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세계 첫 가상자산법 '미카' 통과…"내년 6월 시행"
EU, MiCA로 분산원장·가상자산 잠재력 인정
규제 핵심은 '자금세탁방지'…후속 조치도 예고
EU 내 사업자 라이선스 통일…법적 명확성 확보
EU, 가상자산시장법 통과
유럽 의회가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사업자 등록 요건, 투자자 보호 조치 등에 대한 제도가 마련돼 규제 사각지대에 따른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코인데스크, 디크립트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유럽 의회는 가상자산시장법(MiCA(미카), Markets in Crypto Assets)'을 찬성 517표, 반대 38표, 기권 18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유럽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맞춤형 규제 법안을 도입한 주요 시장이 됐으며 MiCA는 오는 2024년 6월부터 점진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자금세탁 방지(AML) 목적의 가상자산 거래자 식별 의무화 법안(트래블룰)도 찬성 529표, 반대 29표, 기권 14표로 승인했습니다. 이 법안을 통해 유럽연합에서 영업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플랫폼 내 고객들에게 1000유로 이상의 자금 전송을 지원하려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고객 식별(KYC)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MiCA를 통해 가상자산을 '분산원장 기술(DLT)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을 활용하여 전자적 방식으로 이전 또는 저장된 가치 또는 권리'라고 정의했습니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다는 전제를 달면서 현재 인터넷에서 이용되는 전자화폐와의 차별점을 확실히 둔 것입니다.
이번 법안은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020년 처음 제안했습니다. EC와 유럽의회를 거친 법이 확정되기 위해선 유럽이사회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유럽이사회는 다음달 16일 이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유럽이사회를 통과한 법안은 EU 관보에 게재하며, 12개월이 지난 내년 6월부터 본격 발효될 전망입니다.
미카는 유럽연합(EU) 회원인 27개국에 통용될 예정입니다. 해당 법안 통과를 주도해온 EU 경제통화위원회 소속 스테판 버거 의원은 유럽이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 규제를 도입한 최초의 대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럽연합 의회는 MiCA 법안 머리말에서부터 "가상자산 산업의 잠재력 활성화와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혁신 기술의 도입과 개발 촉진에 정책적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가상자산 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해 혁신적인 기술을 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버거는 "새로운 가상자산이 EU에서 승인되려면 EU 통화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법안이 FTX로 나타난 가상자산 거래소 연쇄 파산 등에 대한 보루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는 세계 최대 경제 블록 중 하나인 유럽 지역에서 MiCA를 통해 가상자산 산업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혁신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기업, EU서 폐업 걱정 던다
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CASP)는 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백서를 비롯해 자본 요건과 법제 준수 여부, 투자자 보호 조치 추진 여부 등을 점검받게 됩니다. 라이선스를 획득한 사업자는 EU 소속 27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들도 다수 반영됐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와 내부자 정보를 통한 거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담았습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준비금 규제도 포함됐습니다. 발행자로 하여금 100% 이상의 준비금을 갖추게 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상환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반영됐습니다. 구성하는 자산 유형 등 발행자에 대한 공시도 제도화했습니다.
가상자산 채굴의 경우 당초 전면 금지를 하려 했으나, 자산 발행사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게 했습니다.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동원하는 가상자산 채굴이 전기 사용량을 늘려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유럽, 매력적인 '웹3' 시장 될 것"
유럽 의회가 미카를 승인한 것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유럽·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책임자인 리처드 텡은 규제 환경이 진보했다며, EU가 웹3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지역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낸스는 향후 1년~1년 반 동안 미카 도입에 맞춰 사업을 조정할 계획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유럽 운영 책임자인 마크 제닝스는 가상자산이 규제 하에서 발전하는 데 있어 미카가 실용적인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와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법적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리히텐슈타인 소재 거래소 LCX 창립자 몬티 메츠거는 유럽이 미카를 도입하려 하는 데 반해, 미국과 아시아는 가상자산 규제 마련이 뒤처지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책임 있는 금융 혁신 법안'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을 시행, 가상자산 업계에 트래블룰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제도화에 속도를 냈습니다.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를 세분화해 각각의 조건들까지 정의한 MiCA와 달리 거래업자와 기타업자 두 가지 사업자만을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확장되는 가상자산 산업의 활동 분야를 모두 아우르기엔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유럽보다 한 발 빠르게 자금세탁방지 규칙이 시행됐습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들은 지난해 3월 25일부터 각각 트래블룰 솔루션을 통해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전송 내역과 전송자·수신자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죠. 업비트와 고팍스는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빗썸·코인원·코빗은 합작 법인 코드(CODE)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가 수 년간 요구해왔음에도 투자자 보호를 비롯한 전반적인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기본법'은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 소위에서 상정된 가상자산거래법안(민병덕의원 대표발의)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금융위원회의의 설립과 디지털자산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디지털자산금융사업 인가 제도를 통해 사업자들을 관리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들을 더욱 세세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입니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자산거래법안에는 △10억원 이상의 자기 자본 확보 △이용자 보호 인프라 구축 △충분한 출자 능력 및 건전한 재무 상태 △이해상충 방지 체계 등 조항들은 물론 디지털자산 사전 투자모집·공식 발행 거래 등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 명시돼 있습니다.
현재 관련 법안 18개가 계류돼 있는데, 오는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대상으로 오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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