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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숙박] 오이도 출발, 영흥도 찍고 제부도까지

by SB리치퍼슨 2018. 10. 5.

오이도 출발, 영흥도 찍고 제부도까지

[오마이뉴스 2007-02-21 09:42]
    
[오마이뉴스 장준석 기자]
▲ 선재포구 뻘 위에 누워있는 어선들.
ⓒ2007 장준석

서해안 갯벌은 사실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거무튀튀한 뻘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풍경을 두고 대다수는 '그게 뭐 볼 것이나 되냐'고들 한다. 시원한 파란 색조가 눈부신 바닷물도 없고, 탁 트인 전망을 볼 정도 높이의 산도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어디로 보나 모내기 전의 논처럼 밋밋하기만 하고 소박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라 여겨지기 일쑤다. 그러나 풍경 속에 파묻혀서 하루를 보내다보면 모종의 편안한 기분을 느끼면서 아주 알찬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 수묵화가 주는 단순함이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듯 이곳 서해갯벌을 따라가는 여행의 맛 역시 그 소박성에 있다 할 것이다.

경기도 안산시 오이도는 조금 북쪽에 있는 소래나 월곶포구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최근 크게 발전해 작은 어항과 새로 건축된 등대, 그리고 규모가 아주 커다란 여러 개의 어시장이 들어서 있다. 조개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방파제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주말이면 그 많은 식당들에 사람들이 그득하게 들어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개 반, 사람 반인 곳이 바로 이곳이다. 요즘엔 꼬막과 굴이 제철이다.

조개 반, 사람 반인 오이도

▲ 오이도선착장. 새롭게 단장한 빨간 등대가 보인다.
ⓒ2007 장준석
▲ 푸짐한 조개구이.
ⓒ2007 장준석

오이도 입구에서 방파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바로 시화방조제로 향하는 길을 만날 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일직선으로 뻗어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에 압도될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처럼 보이는데, 어느 쪽이 바다고 시화호인지 알 수 없다. 시화호 역시 수평선이 보일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차창을 열면 세찬 바닷바람이 차안으로 파고들어 바로 이곳이 바다 위라는 걸 실감케 해준다(자동차도로 옆으로는 자전거전용도로도 마련되어 있는데, 입구 쪽 휴게소에서 인라인과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 시화방조제 위.
ⓒ2007 장준석

시화방조제를 지나 계속 가면 도로 양쪽으로 수많은 이정표들이 자기한테 오라고 유혹한다. 해수욕장도 몇 군데 있고 각종 펜션단지, 도예체험장, 갯벌체험장 등이 있다. 하지만 다 들르다가는 순식간에 한나절이 끝나버린다. 국도를 따라 꿋꿋하게 드라이브를 더 하면 선재도-영흥도라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포도밭이 계속 이어지는 시골길을 가다보면 섬을 건너가는 다리, 선재대교가 나타난다.

▲ 당너머해수욕장.
ⓒ2007 장준석

선재대교를 건너면 바로 당너머해수욕장을 볼 수 있다. 썰물에는 바로 앞 측도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멀리까지 바닥을 드러내는데 경운기가 왔다 갔다 하며 채취된 어패류를 싣고 다니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묘한 야릇함에 실소하게 된다. 하지만 선녀가 내려와 놀고 갔다는 전설만큼이나 경관이 빼어나다.

바로 우측으로 돌아내리면, 아주 작은 선재선착장이 있다. 작은 어선들이 드나들고 미처 나가지 못한 고깃배들이 뻘 위에 죽 누워 있다.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두서너 군데의 허름한 식당만 보이는데, 간단한 점심이라면 이곳을 권하고 싶다. 무릇 먹을거리란 간판이 클수록 별 것이 없는 법이다. 소탈하나 인정어린 시골밥상엔 꼬막무침도 따라 나오기 마련이다.

▲ 십리포해수욕장에는 다른 서해 뻘 해수욕장과 달리 검은 자갈이 깔려있다.
ⓒ2007 장준석

선재도에서 바로 이어지는 섬이 영흥도다. 영흥대교는 제법 규모가 크고 그 위용 역시 언뜻 보아도 남해대교 못지않다. 영흥도까지도 뻘은 끝없이 이어진다. 해수욕장이 세 군데나 되지만, 모두 백사장 해수욕장이 아닌 뻘 해수욕장이다.

그 중 십리포해수욕장에만, 희귀하다는 자갈이 제법 쌓여있는데 여기 역시 진정한 의미의 해수욕, 즉 바닷물에 몸이 잠기려면 질척이는 걸음으로 30여분은 나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일반인에게도 조개채취를 허용하고 있어 호미를 캐고 있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시사철 아무리 캐도 계속 나오는 게 바지락이다. 그 앞 작은 식당에서는 캐 온 조개를 바로 구워먹을 수 있는 장작과 연탄을 제공해준다. 물론 바리바리 싸간 음식이 있다면 꺼내서 함께 먹어도 된다(만수횟집, 십리포해수욕장 내).

▲ 십리포해수욕장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 아이.
ⓒ2007 장준석

십리포에서 나오다 보면, 영흥도를 나가는 대교입구 아래쪽에서 수산센터를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어시장과 달리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거의 모든 해산물을 구워먹는 것이 바로 그것. 장어나 우럭 등 보통 횟감으로 먹는 것들부터 조개, 새우까지 모든 것을 참숯에다 구워먹을 수 있다. 양도 아주 푸짐하게 주고, 다른 가게에서 사다가 한곳에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방이 없어 어린아이를 데리고 먹기엔 불편하다.

▲ 꼬막 장작구이집
ⓒ2007 장준석
▲ 장작에 구운 굴과 참꼬막.
ⓒ2007 장준석

섬에서 나와 제부도로 가는 길 곳곳엔 비닐하우스를 쳐놓고 석화구이를 파는 간이식당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있는 장작구이집이 으뜸이다. 피조개의 새끼인 참꼬막 한 바가지를 데쳐서 올리고 통영산 굴을 구워먹는데, 3월에서 4월 초순까지가 제철이어서 살이 꽉 차있다. 보통 구이 다음에는 바지락칼국수를 먹곤 하는데, 굴 알이 워낙 굵어 식구 당 한 접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흥참꼬막구이, 대부직판장-대부도에서 제부도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왼편에 있다).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곳

▲ 제부도에서 멀리 매바위까지 걸어가면 20여 분이나 걸린다.
ⓒ2007 장준석

근처 섬 중 또 다른 섬 제부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모세의 기적, 갈라지는 바닷길로 널리 소개된 이곳은 서해안 뻘 풍경에서도 가장 진경이라 할 수 있다. 뻘을 양쪽으로 한 채 가운데 좁은 시멘트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 제부도는 평일에도 많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들어서자마자 해안가를 따라 돌아가면 장엄한 사막풍경이 펼쳐진다.

썰물이 한참 빠져나간 제부도는 그 자체가 사막에 떠있는 섬이라고 불러도 된다. 그중 매바위라 불리는 곳까지 바로 걸어갈 수 있는데 이곳은 모래가 많이 깔려 신발이 뻘 속으로 빠지지 않는다. 원래는 하나의 바위가 바닷물에 침식돼 갈라져 세 개가 됐다고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면 벌겋게 녹슨 바위를 볼 수 있다. 바위로 올라서는 것은 위험한데, 여전히 침식이 진행되고 있어 쉽게 부서져 내리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는 그래도 이 부근에선 가장 풍부하고 고운 모래가 깔린 해수욕장이 2km남짓 이어진다. 물이 들어차면 이 광대한 뻘밭이 감쪽같이 감춰지고 제법 근사한 바닷가로 변신한다.

제부도는 물때를 잘 기억해서 들어가야 한다. 잘못하면 나오지 못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만, 대다수의 연인들은 낭패 아닌 낭패를 보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가족나들이객이라면 금요일 오후 나절에 들어와 멋진 낙조를 즐기다가 작은 콘도를 빌려 하루쯤 숙박하며 조개 등을 구워먹으며 밤을 지새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덧붙이는 글
오이도에 들렀다가 시화방조제를 건너 선재도, 영흥도, 제부도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대략 3~4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이것저것 다 해보고 먹어본다면 하루나 이틀을 잡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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