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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과학

[과학/의학] 한국인이 눈이 작은 이유

by SB리치퍼슨 2019. 8. 4.

한국인이 눈이 작은 이유 

혹한으로부터 안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황인종을 가리켜 흔히 ‘몽골리안’이라 부른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슬기사람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단일지역기원설에 따르면(과학동아 2000년 2월호 ‘인류는 어디서 발생했는가’ 참조), 흑인종과 백인종은 약 12만년 전에, 백인종과 황인종은 약 6만년 전에 인종적으로 분화됐다고 한다. 

황인종의 두가지 종류

그런데 몽골리안에도 종류가 있다. 북방계와 남방계가 그것이다. 

남방계 몽골리안은 지금부터 4만-2만5천년 전 무렵 아시아대륙의 남쪽, 태평양의 하와이와 폴리네시아 제도 등에 거주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재의 동남아시아인처럼 눈이 크고 쌍꺼풀이 발달했으며 팔과 다리가 긴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녔다. 



이들의 일부가 3만년 전 정도에 북쪽으로 이동해 오늘날의 몽골 고원, 고비 사막, 그리고 티베트에 정착했다. 그런데 당시 내륙아시아의 기후는 현재보다 훨씬 춥고 모질었다. 새로운 환경과 투쟁하면서 이들의 신체적 형질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강풍과 추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눈은 작아지고, 습기가 차 얼어붙을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체모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체열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체적으로 다부지고 뭉툭한 체형을 가진 새로운 인류가 등장했다. 바로 한국인을 포함한 북방계 몽골리안이다. 



오늘날 북방계 몽골리안에 속하는 대표적인 민족은 몽골족, 퉁구스계의 소수민족들, 중국의 신장웨이우얼 지역부터 카자흐스탄을 거쳐 터키까지 퍼져 있는 투르크계(우리 역사에는 돌궐로 기록된) 민족, 일본인, 그리고 약 1만3천년 전 북방계에서 갈라져 나와 미 대륙으로 진출한 북미의 인디안, 남미의 인디오들이다. 



몽골주름은 찬바람 막는 자연 고글



지금이야 사진이나 영화를 통해 백인의 피부색이 하얗고 흑인은 까맣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맨 처음 우리 조상들이 백인이나 흑인을 보았을 땐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저들의 입장으로 바꿔 놓고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공부하러 간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로부터 자주 “왜 너희들은 눈이 찢어지고 광대뼈가 튀어나왔니?” 라는 놀림성의 질문을 받는다. 특히 부모를 따라 이민간 어린 학생들은 백인 아이들의 놀림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나는 쟤들처럼 눈이 안크지?’ 이런 작은 의문에도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백인 여성 모델처럼 눈이 커보이고 싶은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마음인 탓인지, 서울 시내의 유명 성형외과는 방학 때마다 쌍꺼풀 수술을 받으려는 여학생들로 붐빈다. 그런데 보통 쌍꺼풀 수술을 하면서 눈가 양미간 쪽으로 내려와 있는 윗눈꺼풀의 연장부분인 ‘몽골주름’(Mongolian Eye Fold 또는 Epicanthic Fold)을 제거한다. 브리태니커 사전에는 “몽골주름은 아시아 지역 인종 눈가 안쪽의 특징적인 주름으로, 북미 인디언에게서도 발견된다” 라고 쓰여있다. 그런데 성형외과 의사들은 몽골주름이 눈의 가로 길이를 짧게 만들기 때문에, 눈의 세로 길이를 넓게 하는 쌍꺼풀 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몽골주름을 제거하면 눈이 훨씬 더 커보인다고 말한다.



이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몽골주름이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질 인류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몽골주름은 안구가 외부와 접촉하는 면을 줄이기 위해서 발달한 살꺼풀이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에 벌판을 걸을 때면 누구나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너무 추우면 안구의 습기까지 얼어붙기 때문이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은 눈에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고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우리의 몽골주름은 안구의 노출 부위를 적게 하는 ‘자연 고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에게 몽골주름이 있다는 것은 곧 우리의 조상이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낮은 추운 곳에서 형질적으로 적응해 왔음을 말해준다.

미국 NBA 농구경기 중계를 보면 ‘잘나가는’ 농구선수들이 대부분 흑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흑인 선수들이 큰 손과 긴 손가락으로 농구공을 야구공처럼 움켜쥐고 드리블해서 멋지게 덩크슛을 꽂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왜 그들의 팔다리가 길게 잘 빠지게 됐을까. 





섬섬옥수가 드물었던 이유



한자성어에 섬섬옥수(纖纖玉手)라는 말이 있다. ‘가느다랗고 흰 손가락’을 가진 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선조나 그 사자성어를 만든 중국인이나, 가느다란 손가락을 미인의 조건 중 하나로 여겼던 모양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아무나 다 섬섬옥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즉 보통 사람들의 손가락은 짧고 뭉툭했기에 그만큼 가느다란 손은 희소가치가 있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의 손가락은 백인이나 흑인의 그것보다 덜 가느다랗고, 더 짧고 뭉툭하다. 왜 그럴까.

동물학의 ‘알렌의 법칙’에 따르면, 포유 동물의 종은 추운 곳에 사는 것일수록 신체의 돌출 부분(코, 귀, 꼬리 등)이 작아지고 둥근 체형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체표 면적의 비율이 작아질수록 체온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대지방에 사는 코끼리의 코, 귀, 꼬리는 시베리아의 혹한 지대에 살던 털맘모스 미라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넓다. 열대지방에서는 체표면적이 넓어야 체열을 방출하기가 쉽고, 반대로 한대지방에서는 좁아야 체온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알렌의 법칙은 포유류인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열대에 사는 흑인들은 팔, 다리, 손가락이 길다. 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황인종도 동남아시아의 아열대 지대에 사는 남방계 몽골리안의 팔, 다리, 손가락은 추운 북방에 사는 북방계 몽골리안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길다. 우리의 짧은 손가락은 우리가 다른 인종보다 훨씬 추운 곳에서 형질적으로 적응해 왔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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