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돈줄' SVB, 이틀연속 폭락 후 파산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 인출 사태와 주가 폭락으로 파산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16위 은행으로, 역대 파산한 은행 가운데 2위 규모입니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FDIC는 '샌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이름의 새 은행을 새로 설립하고,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몰수해 이 은행으로 이전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폐쇄 조치라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대형 은행의 몰락에 필요한 시간은 단 이틀이었습니다.
SVB는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해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어들어 돈줄이 끊긴 탓이었습니다.
손실 발표 후, 그 여파로 이틀 연속 주가가 60%대 폭락해 나스닥으로부터 거래중단 조치를 당했습니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빨리 자금을 빼라고 경고했습니다.
고객들의 예금 인출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SVB는 22억5천만달러의 증자를 추진하려 했지만 무산됐고, 회사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금융당국은 인수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에서 4.75%까지 급격히 상승한 것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켰고, SVB 파산도 그 여파인 탓입니다.
실제로 SVB 파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국채 매각 손실 발표 역시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예금자보호제도가 있는데 그 한도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입니다. 이 한도 내에선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FDIC는 오는 13일부터 예금보호한도 내에서 인출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SVB의 주요 고객들은 벤처캐피탈펀드, 스타트업 등으로 대부분으로 예금 규모가 보호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 SVB 총예금의 86%가 예금자보호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돈이 묶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자금 집행을 못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와 월가 전문가들은 SVB 사태가 은행권 전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SVB 파산은 실리콘밸리 주요 고객들의 임금 체불이 발생할 가능성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뜻밖의 금융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연쇄 도미노 위기로 이어질 것인지 단발성으로 끝이 날 것인지.
거침없는 금리 인상을 예고해 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으로 제동이 걸릴지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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