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원화 가치, 러 루블화 다음으로 큰 하락
20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6.4%인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의 가치 하락입니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고환율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 수입 의존이 높은 국내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마이너스) 5.3%로 집계됐습니다.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 통화인 유럽연합(EU) 유로화 -2.1%, 일본 엔화 -4.7%, 영국 파운드화 -1.7%, 캐나다 달러화 -2.6%, 스웨덴 크로나화 -1.6%, 스위스 프랑화 -2.9%는 모두 원화보다 크게 양호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이 "이후에도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환율 등으로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이 지난달 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1%p 끌어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수요 압력이 낮고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환전소입니다.
고환율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가족여행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새해 들어 그나마 안정을 찾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은 오늘 다시 147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주요 30개국 통화와 비교했더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고는 원화 가치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원자재를 거의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입 비용 급증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고환율로 통화당국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사들인 환매조건부 채권 규모만 47조원이 넘었습니다. 채권을 매입해 원화 유동성을 시장에 푸는 방식인데 지난 한 해 한은의 채권 매입 규모는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을 뛰어넘었습니다.
환율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된 지난달 27일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습니다. 30일은 1,472.5원으로 한 해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연말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997년 말 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원화 가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2.5%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023년 말 1,288.0원이었습니다.
12·3 내란 사태가 빚은 비용 청구서는 벌써 곳곳에서 날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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