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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과학

[문화/의학] 밴드 반창고

by SB리치퍼슨 2019. 5. 25.

실수 많은 아내를 위한 발상



일회용 반창고의 탄생은 19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막 신혼의 단꿈에 젖은 어얼 딜슨에게 아내는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런 존재였다. 시쳇말로 애처가라고나 할까? 여하튼 딜슨은 아내의 모든 행동을 주시하며 이것저것 도와주기를 좋아했다. 이 때문일까? 딜슨의 아내는 유난히 실수가 많았다.



요리를 하다가도 수없이 데고 베었다. 딜슨이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아내는 금새 "아야!"라고 작은 비명을 지르거나 손가락을 입에 물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딜슨이 안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붕대와 반창고를 가지고 치료를 한답시고 한바탕 소동을 피기 일쑤였다.



다행히도 딜슨이 그 당시 외과치료용 테이프를 제작하는 '존슨 앤드 존슨' 사에 다니고 있었기에 반창고를 사용하는 데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내가 다칠 때에 딜슨이 항상 곁에 있으리란 법은 없는 터였다. 아무래도 그녀는 피가 떨어지는 손을 싸들고 한 손으로 엉거주춤 겨우 치료를 하게 될 것이 뻔했다.



딜슨이 아내의 상처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혼자서라도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면 내가 곁에 없어도 안심이 될텐데.."

그는 궁리 끝에 혼자서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반창고를 만들기로 했다. 아무리 손놀림이 서툰 아내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자기가 하는 것보다 멋진 치료가 되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아내를 위해 만든 반창고가 대량으로 생산



딜슨은 먼저 외과 치료용 테이프와 거즈를 이용하여 작은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아내의 손을 치료할 때의 경험을 살려 테이프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그 안에 거즈를 작게 접어 가운데 부분에다 붙였다.



그 상태로 상처 부분에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 생활에서 쓰자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것이 딜슨을 매우 난처하게 했다. 외과용 테이프의 끈적끈적한 부분을 보전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대로 펼쳐 놓자니 먼지 등 이물질이 붙을 것 같고 자칫하면 테이프가 말려 버려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해결책은 단 하나. 테이프에 부착시켜 두었다가 사용할 때 깨끗하고 안전하게 떼어낼 수 있는 새로운 천을 찾는 일이었다.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특별히 만든 테이프를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사용할 때도 더욱 간편하게 쓸 수 있을 것이었다. 오랜 수소문 끝에 딜슨이 찾아낸 것은 나일론과 비슷한 종류의 직물인 크리놀린이었다. 표면이 매끄러워 테이프가 깨끗이 떨어지고, 빳빳하여 보전 상태도 좋았다.



결국 아내를 사랑하는 열성이 그로 하여금 새로운 치료도구를 만들게 한 것이다. 여하튼 그 덕분에 딜슨의 아내는 남편이 없어도 손쉽게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딜슨도 마음놓고 직장 생활에 전념하게 되었다.



또 하나, 딜슨의 새로운 반창고는 그에게 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회사의 배려로 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내를 위해 만든 반창고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상품화되어 세계 각지의 가정으로 팔려 나갔다. 이로 인해 딜슨이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경제적 혜택을 입은 것은 당연한 일.



지금도 딜슨의 반창고는 많은 이들의 상처를 보살피고 있다. '밴드 에이드'라고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보통 명사화되어 버린 것이다. 혹시 이 반창고의 인기의 비결은 딜슨의 아내에 대한 사랑은 아닐까? 어쨌든 정이 느껴지는 아이디어이다.



-출처 사이언스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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