 모두 훔칠까?”
“그렇지. 팔 빵이 없으면, 그 녀석에게도 빵을 팔지 못할 거 아냐.”

“하지만, 빵을 다시 만들어서 팔면 어떻게 하지?”
“시합이 1주일 남았으니까, 1주일만 빵을 못 팔게 하면 되는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일단 빵 가게에 쳐들어 가서 빵을 훔치자. 그리고 생각해보자.”
“그래.”

나는 우리 형과 빵 가게를 습격하기로 했다. 우리가 빵 가게를 습격하는 건 운동회 때문이다. 일주일 후면 운동회가 열린다. 나는 달리기 시합에 나가는데, 나는 분명 부잣집 녀석과 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 녀석은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는데, 빵 가게에서 영양 많은 빵을 먹고 나서부터 달리기가 늘었다. 그건 분명 불공평한 거다.

세상의 불공평은 바로 잡아야 한다. 녀석은 영양 많은 빵을 먹고, 나는 빵을 못 먹고 달리기 시합을 한다는 건 누가 봐도 불공평한 거다. 누구도 아버지를 잘 만났다는 것만으로 이익을 볼 수는 없다. 그건 잘못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빵 가게가 1주일만 빵을 팔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빵 가게에서 빵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가 산다.

“너희들 누구냐?”
(형, 어떻게 하지? 주인 아저씨야.)
“나는 빵집 주인인데, 영업이 끝났다고 써 붙였는데, 왜 가게에 들어왔니?”
“음. 저희가 빵을…”
“너희들 도둑이구나. 그렇지?”

나는 빵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만약, 아저씨가 양심이 살아 있고,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1주일만 빵 가게의 문을 닫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내가 부잣집 아들에게 빵을 팔지 않으면 넌 그 아이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길 자신이 있냐?”
“그럼요.”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네. 전 그 녀석과 5년 동안 달리기를 해서 져본 적이 없어요. 지난 주에 진걸 빼면요.”

“넌 언제부터 달리기를 잘했니?”
“음, 아주 어렸을 때부터요. 기억 나지 않아요. 아무튼, 아주 어렸을 때부터에요”
“그럼, 넌 태어나면서부터 달리기를 잘하게 태어났구나.”
“그런 거 같아요.”

“그럼, 그건 아주 불공평하구나. 넌 달리기를 잘하게 태어났고, 부잣집 아들은 달리기를 잘 못하게 태어난 거 아니니?”

문제가 생각처럼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빵 가게 아저씨가 1주일만 가게 문을 닫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아저씨는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분명히, 가게 문을 닫기가 싫어서 그런 거 같다. 자신의 돈벌이만 생각하고 사회 정의에는 관심이 없는 탐욕스러운 아저씨다. 가게에 불을 지를까? 그럼, 빵을 팔 수 없잖아. 이렇게 자신의 욕심만 아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불을 지르기 전에 먼저 설득을 해보자.

“아저씨, 1주일동안 가게 문을 닫으면 안 되요?”
“왜?”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죠. 불공평한 운동회가 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요.”

“만약, 아저씨가 빵을 팔지 않으면 이제 3살인 아저씨 아들은 먹을 것이 없단다. 아저씨도 아저씨의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그래도 사회 정의를 세워야죠.”

“이렇게 하자. 아저씨가 너에게 영양 많은 빵을 줄 테니, 너도 빵을 먹고 뛰어라. 그럼 공평하지.”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지만, 사실은 그것도 공평한 건 아니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달리기를 잘하게 태어났으니 말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빵을 받는 것은 기분 좋으면서도 무언가 잘못된 거 같았다. 하지만, 사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현명한 빵집 아저씨가 찾은 거다. 나는 빵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우리 형은 아저씨에게 무지 야단을 맞았다. 아저씨와 형은 한참을 이야기 했고, 형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처진 채로 집에까지 갔다.

“넌 달리기가 좋냐?”
“응. 난 달리기가 제일 좋아.”
“왜 좋아?”
“그냥 좋아. 달리기를 하면 재미있고, 그냥 자꾸 하고 싶어.”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달리기를 열심히 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지 말고. 달리기에서 1등을 하는 걸 목표로 삼는 건 아주 좋은 거지만, 꼭 남을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니지. 남을 이겨야 1등을 하잖아.”
“그건 다른 거야. 1등을 하는 거랑, 남을 이기는 거랑은.”
“말이 안되지. 남을 이겨야 1등을 하는 거 아냐.”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빵집 아저씨는 네가 부잣집 아들을 이기려고 달리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데. 그 녀석은 그렇게 달리기를 잘하는 녀석도 아니니까. 오히려 너보고 목표를 세우래. 가령, 100미터를 15초에 달린다던가 하는 목표 말야.”
“와 15초. 그렇게 빨리?”
“원래 목표는 좀 어렵게 잡는 거야.”

형과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밖에서는 몰랐는데, 신발을 벗으면서 보니까 내 운동화가 너무 낡았다. 달리기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상관없다. 나는 달리기가 좋아서 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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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판단, 근본적인 원인, 타인으로부터 원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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