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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에 대한 몇가지 사실과 오해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내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숭고한 행동입니다. 몸의 일부를 떼어준다는 점에서 보면 장기 기증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피를 대신할만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여러가지 병이나 부상으로 피가 부족하여 사경을 헤메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분들에게 피를 나누어 주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피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학교가 방학을 하면 피 부족은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헌혈을 하면 자신의 피를 400ml정도 뽑아내게 됩니다. 뽑아내는 피의 양은 나라마다 국민들의 여러가지 상태를 고려하여 정하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좀 적게 뽑는 편입니다. 아마 체격이 작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400ml정도의 피를 뽑는 것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말입니다. 400ml 정도의 피는 우리 몸에 여분으로 있는 피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헌혈하면 전혀 나쁜 것이 없느냐고 다시 물으신다면 몇가지 좋지 않은 점이 있기는 하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우선 헌혈하러 들어가기 전에 겁이 납니다.

그리고 혈액형 검사를 할 때 손가락 끝을 침으로 찌르므로 아픕니다.

그럴 가능성이야 아주 적겠지만 헌혈하신 분이 그 찌른 자리를 더러운 곳에 담그거나 더럽게 해서 그곳에 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피를 뽑으려고 주사바늘로 찌를 때도 역시 아픕니다.

헌혈을 시작하여 바늘을 통해 피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하면 정신을 잃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이것은 피를 '뽑아서'라기 보다는 피를 '보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게다가 굵은 바늘이 팔에 들어가 있으니 헌혈을 하는 동안 내내 팔이 아픕니다. 그렇지만 헌혈이 끝나면 전혀 아프지 않게 되지요.

헌혈하고 나서 가만히 누워있다 일어나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지 않고 곧장 일어나면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하면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쓰러져서 다치는 수도 있구요.

헌혈할 때 주사바늘로 찌른 자리에 멍이 들어 며칠간 남아 있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현혈하고 하루정도는 피를 뽑은 팔을 심하게 움직이면 안되는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헌혈한 날은 목욕이나 샤워를 삼가야 하므로 여름철에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리고 헌혈할 때 주사바늘을 찌른 자리에 1mm정도의 흉터가 남습니다.

어지럽거나 기운이 없을 때마다 그것이 지난 번에 헌혈한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지럽거나 기운이 없는 것은 헌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 말입니다.

세어보니 열두가지나 되는군요. 혹시 빠뜨린 것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헌혈을 하시는 분들은 이 모든 불편과 고통을 달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어주시는 것입니다.

헌혈에 대하여 잘못알려진 사실도 많습니다.





1. 헌혈을 하면 몸안에 오래된 낡은 피를 뽑아내므로 몸에 좋다? 



헌혈할 때 뽑는 피속에는 만들어진 지 100일이 넘는 오래된 성분부터 바로 그날 만들어진 성분까지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낡은 피를 뽑아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헌혈이란 자신도 충분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피를 뽑아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일입니다.



2. 헌혈하면 몸안에 더러운 피를 없애준다?



우리 몸안에 더러운 피란 없습니다. '더러운 피'란 영화제목에나 있는 말입니다. 더러운 피라는 것이 없는 데 그것을 없애준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설령 더러운 피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뽑아서 병든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나쁜 짓입니다.

헌혈을 하면 그피를 돈 많은 사람들이 보신용으로 맞는다?

옛날 이야기에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려할 때 손가락을 깨물어 자신의 피를 부모님의 입에 흘려넣어 회생하시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사람의 피속에는 특별한 기운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에도 건강한 사람의 피를 주사하면 회춘하거나 혈기가 왕성해지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목적으로 병원에 가서 수혈을 받고자 하는 얼빠진 사람들도 종종 있구요.

그런 사람들이 병원에 가서 자신의 뜻대로 수혈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의사라면 누구나 수혈을 받는다 해도 보신이 되거나, 보혈이 되거나, 회춘하거나, 혈기가 왕성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거절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이 수혈을 받아도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3. 헌혈을 하면 새로운 피가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헌혈을 하면 새로운 피가 평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몸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피가 잘 만들어진다고 해서 건강에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4. 헌혈을 하면 에이즈 검사는 물론 건강진단이 된다?



헌혈을 하면 에이즈, B형 간염, 혈액형, 간기능, C형간염 등에 대한 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줍니다. 물론 이것이 본인의 건강상태를 아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의사가 진찰도 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하여 설명도 해주지 않는데 그 검사가 가지는 효용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검사는 헌혈하신 분의 건강상태를 알아봐드리기 위하여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수혈을 하면 안되는 병든 피를 골라내기 위하여 의무적으로 하는 검사인데 그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드릴 뿐입니다. (그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그 혈액은 수혈을 하지 않고 버립니다. - 실제로는 버리지는 않고 제약회사에서 피의 성분을 뽑아내어 약을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그 약 역시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피에서 뽑아내는 수 밖에는 없는 귀한 약입니다. 그런 약들 중의 하나가 여러분께서 흔히 알고 계시는 알부민 주사입니다.) 

그런 검사를 하는 데는 피 10ml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그런 검사를 하기 위하여 피를 400ml 씩이나 뽑는다면 그것은 낭비입니다. 가끔 간염이 있거나 간기능이 나쁜 분들중에 몸의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 지도 알고 좋은 일도 하는 두가지 목적으로 헌혈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것은 수혈에 사용할 수도 없는 피를 400ml 씩이나 뽑아내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매춘을 하거나 동성애를 한 사람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걱정하여 에이즈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헌혈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에이즈검사의 결과를 헌혈한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으니 그런 목적으로 헌혈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5. 헌혈을 권유하는 것은 적십자사 직원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피를 공급하는 것은 적십자사가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입니다. 그래서 적십자사에서는 적십자혈액원이라는 산하기관을 두고 그곳에서 헌혈사업을 맡아서 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헌혈차 안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 적십자혈액원의 직원입니다. 크게 보면 적십자사 직원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밖에서 헌혈을 권유하시는 분들은 적십자사 직원이 아닙니다. 적십자 회원들이지요. 중고등학교에 있는 RCY나, 적십자 청년봉사대와 같은 적십자사의 회원들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들은 월급을 받고 그런 일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귀한 시간을 쪼개어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물론 좋은 일을 한다는 정신적 보상을 받기는 합니다만) 스스로 그 일을 하시는 것입니다. 일종의 자원봉사자인 셈입니다.

물론 적십자사 직원들이 권유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헌혈한 피는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지 무료로 다시 자신에게 주사할 수 있다?

한번 헌혈을 하면 그 피는 언제든지 본인이 원하면 무료로 자신에게 다시 주사할 수 있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번 헌혈을 하면 그 피는 복잡한 경로를 통하여 피가 필요한 사람에게 곧 주사됩니다. 다른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버리는 것이지요. 그것을 본인이 원한다고 다시 맞을 수 있겠습니까? 



6.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요?



헌혈을 하면 조그마한 카드를 주는데 그것을 헌혈카드라고 부릅니다. 그 헌혈카드의 용도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입니다.

수혈이 필요해서 수혈을 받은 경우에 병원에서 그 비용을 지불할 때 헌혈카드 1장을 제시하면 피 1단위를 수혈하는 데 들어간 여러가지 비용(주사비, 혈액원관리비, 검사비, 적십자 혈액원에 지불한 비용 등등)에서 적십자 혈액원에 지불한 비용을 빼줍니다. 두장을 제시하면 2단위를 수혈한 비용에서, 석장을 제시하면 3단위를 수혈한 비용에서... 이런 식이지요. 이것은 우리나라의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 그런 오해를 불러온 것입니다.

왜 적십자 혈액원에서는 무료로 헌혈을 받아 병원에 돈을 받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군요. 피야 무료로 받았지만 피를 뽑는데 필요한 인건비, 시설비... 그리고 피를 검사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 시설비, 재료비... 그리고 피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비용... 이런 것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닐까요?



헌혈하면 병이 옮을 수 있다?

한때 헌혈을 하면 에이즈나 간염과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 입니다. 헌혈을 한다고 해서 어떤 병이 옮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말았습니다만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어주는 희생적인 행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Posted by SB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